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시줍줍의 주제는 '스팩(SPAC) 투자의 거의 모든 것'. 지난 6월 30일자 [공시줍줍]전지적투자자관점에서 본 스팩(SPAC)에 이어서 형식으로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는 내용을 준비했어요.스팩이란건 대체 왜 만들었나요?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걸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 우리말로 기업인수목적회사라고 하죠. 즉 합병이란 방법을 통해 비상장회사가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스팩의 역할!
우리나라에 스팩 제도가 도입된 건 2009년이에요.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바로 직전 해인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우량한 중소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신속한 자금을 조달받기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기술은 있는데 당장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도 주식시장에 들어와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로 도입한 것.
스팩이 페이퍼컴퍼니이긴 하지만 엄연히 회사이기 때문에 우선 초기 출자자들이 뭉쳐서 회사를 만들어야 해요. 주로 스팩을 만들 때 대주주는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전문투자자이고, 스팩 이름에 붙는 증권사는 지분 자체는 많지 않아요. 다만 증권사는 스팩 출범 초기에 전환사채를 인수해서 나중에 스팩이 합병에 성공하면 1주당 1000원에 주식으로 바꿔서 투자금을 회수해요.
이런 방식으로 스팩이 만들어지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요. 일반기업이 상장하는 방식과 똑같은 공모 절차를 통해 상장하고, 이후 합병대상 회사를 찾아요.
참고로 스팩은 기업공개 전에 합병할 회사를 특정할 수 없어요. 합병할 대상을 미리 정해놓으면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스팩은 상장 전에 합병회사를 특정할 수 없고, 대신 '이런 업종이란 합병하려고 해요' 정도는 공개 가능한데요. 이 내용은 스팩의 정관(회사 규칙)에도 담겨있고, 이러한 정관 내용을 상장할 때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에도 기재해요. 주의할 점은 대체로 상장 당시에 유행하는 업종(이를테면 바이오, 인공지능,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이런 업종과 합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정식상장 놔두고 왜 굳이 스팩을 통해 상장하나요?
정식으로 상장하면 되는데 왜 굳이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을 하느냐는 의문도 가질 수 있을 텐데요.
대학입시 때 수시입학, 정시입학처럼 다양한 방법이 있듯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도 단 하나의 방법만이 아닌 다양한 옵션이 있어요. 이를 통해서 비상장회사들이 각자의 요건에 맞게 상장방식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
예를 들어 지난 5월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는 이익 미실현기업 특례라는 방법으로 상장했어요. 원칙적으로는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이익을 내야 하는 요건이 있는데 제주맥주는 맥주는 잘 팔리지만, 고정비가 많아서 이익을 못 내는 상황이었죠. 이런 기업들을 위해 이익요건은 면제해주는 대신 다른 내용을 보고 상장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가 바로 이익 미실현기업 특례.
성장성 추천 제도도 있어요. 상장주관사(증권회사)이 성장성을 평가해서 책임지고 추천하는 제도. 최근 진시스템이란 회사가 이 방법으로 코스닥에 상장했죠.
이런 방식으로 특례입학하면 상장하는 회사는 좋지만, 투자자들은 불안할 수 있어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 주관사에 환매청구권이라는 의무가 생겨요. 환매청구권이란,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주가가 내려가면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환불해주는 제도예요. 관련기사 [공시줍줍]공모주 환불에 관한 거의 모든 것(feat. 진시스템)
마찬가지로 스팩도 정식상장은 아니다 보니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몇 가지 의무가 있어요.
첫 번째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 공모 때 확보한 자금의 최소 90% 이상을 함부로 쓰지 말고 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놓도록 하는 것. 이 돈으로 나중에 스팩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고 청산을 하게 되면 투자자들에게 최소한 원금을 돌려주라는 취지예요.
두 번째로는 스팩 상장 주관사가 받는 인수수수료의 절반을 합병에 성공한 이후에 받으라는 조건도 있어요. 일반적인 상장때는 인수수수료를 일시불로 받지만, 스팩은 합병에 성공해야 진정한 가치가 있는 만큼 상장주관사도 수수료를 다 받기 위해서라도 합병 성공에 신경 쓰라는 취지이죠.
스팩의 공모 절차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스팩이 상장할 때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공모 절차는 일반적인 상장 공모주와 똑같아요. 다만 스팩 공모는 특이하게 1주당 공모가격이 2000원으로 고정되어있어요. 스팩 자체가 상장할 때는 특별한 사업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여서 순자산도 비슷하고, 딱히 공모가 산정을 위해 비교할 대상도 없다 보니 관행적으로 공모가를 2000원으로 통일하는 것인데요.
다만 일반 상장 공모와 달리 스팩 공모는 청약증거금률이 100%라는 점. 그래도 공모가격 자체가 싼 편이어서 청약자금이 많이 들지는 않아요. 공모주 배정방식은 일반상장 공모와 똑같이 절반은 균등배정, 나머지는 비례배정으로 나누는데요. 올해 1분기만 해도 스팩 공모 때 균등배정 수량이 100주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최근 스팩 공모주에도 투자자 관심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높아졌어요.
최근 청약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청약자 9만명이 몰렸어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스팩 1개당 공모 청약자는 많아야 5000명 수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열풍이죠.
스팩도 상장 후 '따상' 가고 그러나요?
정상적 경우라면 스팩은 상장 직후 '따상' 가는 일이 없어야 해요. 합병대상을 찾기 전까진 특별한 사업 없는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이죠. 상장초반 주가 급등한다면 그게 더 이상해요.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스팩 1개당 평균 발행 주식 수는 480만주 가량으로 많지 않아요. 일반 상장기업은 수천만주 또는 억대로 넘어가는 발행 주식 수를 가지고 있지만 스팩은 발행 주식이 많지 않아서 수급(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쉽게 출렁일 수도 있어요. 물론 공시줍줍 독자 여러분이 스팩 공모주를 받았는데 상장 직후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 급등한다면 좋은 일이겠죠. 이때는 팔아서 시세차익 거두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공모주를 받지 않고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한 상태의 스팩에 투자하려는 경우. 이때는 주가가 급등한 것을 보고 혹시 합병대상을 찾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추격매수를 고민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방법은 위험한 투자라는 점. 오늘 말씀드리는 핵심이에요.
왜 위험한가요. 단순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스팩은 상장 이후 합병대상을 찾아서 합병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했어요. 합병하려면 일단 합병대상을 찾아야 하고, 이후 합병비율을 정해야 해요.
한쪽엔 스팩, 다른 한쪽엔 합병대상인 비상장회사가 있어요. 두 회사의 주식 가치를 각각 산정해서 '몇 대 몇'으로 바꿀 것인지 규칙을 정하는 게 바로 합병비율인데요. 스팩은 보통 공모가인 2000원으로 자신들의 주당 가치를 정하고, 합병대상인 비상장회사는 회계법인이 평가해서 기업가치를 정해요.
만약 비상장회사의 주당 가치가 1만원으로 평가됐다면, 스팩과의 합병비율은 1:5가 되겠죠. 비상장회사 주식 1주당 스팩 주식 5주와 교환하는 것이에요. 이렇게 하면 비상장회사의 대주주는 합병 이후 스팩의 대주주가 되면서 우회 상장 효과를 거두죠.
하지만 합병비율 산정 때 스팩의 주당 가치가 2000원이란 건 통상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반드시 같은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스팩은 엄연히 상장회사이고 시장가치가 있어서 주가를 반영해 합병가격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정확한 공식은 합병계약일로부터 ①최근 1개월 ②1주일 ③최근일 주가를 평균값을 구하는 방식으로 정해요. 평균값이 나오면 재량껏 30%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해서 주당 가치를 정할 수 있어요.
정상적인 스팩이라면 합병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공모가 2000원 수준에서 주가 변동이 크게 없다 보니까 대부분의 스팩은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합병비율 산정 때 자신들의 주당 가치를 2000원으로 결정해요.
그런데 만약 스팩이 합병발표 전부터 주가가 급등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스팩이 합병발표 전 주가가 1만원까지 급등했다면 합병비율을 따질 때 스팩의 주당 가치도 그만큼 올라가겠죠. 평균주가가 1만원이라면 30%를 할인해도 주당 가치는 7000원으로 산정해야하고, 이러면 주당가치가 1만원인 비상장회사와 합병할 경우 합병비율이 1:1.4가 되죠.
이런 스팩과의 합병하는 것은 상장회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아요. 본인들의 입장에서는 합병비율이 불리해지니까 굳이 이런 스팩과는 합병할 이유가 없겠죠.
그럼에도 우회 상장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합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주식시장에는 굳이 주당 가치가 1만원짜리인 고가의 스팩이 아니더라도 2000원대의 평균적인 스팩이 차고 넘쳐요. 어느 스팩과도 합병해도 상장회사가 될 수 있어서 굳이 합병비율이 불리해지는 스팩과 손을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비상장회사 대주주로서는 당연히 본인이 합병 이후 지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스팩과 합병하려는 게 당연한 수순. 따라서 스팩이 합병 발표하기도 전부터 주가가 공모가보다 많이 오른 상황이라면 합병대상을 찾기도 어렵고, 설령 합병대상과 협의를 하는 와중이라도 합병계약을 마무리하기 쉽지 않다는 점.
그러므로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물론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공모청약으로 스팩 주식을 보유했는데 상장 이후 주가가 올랐다면 좋은 것이고요.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스팩이 상장한 이후 주식시장에서 스팩 주식을 사려고 할 때 이미 주가가 5000원 또는 1만원 하는 스팩을 산다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적어도 합병기대감을 가지고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
그래도 합병 발표하면 기대감으로 주가 더 오를 수도 있지 않나요?
스팩과 합병하는 비상장회사들은 덩치가 작은 곳이에요.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 같은 회사들은 애초 스팩과 합병하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기업공개를 거쳐 상장해요. 또한 제주맥주처럼 이익 미실현기업들도 스팩이 아닌 특례상장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스팩과 합병해서 우회 상장을 하는 곳은 이러한 정식 절차로도 주식시장 상장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아무리 합병이 호재라도 합병 이후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오른다는 것은 정상적이진 않아요.
그런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라면 처음부터 직상장을 추진하는 게 더 좋겠죠. 그래서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스팩은 합병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합병계약을 맺더라도 합병이라는 단 하나의 호재만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야 해요.
실제 스팩이 합병발표 전에 급등하는 경우가 많나요?
과거에서 특정 스팩 한두 개가 급등한 사례는 있었지만, 최근에 나타나는 흐름처럼 다수의 스팩이 합병계약을 발표하기도 전부터 동반 급등한 사례는 처음이에요. 현재 한국거래소가 주가 급등한 스팩을 조사중인데 이런 조사도 처음이에요.
그만큼 우리나라 스팩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흐름이 최근 나타났던 것이죠. 대표적 사례가 지난달 17일 코스닥에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인데요. 이 스팩은 상장 첫날 소위 '따상'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3거래일 연속 더 상한가를 기록했어요. 이른바 '따상상상상'이죠. 이러다보니 주가는 상장 초반부터 이미 공모가의 다섯 배가 넘는 1만1000원 수준까지 뛰어올랐어요.
주가가 급등하니까 상장 후 나흘째 되던 6월 22일 한국거래소가 주가급등 이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는데요. 스팩이 주가 올라야 한다면 이유는 단 하나! 합병대상을 찾았느냐는 것이겠죠. 삼성머스트스팩5호가 답변한 내용은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정보가 없다'는 것, 즉 합병대상 아직 못 찾았다는 것이었어요.
이후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지속적으로 주가 조정을 받아서 현재 600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그래도 공모가보다는 한층 높은 수준이에요.
다른 스팩들은 어떤가요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는 57개 스팩이 상장되어 있어요. (코스닥 56개. 코스피는 엔에이치스팩19호 1개)
이 가운데 88%인 50개는 주가가 2000원대, 나머지 7개는 그보다 높은 수준인데요. 7개 중에서 합병계약을 맺은 곳은 거나 합병 확정된 종목이 3개(삼성스팩2호, 유진스팩4호, 유진스팩5호), 나머지 4개(삼성머스트스팩5호, 삼성스팩4호, 유진스팩6호, 한화에스비아이스팩)는 합병 소식과 무관하게 상승한 종목이에요.
스팩이 합병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요?
스팩은 상장 이후 3년 안에 합병을 완료해야 하고, 합병을 못 하면 상장 폐지되는데요. 여기서 3년이란 건 합병의 최종단계인 합병등기를 의미하는 것이고, 투자자들이 기억해야 하는 건 2년 6개월(=30개월)이란 시간이에요.
2년 6개월 안에 합병대상을 찾아서 한국거래소에 합병 심사청구(정확히는 상장예비심사청구)를 해야 한다는 점! 합병 심사청구에서 합병등기까지 6개월 정도는 후속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때 발표하는 공시가 주요사항보고서(합병 결정)란 제목인데요. 이 공시를 상장 후 2년 6개월 안에 발표하지 못하는 스팩은 곧바로 관리종목에 지정돼요. 관리종목 지정되면 1개월의 추가시간이 주어져요. 축구로 비유하면 인저리타임 같은 개념. 마지막으로 주어진 추가시간 1개월 안에 합병대상 못 찾으면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요.
최근 한국거래소가 낸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 스팩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올해 5월까지 합병 성공 비율은 69%, 실패비율은 31%로 나타났어요. 7:3 비율로 합병 성공과 실패가 나뉘는 만큼 실패 사례도 중요하겠죠.
스팩은 상장 이후 2년 6개월 안에 합병 심사청구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바꿔말하면 상장 후 2년 6개월이란 '데드라인'이 다가오는데요 아직 합병계약 소식을 전하지 못한 스팩은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요.
다만 스팩은 상장 폐지되더라도 일반 주식과 달리 청산 작업을 통해 일정한 투자원금을 돌려줘요.
앞서 알아봤듯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스팩은 상장 때 모은 공모자금을 함부로 쓸 수 없고,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은행에 예치해야 해요. 이렇게 은행에 맡겨둔 공모자금을 가지고 만약 상장 폐지됐을 때 주주들에게 원금에 약간의 이자를 더해서 돌려주는 것. 중요한 건 여기서 말하는 원금은 공모가 2000원이라는 점.
따라서 스팩은 기본적으로 상장 폐지되더라도 원금은 보장해주는 금융상품이긴 하지만, 만약 급등한 스팩 주식을 5000원 또는 1만원에 산 투자자라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요.
상장폐지 때 이자는 어느 정도 주나요?
일부 보도나 인터넷 검색창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스팩이 상장 폐지되더라도 은행이자 수준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는 다소 부정확한 내용이에요.
스팩이 상장 폐지되면 이자를 어느 정도 주는지는 스팩이 상장할 때 발표하는 증권신고서에 '1주당 지급 예상 금액'이라는 항목에서 찾을 수 있어요.
과거에 상장한 스팩은 1% 이상의 이자를 얹어서 돌려주기도 했지만, 시중금리가 낮아진 최근에 상장한 스팩은 보통 0.8% 수준의 이자를 지급해요. 1주당 공모가 2000원이면 이자를 더해서 2050원으로 돌려준다는 얘기인데요.
이자가 너무 저렴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스팩 투자의 속성은 이자수익이 아닌 비상장기업과의 합병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을 때 팔아서 시세차익을 가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중은행 이자보다는 낮아요.
따라서 스팩은 원금 손실 부담은 없는 무위험 상품인 건 맞지만 무위험이란 공모가 수준에서 샀을 때의 얘기라는 점. 또한 공모가 수준에서 샀더라도 상장폐지 이후 돌려받는 이자 수준은 물가상승률 또는 상장폐지까지의 기간을 감안한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해요.
스팩에 투자하는 꿀팁 없나요?
스팩이 상장할 때 발표하는 증권신고서를 보면 스팩의 경영진 이력이 나와요. 일종의 스팩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스펙'이 담겨있는 것이죠. 스팩 경영진이 그동안 어떤 인수합병 성공 사례가 있는지 볼 수 있고, 그걸 통해서 투자하고자 하는 스팩의 합병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어요.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과거의 이력이 반드시 미래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일반적인 상장기업은 과거의 실적이나 현재의 재무제표, 현금흐름, 수주실적 등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요. 그러나 스팩은 일반 상장기업과 달리 미래가치를 분석을 할 근거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스팩 투자는 낚시와 비유하기도 해요. 낚싯대 많으면 고기를 잡을 확률도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나라 스팩의 합병 성공 확률이 70%라고 했어요. 스팩이란 낚싯대 10개를 가지고 있으면 7개는 합병에 성공해서 시세차익 얻을 가능성이 있고, 나머지 3개는 공모가 수준에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투자 방법이죠.
10개의 스팩에 각각 공모가 수준에서 100만원씩 총 1000만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700만원어치 주식은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고, 나머지 300만원은 공모가 수준에서 투자금을 돌려받는 것.
결론적으로 스팩은 이런 개념으로 공격적 성향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적합해요.
보너스트랙- 상장폐지 직전에 관심받는 스팩…왜?
스팩 투자로 수익을 실현하는 기회는 4번 정도 있어요. ①장내 매매로 파는 것 ②합병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③합병실패 때 원금 플러스 약간의 이자를 받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④상장폐지 직전 단계에서 차익거래로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인데요.
합병대상을 찾지 못해 지난 13일 상장 폐지된 SK4호스팩을 예로 들어볼게요. SK4호스팩은 상장폐지 때 원금(1주당 2000원)에 이자 1.5%를 더해서 돌려주는 조건이었어요. 2018년 11월에 상장할 때 증권신고서에 그렇게 적혀있었는데요.
따라서 원금 2000원에 이자율 감안하면 2091원을 돌려받는 게 보장되어 있는 상황. 그런데 상장폐지 직전 SK4호스팩 종가는 보장금액인 2091원보다 낮은 2030원 수준을 기록했어요. 그럼 상장폐지되더라도 1주당 61원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죠.
고작 1주당 61원 차익 남기려도 굳이 상장폐지 직전의 주식을 사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만약 대량으로 매집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예를 들어 100만주 매집하면 6100만원, 10만주를 매집해도 610만원을 벌 수 있어요. 스팩이 상장폐지 거래량이 많아지고 주가가 오른다면 이러한 차익거래를 노린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물론 스팩은 상장주식수가 많지 않아서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점. 따라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매집하기 쉽지 않지만, 상장폐지 직전 주가 수준이 상장폐지 이후 보장금액보다 떨어져 있을 때는 이론적으로는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알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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