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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팔렸다더니 살수 있는데?"…금융소비자 현혹하는 ETF '완판 마케팅'

  • 2025.09.29(월) 08:00

공급 계속하는 ETF인데 '완판' 홍보하는 운용사들
투자자 현혹·오인 우려...협회 광고심사 대상 빠져

"완판이라고 해서 인기 있는 상품 놓쳤구나 싶었는데, 막상 매수주문 해보니 곧장 체결되어 놀랐다."

투자자 박모씨는 최근 눈여겨 보던 분야의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소식에 투자를 고민하다 상장 당일 "완판됐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그런데 판매물량이나 기한을 정해놓는 상품과 달리 주식처럼 일상적으로 사고파는 ETF가 완판됐다는 것이 의아했던 박씨가 해당 ETF의 매수 주문을 걸었더니 곧장 체결이 됐고, 어딘가에 속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실제로 박씨가 주문한 ETF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코리아고배당' ETF인데, 최근 상장 당일 1시간만에 "완판됐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신한자산운용에 따르면 SOL 코리아 고배당은 지난 23일 상장 첫날 장 시작 1시간 만에 초기 상장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규모는 퇴직연금까지 포함해 첫날에만 270억원에 달했다.

신한자산운용은 다음날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ETF가 "개장 1시간 만에 완판됐다"고 홍보했고, 관련 언론기사들이 온라인에 다량 노출됐다. 박씨를 놀라게 한 그 뉴스들이다.

끊임 없이 공급되는 ETF, '완판'은 부적합 표현

신한자산운용이 완판됐다고 표현한 초기 상장물량은 ETF 상장시에 의무화된 초기 설정물량으로 70억원 이상, 10만주 이상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물량은 처음 시장에 내 놓는 물량일 뿐, ETF의 경우 유동성을 공급하는 지정참가회사(LP)가 물량을 계속해서 공급하는 구조여서 완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초기 물량이 전량 매수됐다 하더라도 완판이 아니라 '초기 배정물량이 빨리 소진됐다'는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셈이다.

실제 '완판'(完販)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을 남김 없이 다 팔아 더 이상 팔 것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주식처럼 사고팔고, 추가 설정을 통해 팔 물건이 계속해서 채워지는 ETF 구조와는 애초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수년간 ETF 상장시 초기 설정물량 소진을 '완판'으로 표현해 왔다.

가깝게는 지난 17일 한화자산운용이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의 상장 당일, 초기 상장물량 소진을 알리며 '완판'이라고 강조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ETF가 활성화된 2020년대 들어서부터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ETF 초도 설절물량 소진을 '완판'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실 완판이라고 표현하긴 좀 무리가 있지만, 이미 많은 운용사들이 완판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완판' 표현에 익숙한 것은 애초에 설정액을 정해두는 펀드판매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공모펀드나 사모펀드는 보통 출시할 때부터 목표 설정액(사모펀드는 목표 약정액), 즉 모집예정인 금액한도가 있고, 이 목표치를 채우면 더이상 신규가입을 받지 않거나 그 때 가서 다시 추가 설정을 하기 때문에 '완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또한 '모집 마감' 정도가 더 정확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매우 높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홍보용으로 '완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국민참여 뉴딜펀드 조기 완판', 'OOO 부동산 공모펀드 완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ETF는 펀드와 달리 설정한도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완판'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 오인 투자광고 규정 위반 우려 

자산운용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ETF 완판' 표현은 실제로 금융투자상품의 광고 규정의 위반소지가 다분하다. 앞선 사례처럼 투자자의 오인이 발생하고 있고, 오인과 착오에 따른 매매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협회가 회원사에 적용하고 있는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ETF 초도물량 소진을 '완판'으로 표현하는 것은 투자광고의 '금지행위'에 매우 근접한다.

해당 규정에서는 금융투자회사가 하는 투자광고에서 '사실과 다른 표현의 사용',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오해를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구체적인 금지행위도 나열하고 있는데, 특정시점이나 특정기간 또는 특정구간에 해당되는 사항을 일반적이거나 통상적인 것으로 표시하는 것을 '허위 과장된 표현'으로 규정한 항목도 있다.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는 투자광고 금지행위/ 자료=금융투자협회

이에 따르면 특정 시점의 판매물량인 ETF 초도물량의 소진을 일반적인 전체 상품의 소진에 해당하는 '완판'으로 표시하는 것은 분명히 허위 과장광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은 현재 ETF의 상장에서부터 상품내용, 광고의 세부 문구, 단어사용까지 영향을 미치는 규정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이 지금까지 '완판' 문구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특정 홍보물의 경우 관련 규정의 적용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에는 금융투자회사가 언론을 상대로 배포하는 홍보자료의 경우 금투협의 직접심사를 받지 않고, 다른 규정(모범규준)인 '금융투자회사 표준내부통제기준'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자체 준법감시부서만 통과하면 홍보물을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 표준내부통제기준'에도 '일반인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주장이나 예측을 담고 있는지 여부'를 금융투자회사 내부적으로 검토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체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어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상황, ETF시장을 둘러싼 과도한 마케팅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을 종합할때 내부통제가 적절한 근거와 절차를 거치고 있는 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투협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언론에 배포되는 광고성 보도자료는 협회에서 심사를 하지 않고, 각 회사에서 준법감시부서나 소비자보호부서의 사전확인을 거치도록만 되어 있다"며 "해당 내용을 언론에 배포하는 것 외에 별도의 내외부 매체에 사용한다면 투자광고에 해당해서 협회심사를 통해 검토될 수 있겠지만, 현재는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회사 표준내부통제기준의 언론 배포정보 확인사항/ 자료=금융투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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