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좋지 않고 앞으로도 수요부진·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등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소를 잃어버린 삼성전자가 할 일은 부서진 외양간을 잘 고치는 것이라며 주가 반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현대차증권·유진투자증권·유안타증권·다올투자증권은 3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하향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 김형태 수석연구원은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진입했고 파운드리 가동률도 추가로 하락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지연, 디스플레이, TV·가전 부문의 경쟁심화 등 단기적인 실적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5.2%내린 7만3000원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6개월 목표주가를 7만6500원에서 7만1000원으로 내린다"며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산업 평균 대비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1분기 매출액은 73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4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2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2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다올투자증권 고영민·김연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1분기까지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함께 HBM 등 고부가 제품의 실적 기여도가 미미한 만큼 부진한 실적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반영해 적정주가를 7만2000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8만5000원으로 제시해왔던 유안타증권도 이번에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약 18% 내렸다. 유안타증권 백길현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며 "HBM의 반도체부문 내 실적 기여도가 예상보다 높았지만 비메모리부문의 적저규모가 2조1000억원에 달하며 전분기대비 손실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당분간 삼성전자의 회복은 어렵다고 봤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아직 수요 둔화라는 시련의 계절이 기다리고 있다"며 "인공지능(AI)분야를 제외하면 테크 수요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올투자증권 고영민·김연미 연구원은 "2025년 매출액 305조원, 영업이익은 30조원으로 직전 대비 하향한다"며 "2025년은 지난해와 유사하게 AI 수요를 중심으로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범용제품 기반 탄력적 실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고 있고 딥시크(DeepSeek) 등 미국의 중국 AI굴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향후 AI인프라 투자에 대한 가성비를 고려하면 AI반도체 디커플링(동조화 현상)모멘텀은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의견은 유지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5000원으로 유지한 NH투자증권 류영호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저점이고 이후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며 "부정적인 요소는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주가 하락에 대한 걱정보다는 주가 반등 조건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삼성은 이미 많은 소들을 잃었고 이제 남은 것은 부서진 외양간을 다시 잘 정비하는 것"이라며 "의미있는 변화를 위해 한두 가지가 아닌 전방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김형태 수석연구원은 "추가 주주환원 계획 발표 시 주가의 하방경직성은 유지될 것"이라며 "현재는 삼성전자가 기술경쟁 열위에 있지만 HBM의 역할 등을 통해 올해 2분기 부터는 점진적으로 실적회복을 기대한다"며 매수의견을 유지했다.
삼성증권 이종욱 연구원은 "주가가 바닥 수준에 있지만 기술 경쟁력의 회복 경쟁력 증거가 올해 1분기 말부터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준하는 주주환원 프로그램 발표 가능성을 고려하면 상반기 중 주가가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