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S&P500 ETF(상장지수펀드)의 투자자 순자산규모가 1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S&P500 ETF는 국내 10개 운용사에서 각 1종목씩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이들 ETF의 순자산 합계는 18조235억원에 이른다.
순자산(AUM)이 가장 많은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으로 순자산이 9조1179억원에 달했다. 2020년 8월 7일 상장했고, 국내에서 운용중인 1016종의 ETF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이 순자산 5조137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S&P500'(2조2686억원),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S&P500'(1조910억원)도 1조원 이상의 순자산을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ACE 미국S&P500'은 'TIGER 미국S&P500'과 같은 날 상장했고, 'KODEX 미국S&P500'과 'RISE 미국S&P500'은 다음해인 2021년 4월 9일에 동시 상장했다.
중소운용사들도 대표지수인 미국S&P500 ETF는 모두 하나씩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똑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사실상 동일한 ETF이지만 S&P500이라는 대표성 때문에 상품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은 모두 한발 늦은 2022년에 미국S&P500 ETF를 잇따라 상장했다.
하지만 중소형사의 미국S&P500 ETF의 실적은 좋지 않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S&P500'이 순자산 1576억원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나머지 ETF들은 1000억원 미만에서 운용자산이 멈춰 있다. 최근에는 일부 ETF에서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가장 최근인 올해 3월에 상장한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S&P500'의 경우 늦은 출발에도 1000억원대 자금을 끌어모아 선전하고 있지만, 최근 1개월 자금유입은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절세계좌에서 미국시장 투자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소 운용사들이 자산유입의 어려움 속에서도 미국S&P500 ETF를 상장, 보유하고 있는 것은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S&P500의 상징성 때문이다.
S&P500은 지난 수십년간 연평균 20% 안팎의 수익률로 꾸준히 우상향하는 지수다. 투자의 대가 워런버핏도 자신이 죽으면 유산의 90%를 S&P500 ETF에 투자하라고 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자산운용사라면 라인업 구성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 상장 해외 ETF의 경우 개인연금계좌와 퇴직연금계좌에서 세제혜택을 누리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수년간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시장에 직접 상장돼 있는 VOO나 SPY와 같은 현지 S&P500 ETF는 이들 절세계좌에서의 투자가 불가능하다.
국내 상장된 미국 S&P500 ETF의 최근 1년 수익률도 21%를 넘는다. 연금계좌의 돈을 단순 예적금에 넣어뒀다면 연 2~4% 수준의 수익률밖에 기대할 수 없지만, S&P500 ETF를 담아둔다면 그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셈이다.올초 경쟁적인 0%대 수수료 인하
미국 대표지수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와 함께 운용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올초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한 미국ETF 운용보수 인하경쟁이 대표적이다.
미국 S&P500 ETF를 가장 빠르게 상장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점효과를 발판으로 사실상 1위 굳히기에 들어가자, 경쟁사 삼성자산운용이 맞불을 놓으며 대응한 것이다.
지난 2월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S&P500'과 'TIGER 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를 기존의 10분의 1수준인 0.0068%로 내렸고, 다음날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S&P500'과 'KODEX 나스닥100'의 총보수를 이보다 더 낮은 0.0062%까지 내렸다.
두 대형사의 싸움은 다른 운용사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KB자산운용도 2월 11일 'RISE 미국S&P500' ETF의 보수를 0.0047%까지 낮춰 대응하면서 미국 ETF의 수수료경쟁은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올초 미국시장이 주춤하고 국내 시장이 살아나면서 S&P500 ETF경쟁도 사그라드는 듯했지만, 미국시장의 반등과 함께 운용사간 힘겨루기도 되살아났다.
1등 경쟁 과욕에 홍보 실수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TIGER 미국 S&P500'의 상장 5주년을 맞아 자사 상품의 성과를 적극 강조했다.
지난달 6일 기준 'TIGER 미국S&P500'의 개인 누적순매수 규모가 4조원을 돌파했고, 전체 누적순자산은 8조원을 넘어 9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전체 ETF 순자산규모로도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랑거리는 삼성자산운용에게는 적지 않은 자극이 된다. 2002년 국내 최초의 ETF인 KODEX200을 상장하며 국내 ETF시장에서 20여년간 순자산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운용도 미국ETF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에는 이런 물밑 경쟁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실수가 발생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은 지난달 22일을 기준으로 순자산 5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를 기념하는 홍보자료를 배포하면서 '최단기간' 5조원 돌파했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이 화근이었다.
'KODEX 미국S&P500'은 2021년 4월 9일 상장했고, 4년 4개월만인 2025년 8월 22일에 5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전체 운용자산에서는 크게 밀리지만 최근 순자산의 증가속도면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을 앞질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1개월 자산유입규모는 'KODEX 미국S&P500'이 1996억원으로 1551억원이 증가한 'TIGER 미국S&P500'을 앞설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의 '최단기간' 판단은 틀렸다. 순자산 5조원을 돌파한 시점도 TIGER 미국S&P500이 앞섰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7일에 상장한 'TIGER 미국S&P500'은 4년 3개월만인 2024년 11월 7일에 순자산 5조원을 돌파했다. 'KODEX 미국S&P500'보다 43일 앞선다.
삼성자산운용은 "단순한 자료기재 실수"라며 '최단시간', '가장 빠른 속도로' 등의 문구를 삭제한 후 2시간여만에 자료를 재발송했으나 지나친 경쟁의식에서 출발한 무리한 홍보였다는 빈축을 샀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말에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다. 'KODEX 미국S&P500' ETF의 분배금 지급을 알리는 영상을 제작하면서 '유보된 분배금' 지급을 새로운 '추가 분배금'으로 오인하도록 만들었다. 과장된 홍보라는 비판에 영상은 곧바로 삭제됐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미국 ETF를 중심으로 한 대형사들의 경쟁에 불편함도 내비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대표지수 ETF는 이미 낮은 보수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대형사들은 브랜드 경쟁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중소형사는 사실상 적자상품을 어쩔 수 없이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경쟁이 기회가 될 수 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P500 및 나스닥 100지수 추종 ETF는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며 "운용사들의 경쟁은 투자자들에게는 투자비용 절감과 장기적인 투자 성과 제고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생기고, 최근 금리인하의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미국시장은 하반기에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운용사의 미국 대표지수 ETF 경쟁 또한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