카카오의 자회사들이 연이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어요. 지난달 2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카카오뱅크에 이어 지난 2일 계열사 카카오페이도 상장대열에 합류한 것.
▷관련공시: 카카오페이 7월 2일 증권신고서(지분증권)
카카오페이는 1주당 희망공모가격을 6만3000원~9만6000원으로 정했는데요. 눈여겨볼 점은 계열사이자 은행업을 하는 카카오뱅크(3만3000원~3만9000원)보다 희망공모가격이 약 2~3배 높다는 점. 카카오페이는 어떤 근거로 희망공모가격을 산출한 걸까요.
카카오페이에 투자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 증권신고서 분석을 통해 지금부터 알아볼게요.
성장률·매출액을 공모가 산정 지표로 삼아
카카오페이 역시 유사업종인 기업을 선정해 상대가치 평가법에 따라 주식 가치를 결정했어요. 평가지표로 활용한건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EV/Sales'.
EV/Sales는 기업가치가 매출액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기업가치(EV)/총 매출(Sales)예요. 여기에 기업의 성장률을 반영해 계산한 것이 '성장률 조정 EV/Sales'.
아직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이 지표를 많이 활용해요.
비슷한 지표로 PSR(주가매출액비율)도 있는데요. 현재 주가가 매출액에 비해 고평가됐는지 저평가 됐는지를 판단하는 지표. 역시 성장성에 무게를 둔 기업에 적용할 수 있어요. 다만 EV/Sales방식과의 차이점은 PSR은 부채(차입금)를 고려하지 않지만 EV/Sales는 부채를 고려한다는 점.
국내기업 또 제외
공모가 산정 지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떤 회사들을 비교했냐는 점이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을 모두 제외했어요.
그리고 비교대상 회사를 선정하기 위해 카카오페이의 사업영역을 간편결제 서비스를 넘어선 '전반적인 금융서비스(대출, 보험, 투자 등) 제공'으로 확대했어요. 이를 기준으로 총 151개 해외기업 중 최종적으로 3개 회사를 선정했어요. 바로 페이팔홀딩스(Paypal Holdings), 스퀘어(Square), 파그세구로 디지털(Pagseguro Digital).
국내회사와 비교 안 한 이유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국내 비슷한 업종의 회사들은 카카오페이와 사업모델, 사업지표, 시장 내 지위 차이로 제외했다'고 밝히고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도 독자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많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있죠.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토스페이, SSG페이, L.Pay 등 전자,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페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중 간편결제 시장 상위권에 있는 곳이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이들 업체와 비교할 수도 있지만 카카오페이와 직접적 비교는 사실상 어려워요.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상장사지만 이들의 실제 주력사업을 생각하면 간편결제 서비스가 주력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카오페이와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죠. 또 페이코를 운영하는 NHN페이코는 비상장사라 비교가 어려워요.
글로벌 기업 페이팔=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가 비교대상으로 삼은 미국 페이팔홀딩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결제서비스 업체. 매출에서 결제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92.8%. 한국에서도 2015년부터 페이팔코리아를 설립해 운영 중이에요.
결제수단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카카오페이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페이팔홀딩스는 한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은 무려 약 385조원, 매출액은 약 24조2600억원에 달해요.
반면 카카오페이는 내수 위주의 사업을 하는 곳.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2844억원. 카카오페이의 올해 5월 기준 가입자 수는 3600만명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용자수 약 4600만명)을 기반으로 가입자 수나 성장속도는 빠른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규모 자체가 다른 페이팔과의 단순 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여요.
두 번째 비교대상 기업은 미국 스퀘어(SQ).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가 2009년 창업한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인데요.
신용카드결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고 개인이 소지한 스마트폰에 잭을 꽂아 카드를 긁을 수 있는 포스 시스템을 만들어 결제할 수 있는 것이 특징. 매출 구조는 결제를 통한 거래 수수료가 34.7%, 개인 간 송금 서비스(Cash App)이 64.3%를 차지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암호화폐 거래, 선불충전 체크카드 기능 등 서비스를 확대했어요.
마지막은 브라질 파그세구로 디지털.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격 산정 비교대상 회사 중 하나죠.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핀테크 업체인 카카오페이가 동일한 회사를 공모가격 산정비교대상에 활용한 것은 눈여겨볼만 한 지점이에요.
파그세구로 디지털은 브라질 최대 인터넷포털 UQL의 자회사. 핀테크가 주요 사업이에요. 온라인, 오프라인 결제시스템과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모바일 포스 시스템을 제공하고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판매하는 곳. 매출구조는 결제서비스 66.2%, 금융 소득(투자, 대출, 보험)이 33.8%를 차지해요. 매출 구조만 놓고 보면 카카오페이(결제서비스 매출의 71.59% 차지, 지난해 기준)와 가장 비슷한 곳이죠.
페이팔 제외하면 공모가 3만원대로 하락
3개 기업의 성장률 조정 EV/Sales 수치를 산출한 결과 평균 44.7배가 나왔어요. 성장률과 매출액을 종합한 결과 44.7배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죠. 44.7배와 카카오페이의 매출액, 기업가치, 순차입금 등을 종합한 결과 카카오페이의 적정 시가총액은 16조 6192억원이 나왔어요.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을 상장 후 주식수로 나누면 1주당 12만2307원이 나와요. 여기에 좀 싸게 팔겠다는 서비스 개념인 할인율(48.49%~21.51%)을 더하면 희망공모가격 6만3000원~9만6000원이 나오는 것이죠.
다만 이 과정에서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비교대상 기업들의 성장률 조정 EV/Sales 수치. 페이팔홀딩스의 수치는 무려 81.6배가 나왔어요. 스퀘어는 6.1배, 한국보다 내수시장이 큰 브라질에서 영업하는 파그세구로 디지털의 수치도 46.5배로 상당히 높죠.
결제서비스 사업에 초점을 맞춰 비교대상 기업을 선정한 건 인정하지만 시장규모 자체가 다른 기업들을 비교하다보니 카카오페이의 희망공모가격이 높아진 점도 부인할 수 없어요.
더군다나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국내 결제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16.6%. 이 수치도 2019년 비해 불과 0.5%포인트 올라간 수치. 국내 시장 조차도 삼성페이, 페이코, 네이버페이 등 경쟁세력이 상당수인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페이팔홀딩스를 비교대상으로 삼은 건 수박과 참외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격이죠.
수치가 유독 높게 나온 페이팔을 제외하면 스퀘어, 파그세구로 디지털 두 기업의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는 26.3배로 기존(44.7배)보다 약 절반으로 줄어듦.
26.3배를 기준으로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8조7532억원이고 이를 기준으로 희망공모가격을 다시 계산하면 1주당 3만3182원~5만562원이 나와요.
상장으로 번 돈 어디에 쓸까
카카오페이는 이번 상장 공모로 최소 1조61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예정이에요. 이중 3810억원은 운영자금, 68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에 사용할 계획인데요.
타법인증권 취득 상세 내용을 보면 이커머스(패션, 뷰티, 리빙 등) 파트너쉽 구축, 카카오페이가 서비스 중인 카카오페이증권의 리테일 사업 확장,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손해보험사 자본확충에 쓰일 예정이에요.
기존 결제서비스가 아닌 다른 서비스 확대에 공모자금 상당 부분을 사용한다는 건데요. 결제서비스 의존도를 벗어나 카카오페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다변화를 노리겠다는 것이죠. 이는 카카오페이가 내건 승부수라고 봐야 해요. "사업다변화 추진해 성장할 테니 우리 미래가치를 페이팔, 파그세구로 디지털과 비슷하게 봐주세요."라는 뜻.
운영자금은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 확충, 소액여신 서비스 런칭(후불교통, 후불결제 등)에 사용할 예정이에요.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일정 및 내용
-카카오페이는 이번 상장으로 1700만주(신주 100%)를 팔 예정이에요. 이 중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은 425만주예요. 특이한 점은 100% 균등방식으로 배정한다는 것. 올해 초 균등방식이 도입되고 난 후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을 100% 균등방식으로 하는 기업은 처음이에요.
100% 균등배정이지만 청약자가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인당 배정주식수는 청약한 수량(최소청약단위 20주)보다 적을 수 있어요.
-일반청약자는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에서만 청약이 가능해요.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제이피모간 서울지점도 카카오페이 공모주를 주관하지만 기관투자자 청약만 취급한다는 점. 참고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처럼 중복청약이 불가능해요. 삼성증권, 대신증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청약할 수 있고요. 두 곳 모두 청약 수수료 2000원을 받아요.
-최종공모가격은 오는 29~30일 진행하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8월 2일 최종 확정할 예정이에요.
-일반청약자 청약일은 8월 4일~5일. 다만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려면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해야 해요. 이번 증권신고서의 효력발생일은 24일인데요. 만약 증권신고서 내용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금융감독원이 카카오페이에 정정요구를 할 수도 있어요. 정정요구를 받으면 청약·상장일 모두 뒤로 밀려요.
공교롭게도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청약일정이 뒤로 밀린 크래프톤(환불일 8월 5일)과 카카오페이 청약일이 겹쳐요. 크래프톤 청약하고 돌려받은 증거금으로 카카오페이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
-증거금 환불일은 8월 9일이고 상장예정일은 8월 12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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