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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민 메신저 라인, '첫눈'과 '대지진' 합작품?

  • 2013.08.23(금) 15:30

일본인 대부분 라인 이용..쉬운 메시징 강점
첫눈 개발진 작품..대지진 당시 소통채널로 부상

일본에서 불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 열풍은 대단하다. 일본 국민의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전체 인구수(1억2700만명)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5000만명. 이 중 라인 가입자 수는 4700만명으로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다 라인을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 21일 지바현에서 열린 라인의 연례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선 1300명의 협력사와 취재진이 몰려 현지에서 인기를 실감케 하기도 했다. 라인측에 따르면, 도쿄 최대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무슨 메신저를 쓰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라인이라는 답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젊은층 사이에선 명함이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대신 라인 아이디를 물어보는 것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매김했다. 라인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은 전통 축제에서 도라이몽이나 원피스 같은 토종 캐릭터들과 같은 대접을 받을 정도다.

 

[21일 도쿄 지바현에서 열린 라인 연례 컨퍼런스에는 1300명의 협력사와 취재진이 몰렸다.]


일본에서 라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쉬운 메신저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통신사 가입자끼리는 서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 대신 이메일을 작성하면 되는데 이 과정이 번거롭다. 라인은 카카오톡처럼 인터넷만 연결되면 통신사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무료로 문자 채팅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과장을 보태자면 라인은 ‘불의 발견‘과 같을 정도로 일본의 소통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인은 어떻게 '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을까. 라인은 네이버(구 NHN)가 지난 2006년에 인수한 검색엔진 '첫눈'의 기술진이 만들었다. 당시 첫눈은 '한국의 구글'로 평가받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났는데 네이버에 흡수되면서 일부 인력은 일본법인(당시 NHN재팬)으로 넘어가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해왔다.

 

이들은 원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모바일 버전을 만들려 했다. 카카오톡이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지인들 중심으로 형성되는 폐쇄형 커뮤니케이션이라면 트위터 등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팔로어(추종자)가 되면 소통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다.

개방형으로 기획했던 라인이 폐쇄형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계기가 됐다.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어도 통신 환경의 어려움으로 불편을 겪는 이재민을 보고 폐쇄형 서비스를 개발하자고 제안한다. 이러자 첫눈 개발진이 곧바로 실행에 착수했다.


그해 6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은 반년 만에 10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카카오톡이 1000만 회원을 끌어 모으는데 1년의 시간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한 셈이다. 이후 라인은 일본을 넘어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가입자 수 1억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억 고지도 넘어섰다. 증권가에선 이러한 속도라면 연내 3억5000만명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라인 세계 가입자수 추이. (도표 출처: 네이버)]


라인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라인은 태국과 대만 이용자 수가 최근 각각 1500만명을 넘었고 지난 6월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인도에선 3주 만에 500만명을 모으기도 했다.


요즘 네이버 임직원들 사이에선 "라인 없었으면 어떡할뻔했냐"는 말이 자주 오간다고 한다. 네이버로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색포털 '네이버'와 온라인게임 '한게임'을 서비스한 지 어느덧 14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후속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캐시카우라 할 게임 사업도 규제 이슈를 피하기 위해 얼마 전 떼어냈다.

가뜩이나 정치권과 보수 언론사들이 검색시장 독과점을 내세워 연일 융단 폭격을 쏟아 붓고 있는 등 어려운 시기였다. 이 와중에 라인이 이른바 '대박'을 터트리자 가라앉던 내부 분위기는 크게 고무되고 있다. 첫눈과 대지진이 빚은 라인의 탄생은 네이버로서는 천우신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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