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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2조 육박...너도 나도 몸집 키우는 증권업계

  • 2022.05.05(목) 07:20

하나금투 5000억, NH증권 4000억 수혈
IB 여력 키워 포트폴리오 다각화 시도

주식투자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실적 둔화 부담이 커진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올 들어 벌써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 수혈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위탁매매 수수료(브로커리지) 외에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내건 규제 역시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신용공여 한도는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위한 채무보증의 여력이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진=비즈니스워치

자기자본 상위 5위 싸움 치열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올들어 1조7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22일 하나금융투자는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018년부터 1년 단위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 3월 7000억원, 그해 11월 5000억원, 2020년 2월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증자를 통해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 6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작년말 연결 기준 5조3000억원이었으며 증자 후 5조8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에는 NH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에도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잇따른 증자로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2000억원 상당으로 확대됐다. 

연초 두 대형 증권사의 증자로 자기자본 상위 5개사의 순위도 뒤바뀌었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7조1500억원)을 제치고 미래에셋증권(10조5000억원)에 이은 2위 자리를 꿰찼다. 하나금융투자도 KB증권(5조4000억원)을 제치고 5위권 안에 들어왔다.  중소형사도 몸집 불리기 동참

자기자본 3조원 이하인 중소형사들도 체급 키우기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3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2020년 20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데 이어 2년 만의 자본 확충이다. 신종자본증권 전액은 DGB금융지주가 인수했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3월 말 기준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밖에도 이베스트투자증권이 2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데 이어 다올투자증권도 3월 48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작년까지 자기자본을 가장 빠르게 늘린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44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다우기술, 한화투자증권, KB증권, 신영증권,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18곳을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2015년 말 1조원대에 불과했던 자기자본은 작년 말 기준 4조원대로 급격히 성장했다. 별도 기준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끌어올린 키움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을 충족시키며 국내 9번째 종투사로 지정됐다. 

체급 커질수록 수익 다각화 유리

이처럼 증권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선 목적은 수익구조 다원화다. 일단 자기자본이 클수록 대규모의 기업금융 신용공여가 가능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별도 기준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는 종투사는 기업 대상 신용공여한도를 200%까지 적용할 수 있다. 

부동산 PF 역시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도를 두고 있다.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에 따라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 보증 규모는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된다. 투자은행(IB)부문에서 안정된 수익을 쌓음으로써 리테일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올해 거래대금 축소와 채권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증권사 실적 전망이 대체로 우울하다.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 줄어든 1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커버리지 5사(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전년동기대비 40.4% 감소한 756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IB나 대체투자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타사 대비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증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쌓고 장기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기자본이 커지면 시장 변동성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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