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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주총결과에도 꿈쩍않는 KISCO홀딩스…시간끌기 작전?

  • 2023.06.21(수) 08:30

의결권 사용 실수로 뒤바뀐 결과에도 정정 안한 회사
이스트스프링운용·국민연금·소액주주, 잇단 소송 제기

철강업체 한국철강의 모회사 KISCO홀딩스에 5건의 소송이 연이어 들어왔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의결권 행사 실수로 정기주주총회 결의 결과가 뒤바뀐 것에 대한 정정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소송 배경이다.

회사측은 상법을 해석한 결과 정기주총 의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회사측이 원치 않는 감사의 선임을 막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비즈워치

주총결의 취소에 직무 정지 가처분까지…소송 5건 제기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ISCO홀딩스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의한 김월기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취소하는 소송 3건을 받았다.

앞서 KISCO홀딩스 소액주주연대는 주주제안으로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연대의 일원인 심혜섭 후보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그러나 주총 결과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김월기 후보가 322만6758표, 심 후보가 320만3062표를 획득해 2만3696표 차이로 김 후보가 당선되며 주주제안이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이스트스프링운용이 김 후보 측에 2만4507주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민연금이 이스트스프링운용에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았는데도 의결권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위임없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5월10일)

만약 해당 의결권이 사용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다. 김 후보에 찬성표를 던진 2만4507주를 제외하면 320만2251주로 심 후보보다 811표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심 후보가 선임되기도 어려웠다.

당시 정기주총 출석 주식수는 640만8770주인데 심후보가 받은 찬성 투표율은 49.99%였기 때문이다. 상법상 이사 선임은 주총 출석주식수의 과반 찬성 및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찬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이스트스프링운용이 의결권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김 후보, 심 후보 모두 주총 출석주식의 과반 찬성을 획득하지 못해 모두 부결됐어야 했다.

의결권의 잘못된 사용으로 주총 결과가 바뀐 상황에서 이스트스프링운용 측은 의결권 행사 실수를 인정하고 회사 측에 정정 공시를 요구했다. 소액주주연대도 결의 안건에 대해 표결을 재계산해 공시를 정정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ISCO홀딩스는 주총결의 결과에 대한 정정 공시를 올리지 않았다.

이에 이스트스프링운용, 국민연금, 심혜섭 후보는 주총 결의 취소의 소송을 제기했고, 이스트스프링운용과 심혜섭 후보는 추가로 김월기 감사위원의 직무를 정지하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황이다.

"법원 판결 받겠다" vs "내년 주총까지 시간 끌기"

연이은 주총 결의 취소소송에 대해 회사는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 주주는 국민연금이지만 회사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는 이스트스프링운용으로 상법에 따라 형식상 주주인 이스트스프링운용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논리다.

KISCO홀딩스 관계자는 "주주명부상 주주 명의가 국민연금이 아니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점을 들어 법원의 판결을 받고자 한다"며 "실질주주와 형식주주를 별개로 해석하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는 등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해석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가 무리한 논리를 들며 무의미한 법정 공방을 통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송에서 회사가 이길 가능성이 없는데도 내년 3월까지 시간을 끌어 정기주총을 새로 열면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회사가 원치 않는 감사 선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의 논리는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으로 주주총회 결의 취소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만약 취소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셈으로 회사가 이길 수 없는 소송이다"라고 말했다.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심혜섭 후보는 "소송은 승소할 것으로 확신하지만 취소까지 1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억지 논리로 시간을 끌고 주주연대의 힘이 빠지고 회사 측에 유리한 주주구성으로 변할 때까지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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