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크롬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노트북 '크롬북'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세계 PC 3위 제조사 델에 이어 일본 주요 전자업체 도시바가 크롬북 진영에 합류했다. 크롬북은 설계 자체가 제조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 OS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크롬북 진영이 확대되면서 MS가 주름잡고 있는 PC OS 시장 독주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크롬 OS를 탑재한 크롬북을 오는 2월16일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한다. 도시바 크롬북은 화면크기가 13.3인치이며 무게는 1.5kg이다.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 하스웰(Haswell)을 탑재했고, 배터리 수명은 9시간이다.
제품 가격은 199~299달러(한화 20만원~32만원)다. 보통 윈도우 OS 기반 노트북 가격이 최소 50만원 이상에서 형성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노트북보다 오히려 구글 넥서스7 등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가격대가 비슷하다.
▲ 일본 도시바가 발표한 13.3인치 화면크기의 크롬북. |
크롬북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크롬 OS 자체가 안드로이드처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크롬북은 클라우드 기반의 컴퓨터이기 때문에 대용량의 저장 매체(하드 디스크)가 필요없다. 하드 디스크가 없는 대신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인터넷 상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접속해 사용한다.
이미 주요 PC 제조사들이 크롬북을 만들고 있다. PC 업계 '톱(Top) 3'인 레노버와 HP에 이어 얼마 전 델도 크롬북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에이서, 에이수스 등 주요 제조사들이 크롬북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번에 도시바까지 이 진영에 합류한 것이다.
크롬북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처럼 구글 앱스토어 상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태블릿PC의 벽이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구글 앱 생태계가 모바일 기기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크롬북은 지난해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NPD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미국 기업(B2B) 시장에서 크롬북의 매출 점유율은 전년동기대비 9.5%포인트 오른 9.6%를 기록했다. 크롬북은 가격이 저렴해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아마존 닷컴에서도 크리스마스 판매 인기 상품 목록에서 크롬북이 노트북 카테고리 상위 3개 가운데 2개를 기록하는 등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PC 산업은 MS가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나 현재 태블릿PC에 밀려 쇠퇴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세계 PC 출하대수는 전년동기대비 20% 감소했다. PC 산업 분위기가 침체되자 도시바는 오랫동안 협력해 온 MS 대신 구글과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PC 제조사들이 하나둘씩 크롬북으로 넘어오면서 세계 PC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