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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산화시스템 내년 3월까지 구축

  • 2024.06.10(월) 16:00

기관 매도가능잔고 초과 공매도 주문 차단
적정 잔고관리시스템 안 갖출 경우 제재 가능
업계 "시범운영 먼저…비용 부담으로 이탈 우려"
ETF LP·DMA 현장검사 결과, 의혹 사실 아냐

금융감독당국이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전산화 시스템의 한 축인 잔고관리시스템의 가이드라인은 이달부터 배포할 예정이다. 잔고관리시스템은 매도가능잔고 이상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해 불법 공매도를 1차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 당국은 외국계 IB들이 자체적으로 잔고관리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재하는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스템을 차질없이 운영하기 위해선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비용에 따른 자금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불법공매도를 완전 차단하기 위해서는 대차거래를 완전히 전산화할 필요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3차'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감원


내년 3월까지 전산화 완비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와 함께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3차'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앞서 지난 4월 불법 공매도를 색출하기 위한 전산화시스템을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 IB들이 구축할 잔고관리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공매도 전산화시스템이 완성되려면 10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오는 2023년 3월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과 불법 공매도 적발 알고리즘을 같이 개발하고 이를 기관투자자 내부시스템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자체 잔고관리시스템과 내부통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이다. 동시에 금감원이 단독으로 운영 중인 전산화 실무지원반을 유관기관 합동 실무지원반으로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개인, 기관, 외국인 투자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통해 마련한 제도개선 최종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부 잔고관리시스템 구축 안할 시, 제재"

금감원과 한국거래소가 구축하고 있는 공매도 전산화시스템은 세 단계로 이뤄져있다. 우선 IB들이 매도 가능 잔고를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잔고관리시스템을 두고 이를 초과한 매도 주문을 내지 못하도록 한다. 수탁 기능을 맡는 증권사는 적정한 시스템을 갖췄는지 직접 검토한 후 주문을 받는다. 한국거래소 내부에 마련된 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는 기관의 자체잔고관리시스템과 실제 매매내역을 비교해 무차입 공매도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3중으로 불법 공매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번에 금감원이 발표한 건 3중 구조 중 기관투자자들이 구축해야 하는 잔고관리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시스템을 내부에 구축해 자체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서재완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내부 전산 시스템을 마련해 매도 주문 발생, 부족수량 차입, 주문 최종 승인까지 각 단계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 차단하는 것을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선 첫 번째 단계에선 전날 매매 잔고와 당일 실시간 매매자료를 반영해 잔고를 넘어선 매도주문은 자동으로 거부한다. 이후 주식 차입이 진행되면 승인이 날 때까지 주문이 나가지 않는다. 차입확정여부와 리콜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잔고 초과 매도 주문은 거부한다. 

예를 들어, 자체 잔고관리시스템을 구축한 A기관에 매도 가능 잔고가 100주가 있다. 그런데 트레이딩 부서에서 200주에 대해 공매도 주문을 내면 자동으로 주문이 차단된다. 이후 대차전담부서에서 100주 차입을 진행하는데, 차입 승인이 나기 전까지 주문은 보류 상태다. 100주를 차입한 다음, 이후 대차 등으로 150주로 줄어들게 되면 주문은 또 막히게 된다. 

컴플라이언스 부서나 감사 부서 등이 이 시스템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매 영업일에 법규 준수 여부를 검증하고 상시적으로 정기 점검을 실시한다. 주문 기록은 5년간 보관하고 있다가 검사나 조사를 받을 때 즉시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 시스템 구축을 규정화할 방침이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산 시스템 구축 의무는 최대한 법령 개정을 통해서 추진하려고 한다"며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제재하는 근거까지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공매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중 자체잔고관리시스템 구축안/자료=금융감독원

업계 "시범 운영 필요"...개미 "대차거래 완전 전산화해야" 

주제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금융투자업계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우선 업계에선 베타 운영을 실시하는 등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동은 한국투자증권 홀세일본부장은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엄격하게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 해킹이 발생하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잔고가 많은) 상위 5종목이나 10종목에 공매도 허용하는 등 베타버전을 운영해보는게 향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황선오 부원장보는 "NSDS 정상 가동 전에 거래소에서 충분한 시범운영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많이 보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스템 구축에 따른 비용이 기관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줘 증시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동은 본부장은 "기관마다 규모, 자본력이 다른데 이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는 회사는 국내 주식 시장에는 참여할 수 없는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며 "이미 많은 헤지펀드들이 한국시장에서 자금을 철수한지 상당히 오래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선오 부원장보는 "글로벌 IB와 상의해본 결과 이미 자체적인 전산 시스템을 마련해두고 있고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시스템 수준을 올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비용으로 인한 구축 효과까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잔고관리시스템에서 잘못된 데이터를 전송할 경우 전산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박동호 유튜브 '박곰희TV' 운영자는 "들어오는 데이터가 잘못되거나 오염되어 있으면 NSDS의 전체적인 기능을 저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황선오 부원장보는 "NSDS의 자체적인 잔고관리 기능이 들어간다"며 "공매도 투자자로부터 장 개시 전에 장부를 받고 장 중에서 투자자가 매매한 내역을 거래소에서 파악하므로, 기관투자자가 보유 잔고 이상으로 매도를 했는지 어느 정도 추적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자체 정보 관리 시스템의 오류가 상당히 수렴되기 때문에 시스템이 상당히 고도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차 거래 전산화에 대한 요청도 나왔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 대표는 "만약 대차 거래 전산화가 빠졌다면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고 무차입 공매도가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며 "수기로 한다는 건 앞구멍을 열고 뒷구멍을 열어주는 터라 대차거래 시스템 전산화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황선오 부원장보는 "자체 정보 관리 시스템을 이제 3중 차단 장치도 만들게 되고 또 대차 내역들을 전산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이 정도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중에 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미비점이 나타난다면 그 방안까지도 고민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 정부가 약속한 공매도 금지 기간이 끝나는 가운데 어김없이 기관투자자들은 재개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하루 빨리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화상 인터뷰로 얼굴을 비친 익명의 싱가포르 헤지펀드 아시아시장 담당자는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매도 절차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공매도 조사 과정에서 불법 공매도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공매도가 가능한 조건과 범위를 명확하게 적시한 규칙이 있다면 기관투자자들이 쉽게 규제를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영광 안다자산운용 헤지운용본부장은 "리스크 헤지 수단 중 하나인 숏 포지션이 공매도 금지로 인해 제한되면서 변동성 관리, 신규 펀드 출시 등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특히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펀드에서는 파생 상품 비중이 순자산(NAV) 20% 미만으로 설정해야 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차입 공매도의 필요성이 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1차 토론에서 제기된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및 직접전용주문(Direct Market Access, DMA)을 통한 불법 공매도 의혹에 대해서도 현장 검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황 부원장보는 "LP의 경우 목적 범위를 벗어난 공매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DMA를 통한 고빈도 거래에 대한 수탁 증권사의 내부 통제 상황을 점검했는데 한국거래소 규정대로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회사에선 DMA 주문 안정성, 결제 의무 이행 능력 등에 대한 평가 기준이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황 부원장보는 "증권사들이 계속 개선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산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도 상당 부분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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