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는 CJ CGV(이하 CGV)가 지난 7일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이란 공시를 발표했어요. 기타경영사항이라고 하니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싶지만 CGV투자자들이 놓치면 큰일(?)날 매우 중요한 내용이에요.
▷관련공시: CJ CGV 7월 7일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
CGV전환사채, 주식전환 스타트
공시를 클릭하면 제목에 '제3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후순위 전환사채 전환청구 기간 안내'라는 내용이 적혀있죠. 지난 4월 CGV가 공모(불특정 다수의 50인 이상에게 주식 또는 채권을 판매하는 일)형태로 팔았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이 왔다고 알리는 내용이에요.
CGV는 지난 4월 회사 빚과 운영자금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어요. 전환사채는 계약기간 동안 이자를 받으면서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채권자가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요구(전환청구권 행사)하면 회사는 새로운 주식을 찍어서 줘야 해요.
CGV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연간 지급할 이자율을 3개월마다 나눠서 주는 것)은 1%를 지급하고, 나중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율을 더 높여주는 조항(스텝업)이 붙어있는 채권인데요.
전환사채의 또 다른 권리인 주식 전환 시 1주당 2만6600원에 바꿀 수 있는 권리도 붙어있어요. (주식으로 전환하면 이자 지급은 중단)
지난 6월 초 진행한 CGV 전환사채 실권주 청약(기존주주에게 먼저 청약권리를 부여한 뒤 팔고 남은 것을 불특정 다수의 일반청약자에게 파는 것)에 16조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경쟁률 70대1을 기록, 상당한 인기를 끌었어요.
그렇게 3000억원의 전환사채를 완판한 CGV. 지난 7일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를 발표하면서 8일부터 주식전환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공지한 것이죠.
이자율 1%…주식전환 아니면 의미 없어
앞서 CGV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은 1%라고 했어요. 나중에 이자율을 더 높여주는 조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시점은 2027년 6월 이후이고, 그 전까진 연 1%의 이자를 받다보니 주가 상황을 보며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채권이에요.
공시내용에서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6. 전환가액. 전환가액은 1주당 2만6600원. 12일 기준 CGV 주가는 1주당 2만9900원(종가기준).
전환가액은 이 보다 12.4%(3300원) 낮으니 투자자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해서 채권을 주식을 바꾼다면, 이자수익보다 더 많은 시세차익을 거둬들일 수 있겠죠.
물론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시점은 전적으로 투자자 판단에 달려있어요. 3300원 차익이 적다고 생각한다면 CGV주가가 더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겠죠.
채권자들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CGV는 1127만8195주의 신주를 찍어내야 해요. 이는 총 발행주식수(주식전환으로 인한 신주 포함)의 24.32%에 해당하는 물량. 총 발행주식수의 약 4분의 1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 CGV주주들의 주식가치 하락은 불가피하죠.
특히 CGV전환사채에 투자하지 않은 주주들의 물량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어요. 전환사채 청약 당시 기존 주주들의 청약률은 29.55% 수준. 기존 주주 중 30%정도만 전환사채를 사겠다고 청약한 것이죠.
회사와 기존주주들을 위한 보호장치
전환청구 기간은 7월 8일부터 2051년 5월 8일까지. 지난주 목요일부터 이미 전환청구가 시작됐어요. 전환청구기간이 2051년으로 상당히 길지만 그 사이 CGV의 주가가 올라가면 회사가 이미 판매한 전환사채를 되사들이는 중도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어요.
중도상환권이란 콜옵션(Call Option)이라고 해요.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채권자에게 원금 갚을테니 채권을 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CGV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은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2026년 6월부터.
하지만 별도의 예외조항으로 발행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날(2021년 7월8일)로부터 15일 연속 CJ CGV의 주가가 전환가격의 130%(3만4580원) 이상이 넘어가도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 권리가 중요한 건 만약 CGV 주가가 계속 올라가면 그만큼 CGV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 시세보다 낮은(2만6600원) 가격에 신주를 찍어줘야 하니까요. 이는 회사에게도 손해지만 기존 주주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요. 주식수도 늘어나는 마당에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전환한 주식이 대량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래서 안정장치를 마련해둔 것이죠.
다른 전환사채에는 투자자가 회사에 채권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도 있지만, 이번 CGV전환사채에는 풋옵션 권리를 붙이지 않았어요.
전환청구권 행사, 어떻게?
어찌됐든 지금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최소 3300원의 차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상황.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려면 전환사채 판매를 주관한 증권사에 신청을 해야 해요. 미래에셋대우,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이 CGV 전환사채를 판매했어요.
3곳 중 본인이 전환사채 투자를 위해 청약한 증권사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주식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말하면 돼요. 영업점을 방문해도 되고요. 일부 증권사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신청 받는 곳도 있지만, 증권사별로 달라요. 고객센터나 영업점에서는 모두 전환청구권 신청을 받아요.
주의할 점은 고객센터에 전환청구 의사를 전달해도 곧바로 주식이 들어오지 않아요. 주식이 증권계좌로 들어와 거래 가능한 시점은 약 2주에서 최대 한 달 정도.
전환권 행사부터 주식 입고 사이의 기간 동안 CGV 주가 흐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차익도 달라져요.
공시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바로 전환청구권을 행사해도 곧장 주식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내용을 설명한 것이에요.
전환청구 기간 중 당월 1일부터 15일까지의 전환청구분은 합산하여 당월 말일까지 상장 완료하며, 당월 16일부터 말일까지의 전환청구분은 합산하여 익월 15일까지 상장 완료합니다.
(보완설명: 상장완료=전환청구권을 행사한 투자자의 계좌로 주식이 들어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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