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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시대]①운용사 상품 라인업 전쟁 시작됐다

  • 2022.07.14(목) 08:11

사업자 선정 포트폴리오만 사전지정 가능
운용사, 상품군 늘리며 선택의 폭 확대
핵심은 TDF…장기성과 비교해 선택해야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됐다. 시장에선 디폴트옵션이 퇴직연금의 성과 개선과 더불어 주식시장의 불안정한 수급 상황을 타개해 줄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반면 일각에선 퇴직연금사업자가 디폴트옵션 상품을 계열사 위주로 밀어주면서 제도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디폴트옵션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짚어보고 향후 업계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디폴트옵션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 형태로 방치됐던 퇴직연금 시장의 저변 확대가 기대된다.

자산운용업계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침체된 업계 분위기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당장 퇴직연금사업자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기 위해 경쟁적으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92조 유입 기대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시행됐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혹은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지시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게 하는 제도다.

그간 상당수 퇴직연금 가입자는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한 뒤 이를 방치해왔다. 원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는데 그쳐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투자상품 투자가 확대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이 기대된다.

다만 디폴트옵션이 시행됐다고 해서 모든 투자상품에 투자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허용하는 펀드 상품에만 투자할 수 있다. 법에서 허용되는 펀드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밸런스펀드(BF),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SOC)펀드 등 4종류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이 펀드들을 혼합하거나 단일 상품으로 구성해 만든 사전지정 포트폴리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금융투자업계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약 9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퇴직연금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DC형과 IRP에 적립된 퇴직연금은 124조원인데, 이중 74%인 92조원이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운용사 "일단 포트폴리오 편입부터"

포트폴리오에 포함돼야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에 자사 펀드가 포함될 수 있도록 퇴직연금 상품군을 늘리면서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신한자산운용은 '신한 마음편한 TDF' 시리즈에 목표 시점(빈티지) 2055년 상품을 추가했다. 공격적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를 타깃으로 한 것이다. TDF 시리즈를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안심지속' 시리즈를 '장기성장'으로 바꾸고 투자 목표도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투자해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한국투자OCIO-DO알아서인컴펀드'와 '한국투자OCIO-DO알아서수익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한국투자 MySuper 알아서펀드'도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 TDF에 BF 유형을 보강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TDF와 비슷하지만 목표 시점이 아닌 목표 수익을 위해 자산을 자동으로 배분해주는 타깃리턴펀드(TRF) 출시를 준비 중이다.

KB운용은 지난해 출시한 'KB 다이나믹 TDF'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주식혼합형으로 구성된 상품군에 채권혼합형을 추가한다. 운용보수 인하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패시브 방식으로 운용하는 'KB 온국민 TDF'시리즈의 운용보수를 10%씩 인하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으로 지정되면 큰 변수가 없는 한 가입자들이 상품을 바꾸는 일은 드물 것"이라며 "제도 시행 초기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운용사로선 우선 퇴직연금사업자의 포트폴리오에 선정되는 게 중요한 만큼 상품군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폴트옵션의 꽃' TDF 어떻게 고를까

퇴직연금사업자의 포트폴리오는 TDF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TDF는 은퇴연령 등 목표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특성이 있어 디폴트옵션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가입자들이 상품에 가입한 후 방치해 놓더라도 시간에 따라 알아서 자산을 배분해 주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TDF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고를지 고민이라면 장기 성과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현재 수익률이 앞으로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운용능력은 미래의 수익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보수도 확인해야 한다. 장기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보수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운용보수와 기타비용을 합한 총보수를 비교해보면 퇴직연금 온라인 클래스 기준 KB 온국민 TDF가 0.65%로 가장 낮다.

다만 업계에선 보수만큼이나 운용능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보는 수익률에는 수수료, 보수 등 모든 비용이 녹여져 있다"며 "보수로 인해 차감되는 복리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운용능력에 따른 성과를 우선순위로 두고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소 3년 이상 운용해온 TDF 중 목표 시점을 2045년으로 삼은 상품을 비교해보면 보수가 높은 상품이 낮은 상품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준에서 수익률이 가장 뛰어난 상품에 '몰빵' 투자하는 것보다는 여러 상품에 분산해 투자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더 안정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길 원한다면 2~3개의 TDF에 동시에 투자하는 방식을 추천한다"며 "분산투자하면 편차를 줄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퇴직연금을 불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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