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총수 일가의 표 대결 예고된 가운데 공익법인 두 곳(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의 의결권이 관심을 모은다.
공익법인이 가진 의결권 8.14%(이하 지분율은 자사주 제외한 의결권지분 기준)는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12.5%), 국민연금(7.6%) 못지않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현재 공익법인을 제외한 송영숙 회장 측 우호 지분은 21.54%에 불과하지만, 공익법인을 포함하면 29.68%로 올라간다. 임종윤 사장 측 우호지분이 25.78%임을 감안하면 공익법인 의결권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공익법인 포함시 송영숙 29% vs 임종훈 25%
임종윤·종훈 형제는 정기주총에 앞서 자신들을 포함한 총 6명을 한미사이언스 신임 사내외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두 형제가 OCI그룹과 통합 계획을 알린 송 회장에 반대하며 경영 복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총 21.54%이며, 임 형제 측과 그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5.78%다. 이 가운데 공익법인 의결권 8.14%가 존재한다.
공익법인 중 가현문화재단은 송 회장이 지난 2002년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임성기재단은 신약개발 등 임성기 창업주의 유지를 이어 2021년 유족들이 함께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두 공익법인을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임종윤 사장 측이 직계가족 및 계열사와 함께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에서 빠졌을 때도 두 공익법인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 신분을 유지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우호지분 여부에 대해 확답할 순 없지만 공시대로 두 공익법인은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이라고 설명했다. 신동국 회장(12.5%)과 국민연금(7.6%)의 표심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익법인이 가진 의결권(8.14%)은 송 회장에 상당한 우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을 포함하면 송 회장 측 우호지분은 29.68%로 높아져 임종윤 사장 측(25.78%)을 앞서기 때문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지난달 13일 한미사이언스 경영복귀를 선언하는 입장문에서 정기주총에서 공익법인 의결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가현문화재단(5.05%)과 임성기재단(3.09%)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할 것이란 취지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이하 상출집단)에 속하는 회사를 지배하는 사람의 특수관계 공익법인은 계열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OCI그룹은 현재 공정거래법상 상출집단이다.
다만 상출집단이라도 '임원 선임 또는 해임, 정관변경, 합병 또는 영업양도' 등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때도 지배주주와 공익법인 지분율을 합쳐 25%(2024년 기준)까지만 인정된다.
이를 적용하면 송 회장 측은 공익법인을 합쳐 25%까지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다. 공익법인 의결권(8.14%) 가운데 절반가량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과 통합 결정을 발표했지만, 아직 OCI그룹 계열로 정식 편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익법인 의결권, 이번 주총에선 유효할까?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공익법인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한미사이언스가 상출집단으로 분류되는 시점, 즉 OCI그룹 계열로 들어가는 시점이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직전연도 재무제표를 기초로 자산총액 합계 10조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출집단 지정 및 제외 여부를 이듬해 5월에 발표한다. 그러나 OCI그룹-한미사이언스처럼 이미 상출집단인 곳에 통합되는 경우에는 특정시점에 구애받지 않고 통합 완료 즉시 상출집단 규제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은 아직 주식교환을 하겠다고 발표만 한 상황이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 포함 여부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기존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OCI그룹)에 통합된다면 별도의 지정 절차 없이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아직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란 점에서 이번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는 '공익법인 의결권'이 유효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통합은 기본적으로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계약대로 인수하는 것으로 전제로 한다.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1월 12일 공시한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에 따르면 양사의 최대 주주가 바뀌는 계약 종결일은 주식양수도·현물출자·신주인수 등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시점이라고 명시했다.
이 가운데 신주인수와 관련, 임종윤 사장 측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 계약 종결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전 회장(변호사)은 "한미사이언스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에 포함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익법인이) 의결권 규제를 받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OCI계열 편입시엔 공익법인 의결권 사라져
일각에서는 임종윤 사장 측이 공익법인 의결권에 대한 효력 중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가 상출집단으로 규정되기 전이라도 의결권 효력에 대해 법적으로 다퉈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으로 규정해 대기업을 규제하려는 법 취지를 고려한다면 (의결권 효력 여부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다만 (선례가 없어) 의결권행사금지와 관련해 논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출집단이 보유한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2022년 12월 30일 시행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의결권행사 금지 관련 판례가 없는 상황이다.
한편 한미사이언스가 OCI계열로 통합한 이후에는 명백히 공익법인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송 회장 측의 영향력 약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통합 이후 송 회장 측이 가진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은 통합 전 21.54%에서 4.93%으로 크게 낮아진다.
동시에 송 회장의 영향이 미치는 공익법인 지분율도 8.14%에서 7.24%로 낮아진다. 특히 통합과 함께 한미사이언스는 상출집단 소속이 되면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을 받아 더이상 우호지분 역할을 하기 어렵다. 송 회장 측과 손을 잡은 OCI홀딩스(27.75%) 지분만으로도 이미 공정거래법상 공익법인 의결권 한도(25%)를 넘어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