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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경쟁시대]"ATS는 무임승차" 속내 불편한 한국거래소

  • 2024.12.12(목) 13:00

③ATS 출범에 경쟁 의식하는 한국거래소
거래수수료 일정수준 잠식...ATS에 호가 제공 안해
장기적으론 시장감시·청산결제 독립 문제도 변수

"대체거래소(ATS)는 자기네 상품(상장주식)이 아닌 것을 자기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상장 관련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ATS는 프리라이딩(무임승차)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거래소 관계자" 

내년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앞두고 수십년간 유일한 증권거래소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한국거래소(KRX)는 공식적인 경쟁자의 탄생에 복잡한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대체거래소 출범 관련 협조를 하지만 한편으론 불편한 분위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당장 한국거래소 수입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거래수수료가 일정 수준 잠식당한다. ATS가 출범하기 전부터 선을 명확히 그어놓고 경쟁자로 의식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한국거래소의 한 축인 시장감시 및 청산결제본부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금까지는 단일거래소 체제로 시장감시·청산업무를 거래소 내부에서 해결했는데, 복수 거래소 체제로 돌입하면서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독립시키면 조직축소 및 수익성 추가 악화를 불러온다.

경쟁자인데 우리가 왜 호가를 제공?…ATS 의식하는 한국거래소

내년 3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문을 연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증권거래 시장에서 한국거래소는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비록 법정설립주의가 아닌 허가제이긴 하지만 대량의 인적·물적자원이 필요한 특성 때문에 오랜 시간 경쟁없는 단일 거래소 체제가 이어져왔다.

ATS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한국거래소가 누린 혜택도 있다. 공공기관에서 벗어났다. ▷관련기사: [거래소 경쟁시대]수십년 '한국거래소' 독주무대…현재진행형(12월 11일)

지금도 ATS의 시스템 마련 등 준비를 돕고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의 핵심 수입원인 거래수수료를 일정 부분 나눠가져야한다는 점에서 엄연한 경쟁자이다. 

한국거래소 내부에선 "ATS는 프리라이드(무임승차)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의 상품(상장주식)을 ATS가 가져다 거래하면서도 상장 심사·관리 등에는 어떠한 노력도 안해도 된다는 것을 전제로 출범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 말은 절반만 맞다. ATS는 애초 자본시장법상 상장 및 관리(상장폐지업무 등) 권한이 없다. 한국거래소와 같은 정규거래소에 상장한 주식 등 상품을 '거래'하는 기능만 가지고 있다. 따라서 태생부터 자체 상품(상장주식)을 만들 수 없다.

아직 ATS가 본격적으로 출범하지도 않았지만, 이처럼 한국거래소가 ATS를 의식하는건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거래소의 핵심 수입원인 수수료수입의 일부를 ATS에 잠식당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ATS에서 경쟁매매로 체결되는 평균거래량을 시장 전체 거래량 기준 15%로 제한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30%로 제한한다. 즉 아무리 ATS에서 거래하는 투자자가 늘어도 거래량을 15%이상 넘길 순 없는 것이다. 적어도 85%의 거래량은 한국거래소 몫으로 보장되어 있는 셈이다. 바꿔말하면 최소 15%는 ATS에 내줘야하는 것이다. 

실제 수수료는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물밑 신경전은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ATS 넥스트레이드가 도입하려는 '중간가 호가'에 한국거래소의 호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중간가 호가는 가장 비싼 매수가격인 최우선 매수호가와 가장 싼 매도가격인 최우선 매도호가의 중간값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호가 제공 방식이다. 유리한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조정되는 호가를 낼 수 있고, 호가 단위가 세분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예컨대 최우선 매도호가가 1만10원, 최우선 매수호가가 1만원이면 중간가호가는 1만5원으로 정해지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매수자는 최우선 매도호가(1만10원)보다 5원 더 싸게 사고, 매도자도 최우선 매수호가(1만원)보다 5원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또 호가 단위가 10원인 주식을 더 낮은 호가 단위인 5원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NXT로 들어온 최우선매도호가 1만10원과 KRX로 들어온 최우선매수호가 1만원을 종합해 NXT는 중간가호가 1만5원을 제시. NXT로 중간가호가 매수 주문을 넣은 투자자는 1만5원으로 매수. 다만 한국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와의 통합 중간가호가를 거부하면 각 거래소로 들어온 호가를 통해서 중간가를 집계한다. 

당초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소로 들어온 호가와 넥스트레이드로 들어온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 호가를 집계하고자 했다. 두 거래소로 들어온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를 집계하면 호가가 더 촘촘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호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 경우 두 거래소의 호가를 종합하는 넥스트레이드가 유리해진다. 물론 한국거래소도 넥스트레이드로부터 호가를 받는다면 이론적으로는 어떤 거래소로 주문을 넣더라도 같은 중간가로 체결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넥스트레이드가 더 저렴한 거래수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국거래소의 거래수수료는 0.0022763%인데 넥스트레이드의 호가를 제출해 체결을 기다리는 주문(메이커) 수수료는 0.0013%, 제출된 호가로 즉시 체결하는 주문(테이커) 수수료는 0.0018%다.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점을 의식해 넥스트트레이드에 호가를 제공하지도, 제공받지도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중간가 호가 집계를 위한 호가 제공을 한국거래소가 거부했다며 지적한 바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호가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 복수 거래소 경쟁 체제에 더 맞는 결정이란 입장이다. 두 거래소로 들어온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 호가를 제공하면 호가가 같아지기 때문에 올바른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문이 들어온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호가를 토대로 중간가 호가를 마련해야 하는데 (ATS에) 들어오지도 않은 호가 정보를 활용하면 양 시장의 중간가가 동일해진다"며 "시장 간 경쟁을 통한 효익을 추구하기 위해 대체거래소가 도입되는 건데 이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시장감시, 청산결제 독립문제 지적도 장기적 고민

추후 넥스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고, 새로운 ATS가 출범하면서 다양한 거래소 경쟁체제가 나타난다면, 현재 거래소의 조직인 시장감시본부 및 청산결제본부의 독립을 둘러싼 논의가 불거질 수도 있다.

만약 시장감시 및 청산결제본부를 한국거래소에서 분리한다면 수익성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거래수수료인 0.0027209%는 청산결제수수료 0.0004446%가 포함된 요율이다. 대부분 수입은 거래수수료로부터 나오지만 청산결제수수료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최근 2년간 한국거래소가 벌어들인 시장수수료 중 약 16%가 청산결제수수료였다.

최근 2년간 한국거래소 시장수수료 수입 항목별 비중

더구나 시장감시 부문은 거래수수료와 따로 분리도 돼 있지 않다. 수수료 수입이 주 수입원인 거래소로서는 ATS로 인해 주식거래수수료를 일부 잠식당하는 것을 넘어 자칫 시장감시·청산결제 수수료를 모두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단일거래소 체제에서는 한국거래소 외부에 시장감시기관, 청산기관을 별도로 두는 것이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향후 거래소가 늘어난다면 이해상충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별도의 기관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이기환 인하대학교 금융투자학과 교수는 지난 2020년 유럽의 다자간거래시설(MTF)에 관한 연구논문을 통해 "한국거래소가 경쟁 상대방인 ATS의 거래에 대한 청산업무를 수행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차별적인 청산수수료 부과 등과 같은 불공정한 행태 및 비협조적인 청산업무로 인한 금융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ATS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거래소나 ATS와 독립된 별도의 청산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기환 교수는 시장감시기관도 독립해야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공정한 경쟁체제가 될 것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시장감시업무를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와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거래소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며 "EU의 규제체계를 본받아서 우리나라도 시장감시업무를 분리해서 금융감독원과 같은 감독기관으로 이관해 거래소나 ATS의 거래에 대해 독립성을 가지고 시장감시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과거 ATS 설립 관련 보고서에서 "민간 거래소와 경쟁구도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개설을 허용한 ATS를 다시 거래소에서 감독을 받게 할 경우 오히려 ATS의 발전은 물론 거래소의 효율성 증진에 신뢰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거래소 역시 지배구조체제를 개편하고 경쟁적 시장 구도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해 본다면 시장감시기능의 분리 역시 반드시 고려할 과제라 판단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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