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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네이버 vs 락앤락 같은 듯 다른 주식소각

  • 2021.11.24(수) 08:00

오늘 공시줍줍의 주제는 주식소각(자사주 소각)입니다. 주식소각과 관련해 찾아볼 공시는 엔에스쇼핑, 네이버, 락앤락의 최근 공시인데요. 

 
소각(燒却) = 불태워 없애 버린다
소각(消却) = 지워서 없애 버린다

소각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면 비슷한 듯 다른 의미를 가진 두 개의 단어가 나오는데요. 주식시장에서 사용하는 소각이란 지워서 없애버린다는 뜻을 담은 소각(消却)이에요.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할 방법은 배당, 자사주 매입이 대표적이죠. 

배당은 주주에게 이익을 직접 이익을 환원해주는 방법인 대신 배당소득세가 발생해요. 자사주 매입은 이익을 직접 돌려주는 건 아니지만,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임으로써 주가 상승 유도하는 차원에서 주주환원정책으로 인식해요. 

다만 자사주 매입 후 더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소각을 해야 해요. 소각하지 않고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지금 당장은 유통주식수를 줄여주지만, 근본적으로 발행주식수를 줄이는 방법은 아니어서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잠재 매물이죠.

회사가 돈이 필요해서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거나. 다른 회사 주식을 인수하면서 자사주로 대금을 지급하기도 해요. 때로는 경영권방어를 위해서 자사주(의결권 없음)를 우호 세력에게 매각(의결권 부활)하기도 하는데 삼성물산이 2015년 합병 관련 임시주총을 앞두고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죠. 

아무튼 보다 확실한 주가 부양 혹은 주주환원 정책을 하려면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해야 하는데요. 

주식소각의 두 종류: 감자소각 vs 이익소각

주식 소각이란 현존하는 주식을 장부에서 영원히 지워버리는 것. 따라서 주식소각을 하면 발행주식수가 줄어요.

자본금은 발행주식수×액면가인데, 주식소각으로 발행주식수가 줄어드니까 자본금도 줄어야 정상이죠. 그래서 자사주 소각하면 자본금감소, 즉 감자가 발생해요. 이런 종류의 주식소각을 감자소각이라고도 하는데요. 

엔에스쇼핑 11월 19일 주요사항보고서(감자결정) 공시

그림은 엔에스쇼핑이 11월 19일 발표한 주요사항보고서(감자결정)이란 공시 화면인데요. 제목을 보면 감자결정이라고 되어있지만 [7. 감자 방법]에 자기주식 임의소각, [8. 감자 사유]에는 주식교환 절차에서 발생하는 자기주식 임의소각으로 적어놓고 있죠.

엔에스쇼핑은 최근 모회사 하림지주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하림지주의 완전자회사(이후 상장폐지)가 되는 절차를 예고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포괄적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회사가 의무적으로 되사줘야 해요. 이렇게 사들인 주식은 자사주가 되고, 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내용.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무상감자와 품종이 다른 감자인 셈이죠. 공시 제목은 감자 결정이지만, 주식소각도 이론적으로 자본금감소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감자 결정이란 제목의 공시를 내야 해요. 

반면 최근 주식소각을 결정한 네이버와 락앤락은 다른 이름의 공시를 발표했는데요. 공시 제목은 '주식소각 결정'. 보다 직관적인 제목이죠. 

네이버 11월 17일 주식소각결정 공시
락앤락 11월 17일 주식소각결정 공시


주식소각은 자본금감소를 동반한다고 했지만, 배당가능이익으로 주식을 소각할 때는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와는 달리 주식수만 줄고 자본금이 그대로 유지되는데요. 이를 이익소각이라고도 하는데요.

이익소각은 회계 이론적으로 이익잉여금(자본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이 줄고, 자산(현금)도 줄어들지만, 자본금은 건들지 않아요. 

다만 이렇게 되면 자본금=발행주식수×액면가라는 공식과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죠. 그래서 이익소각을 하면 액면가와 발행주식수를 곱한 금액이 자본금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그해 감사보고서에 적어놔야 해요. 

2020년 네이버 감사보고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와요. 참고로 네이버는 2020년에도 이익소각을 진행했어요.

이익소각으로 인하여 발행주식 액면 총액은 16,426,340천원으로 납입자본금(16,481,340천원)과 상이합니다

네이버는 물론 락앤락도 바로 배당가능이익으로 주식소각을 진행하는 사례. 그런데 네이버와 락앤락의 주식소각 공시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다른 점이 발견될 거예요. 바로 소각 예정 금액 산정 기준. 

네이버는 소각 예정 금액을 '소각대상 자기주식수에 이사회결의일 전일의 종가(405,500원)를 곱한 금액'으로 기재한다고 설명한 반면 락앤락은 '주식소각 이사회결의일 현재의 장부가액'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이처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소각 예정 금액을 적어놓는 것은 공시 규정에 별도로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바꿔말하면 주식소각 공시에서 소각 예정 금액은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기준을 정하지 않고,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뜻이기도 해요. 

공시 수요자, 즉 투자자 관점에서 주식소각 공시의 중요내용은 소각 예정 주식수, 소각예정일인데요. 

락앤락의 소각예정주식수(145만7224주)는 발행주식총수(5300만7638주)의 2.75%를 차지하고, 네이버의 소각예정주식수(21만4310주)는 발행주식총수(1억6426만3395주)의 0.13%를 차지한다는 점 공시로 알 수 있어요. 

의미 없는(?) 소각 예정 금액은 네이버가 더 크지만, 소각 비율(발행주식총수 대비 소각 예정 주식)은 락앤락이 더 높은 것이죠. 소각 공시에선 이 부분이 중요해요. 이론적으론 최소한 소각 비율만큼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오르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죠. 

소각 완료 시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요. 락앤락은 11월 23일 소각을 완료한다고 했고, 네이버는 올해 말까지 소각하겠다고 했어요. 

두 회사 모두 시기는 다르지만, 소각 완료 시점을 제시했기 때문에 공시상 문제는 없고, 다만 소각 완료 시점을 적어놓지 않았다면 공시서류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공시 정정을 요구받았겠죠. 

아울러 락앤락과 네이버는 이번 이익소각에 앞서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란 제목의 공시를 별도로 발표했는데요. 이 공시도 함께 살펴보면 두 회사의 주주 정책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TMI

자본금감소를 동반하는 소각, 즉 감자소각은 주총을 열어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해요. 따라서 앞서 살펴본 엔에스쇼핑은 내년 1월 11일 임시주총에서 자본감소(라고 쓰고 주식소각) 안건을 예고하고 있고요. 

다만 이 안건보다 더 중요한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과 함께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 부수적인 안건이라고 볼 수 있죠. 

반면 자본금감소를 동반하지 않는 소각, 즉 이익소각은 주총 없이 이사회결의로 가능해요. 따라서 네이버와 락앤락은 주총소집 공시가 별도로 나오지 않는 것이죠.

오늘 공시줍줍 여기까지입니다.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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