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의 겨울이 길어지면서 비상장기업에 미리 투자하는 이른바 '선학개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비상장 주식 가치가 크게 추락하면서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컬리, 케이뱅크 등 상장을 앞둔 유니콘 기업들의 거래가는 4분의 1 토막이 났다. 비상장 주식 투자자들의 이익 실현은 커녕 손실만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게다가 출자 역할을 맡는 기관투자자들은 신규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상장 주식 가치 4분의 1토막
28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신선상품 배송 플랫폼인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1418억원으로 평가된다.
컬리는 작년 말 프리IPO를 진행하면서 4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평가받았다. 영업이익은 아직 적자지만 향후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상장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기업가치는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주당 거래가격은 작년말 11만6000원에서 현재 3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만일 작년 말에 컬리를 매수했다면 손실률은 75%에 달한다.
올 9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17조원에 달했던 기업가치는 현재 55%가량 줄어 5조원 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유니콘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두나무 등 역시 기업가치가 크게 뒷걸음 치는 모습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4조원에서 7조원으로 68% 줄었다. 야놀자는 9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44% 깎였으며, 두나무는 16조원에서 5조원대로 70%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 비상장 기업들의 가치는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높게 기업가치가 매겨진 곳일수록 낙폭도 크다. 작년까지 저금리 기조속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시각이 팽배해지면서다. 시중 유동성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성장성을 이전처럼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상장사들의 주가 약세도 비상장 기업들의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다. 보통 피어 그룹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비상장 기업들의 가치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설도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부진한 주가 흐름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투자 피하는 금투업계
당분간 IPO 시장이 예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기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비상장 기업들의 기업가치 회복과 자금 유치는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상장 주식 기업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도 암묵적으로 북 클로징에 돌입했다.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신규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대부분은 새로운 투자보다는 기존 투자건의 리스크 관리와 회수로 현금 확보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를 만들려다가 엎어진 경우도 있고 금액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잇단 대어들의 상장철회도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다. 하반기 들어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비롯해 밀리의서재, 바이오인프라, 제이오 등이 상장을 청회했다. 올해에만 11개 기업이 IPO 레이스를 중도포기 했다 .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비상장 투자 조건에 IPO가 들어가는데, 최근 상장 철회가 줄을 잇자 투심 위축으로 위탁운용사(GP)들도 새로운 딜을 구성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상장 펀드 운용사 대표는 "금리인상 충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고평가된 곳들은 제외되고 선별적으로 저렴하게 나오는 기업들 위주로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