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주식시장의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 재상장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최근 LG화학이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사업부(현 LG에너지솔루션)를 물적분할로 떼어낸 이후 상장을 추진하면서 LG화학 주주들의 분노를 사고 있죠. 이론상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직접 소유와 간접 소유는 엄연히 다르죠.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상장 과정에서 자회사에 새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자회사에 대한 간접지분마저도 희석 현상이 발생하죠. 반면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모두 소유한 상황에서 주식에 대한 처분권리, 매각대금 활용권리 등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가지게 되죠.
일반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어요. 더욱이 미래가치인 배터리사업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핵심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주식은 갖지 못하는데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손실을 겪고 있어요.
LG화학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등 최근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물적분할과 신설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면서 소액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요. 활동계좌수 5000만, 개인투자자수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해결방안 공약을 내면서 예전과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실제 6일인 오늘은 이러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문제와 관련, 해결방안을 토론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으로 '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자회사 물적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어요.
최근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방법들에 대한 논의들도 있었는데요. 논의 내용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해드리기 위해 일반적인 기사 형식이 아닌 보다 메모 형식으로 정리해봤어요.
이사 의무에 '주주보호' 포함해야 근본적 해결
구체적인 내용에 앞서 이날 토론에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해결방안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일반 주주의 주주권 격상"이에요. 그냥 원론적인 이야기 아니냐고요? 이사에게 회사의 이익만이 아닌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보호 의무'를 지우겠다는 건데요.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방안들의 실효성을 높이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방안으로 거론됐어요. 왜 그런지 지금부터 짚어볼게요.
# 발제 1 – 이관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보완책 마련에 끝날 게 아니라, 일반주주의 '주주권' 다시 써야"
* 2015~2020년 물적분할 회사 중 신설자회사를 100% 자회사로 보유한 회사는 50% 수준.
* 물적분할 후 신설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은 해외는 거의 없고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발생.
* 왜? 오너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자회사 상장이 아닌 모회사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경우 지배주주의 지배권이 위협 받기 때문.
* 결국 모자회사 물적분할 후 동시상장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유와 동일
- SK, LG, 롯데, CJ, 한화, 두산 등 재벌그룹 지주회사(격) 회사의 할인율은 50% 수준.
- 이들 주식을 가진 일반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 결론 :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상장의 문제는 '지배주주 vs 일반주주'의 대립(이해상충)
* 해결방안 : 일반주주 주주권 격상
-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도 책임을 져야.
- 이사가 '회사(경영진)의 이익뿐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민하도록' 법이 만들어졌다면 애초에 이사회는 물적분할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
- 이사회의 '선관의무' 책임을 '회사'만이 아닌 '일반주주'로 확대해 일반주주의 주주권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
# 발제 2 -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규정은 단순해야 한다. 단순, 명쾌하게 '주주가치 훼손 금지, 보호의무를 지켜라'로 가야"
* 물적분할 문제의 원인은 신설자회사의 모든 권한이 모회사로 귀속, 즉 일반주주의 지배권을 모회사 지배주주가 다 가져가는 '백지위임' 현상이 발생.
- LG화학은 배터리사업부에 대한 지배권을 물적분할 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34:66의 비율로 관할했음.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하면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배권이 100:0으로 바뀜
* 현행 상법과 대법원 판례상 회사 경영의 주요 결정을 하는 이사에게 주어진 의무는 보호대상을 회사(회사계좌) 이익에 한정. 일반주주의 이익은 포함 안돼.
-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장하는 주주이익 포함기준(SIS, Shareholder Interest Inclusion Standard)'이 아닌 '법인이익-계좌기준(CAS, Corporate Account Standard)'을 적용하면서, 이사회의 모든 결정에 주주이익 보호의무 부담이 없는 것.
* 따라서 지금은 아무리 일반주주에 불리한 결정을 해도 회사이익에만 문제되지 않으면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지켜 법적 책임 없다는 얘기. 이는 애초 회사의 중요사항을 결정할 때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 국내 자본시장이 해외시장에 비해 저평가(코리아디스카운트) 받는 핵심 이유.
* 해결방안 : SIS(주주의 비례적이익 보호 의무) 도입 핵심
- 현행법으로는 해결 어려워, 지배주주가 이사회와 주총을 장악한 기업집단구조에서는 시장자율기능도 제대로 작동 안해
- 자회사 상장을 막는다고 문제 해결되는 건 아냐.
- 그럼 법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①물적분할 제한 요건 설정 ②신설자회사 상장 금지 ③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or 우선배정권) ④기관투자자 물적분할 찬성 제한 ⑤시가총액 연동 성과보수 ⑥반대매수청구권 ⑦표결가치 조정(MoM, 3% 룰) ⑧회사·증권 전담 청·법원 신설 ⑨내부고발·입증 전환 등이 거론됨.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① 물적분할 자체 금지는 어려우나 허용요건을 까다롭게 법제화하는 방안은 가능.
② 분할 후 신설회사 상장 자체를 막는 건 해외 상장으로 회피하거나 M&A로 인수한 자회사까지 포함할지 등 규제차익, 소급 등 여러 문제가 있어
③ 분할 후 신설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배정을 의무화 하는 것은 사실상 물적분할 금지로 작용. 주주우선배정 혹은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것도 일부만 신주인수권을 주면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 일반주주 훼손 불가피
④ 시가총액 연동 성과보수 법제화 시 주주가치 훼손 행위 자제 유도가 가능하나 지배주주 반발이 클 수 있고, 인사권 등을 지배주주가 장악해 무력화 가능성 있어.
⑤ MoM(일반주주의 다수결 제도) 또는 3%룰(1인·그룹 당 3% 상한)은 일반주주 동의 얻기위한 소통 활성화가 기대되나 '1주 1의결권'의 근본 원칙과 충돌.
* 공시줍줍의 추가 코멘트: 실제 여야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주주 공모주 우선배정'은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의 하위 규정인 '증권인수업무 규정' 개정을 통해 가능하고 신주를 팔 수 있는 권리까지 더해지는 '신주인수권 부여' 방안은 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예요. 물적분할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하는 것 역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해요. 단 반대매수청구권은 회사와 결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잔류를 원하는 주주는 구제가 불가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 우선배정 또는 신주인수권을 주더라도 결국 인적분할때와 달리 주주들이 직접 돈을 내고 지분을 구매해야한다는 문제도 있어요.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조해 주세요.
2022년 1월 4일자 [공시줍줍]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 어떻게 바뀌나요?
* 결론 :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 상장 문제는 주주가치 훼손. 때문에 물적분할이나 상장 자체를 막거나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 근본해결책은 CAS를 SIS로 확장. 주주의 비례적이익 보호 의무(SIS) 도입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막도록 보호하고 이해상충 해소 의무 확립이 답. 다른 방안들 역시 SIS가 전제돼야 실효성이 담보.
# 발제 3 -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변호사) : 해외사례
* 일본
- 그룹 지배구조 관련 실무 지침을 마련
- 그룹전체 기업가치 향상 효율성 관점에서 상장 자회사 유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투자자에게 정보공개를 통해 설명해야함
- 이미 발행한 주식의 의결권을 희석하는 자본 재구성을 금지하는 규정 마련
* 미국
- 이미 발행한 주식의 의결권을 희석하는 자본 재구성을 금지하는 규정 마련
- "보통주 기존 주주 의결권은 기업 활동이나 발행을 통해 이질적으로 축소되거나 제한 될 수 없다"
*해외 사례로 본 시사점
-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있는 지배구조 구축 필요. 상장자회사를 유지하는게 최적인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련 정보 공개. 기존주주의 의결권 희석을 제한하기 위해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 우선 배정 등 검토.
관계당국도 물적분할 투자자보호 필요성에 공감
발제가 이뤄진 후 토론도 열기를 띄었는데요. 대부분 참여자들은 주주가치 훼손 방지를 위한 방안들과 필요성에 공감했어요. 특히 이러한 논의들을 모아 실제 규정이나 법을 개정해야 하는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에서는 이렇게 말했어요.
# 한국거래소 송영훈 상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심사 때 주주의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주주와의 소통이 있었는지, 주주보호대책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지 면밀히 심사할 예정"
"ESG 경영노력 심사와 관련해서도 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 합병이나 분할 등 중요한 기업제편에 있어 주주소통 노력을 공시하도록 할 생각"
"단, 모자회사 동시상장 문제에 있어 자회사 상장 금지는 바람직하지 않아. 현재도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나 계열사 상장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이해상충 문제로 분할 후 상장하는 경우에는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예정"
#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변제호 과장
"우리나라 지배구조상 문제와 물적분할 후 상장에서 투자자보호장치가 없어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 형성"
"단,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고 여러 대안들을 듣고 있음. 해결 방안을 피해보상으로 볼 것인지, 규제로 풀 것인지, 권한책임의 배분으로 볼것인지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
"결국은 기업지배구조 문제. 사회적 합의 방안이 나오면 제도화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 금융 규제적 측면 뿐 아니라 상법의 일반원칙, 기업집단 불공정거래 등도 얽혀있어 공정위원회와도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
공시줍줍은 앞으로도 개별 공시분석 뿐만 아니라 공시 제도와 주식투자자의 권리 관련 다양한 논의가 있을 때 조금 느리더라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