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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자금 빠져나가는데…'빚투'는 여전하네

  • 2023.09.27(수) 16:56

주식 매력 '뚝'‥예탁금 48조원대로 감소
위탁매매 미수금·예탁증권담보융자 급증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대기자금이 48조원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빚투' 추세는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신용거래융자는 20조원대를 유지 중이고, 예탁증권담보융자와 위탁매매 미수금은 증가세다. 주가 하락폭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래픽=비즈워치

예탁금 48조원대…추가 증발 전망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주변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5일 기준 48조14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 하루만에 2조8000억원이 빠져나간 뒤 회복세를 타지 못하는 모습이다.

예탁금은 7월27일 58조1991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줄곧 내림세를 걸으며 50조원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채권금리가 연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증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55%까지 치솟아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0년물과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각각 4.5%, 4.0%인데 여기에 스프레드를 얹으면 은행예금과 회사채 금리가 산출된다"며 "시중자금을 놓고 증시가 회사채, 은행예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로의 절대자금 유입은 줄어들게 된다"며 "추세적 상승 대신 잦은 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기업공개(IPO) 대어인 두산로보틱스 청약 환불일인 지난 26일 이후 증시 자금이 추가로 증발할 가능성도 크다. 두산로보틱스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는 총 33조1093억원이 몰리며 올 들어 가장 많은 증거금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 위탁매매 미수금 추이/그래픽=비즈워치

2차전지 급락에 발 묶인 빚투족

반면 신용거래액은 줄지 않고 있다. '빚투' 지표 중 하나인 위탁매매 미수금은 6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미수금은 5875억원으로 한 달 만에 633억원이 증가했다. 지난 8월22일(6317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미수거래는 신용거래융자보다 차입 만기가 짧지만 증거금이 투자 규모의 30%만 돼도 거래가 가능하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융자는 23조4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한 달간 1조1473억원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20조1202억원에 이른다. 한 달 새 203억원가량 줄긴 했으나 약 두 달간 2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빚투가 꺾이지 않는 주요 배경으로는 2차전지주들의 주가 하락이 꼽힌다. 이에 따라 증권사 신용거래 서비스를 활용해 2차전지 종목을 담은 투자자들의 발이 묶인 것이다. KRX2차전지 K뉴딜 지수는 7월 8000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5800대로 떨어진 상태다.

밸류에이션 고점 부담과 더불어 관련 기업의 실적 부진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원재료 가격 하락 여파로 2차전지 소재기업들의 판매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양극재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1조9000억원, 618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2.1%, 40.5%씩 밑도는 수준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추석 연휴로 인한 긴 휴장을 앞두고 예탁금이 줄고 있다"며 "그간 신용거래를 일으켜 담은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부진해지면서 신용거래 투자금이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신용거래를 일으켜 매수한 종목의 주가가 추가 하락해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581억원, 반대매매 비율은 11.6%로 올 7월 말 이후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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