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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님'은 결코 모르는 헐값폰의 공식

  • 2014.02.12(수) 15:08

100만원 고가폰, 온오프서 헐값에
신모델 앞두고 스팟성 보조금 살포

직장인 김모씨(35세)는 지난 주말 동생 스마트폰을 수리하러 휴대폰 매장에 들렀다가 "괜찮은 조건으로 신형 모델을 살 수 있다"는 매장 직원 얘기를 듣고 자신의 폰을 바꿨다. 기존 스마트폰을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100만원이나 되는 최신폰을 거저 살 수 있다는 말에 머뭇거림 없이 계약을 해버렸다.

 

김씨가 이날 구매한 단말기는 출고가 95만원의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32기가바이트)다. KT 고객인 김씨는 SK텔레콤으로 번호를 이동하는 조건으로 70만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법정 한도액인 27만원을 훌쩍 넘는 불법 보조금이다.

 

요금제 또한 24개월 약정에도 불구하고 석달만 '월 6만9000원' 요금제에 가입했다가 이후 자기가 원하는 요금제로 바꿀 수 있게 계약했다. 김씨가 부담한 비용은 25만원. 여기에 기존 폰을 반납하면 10만원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어 결국 15만원에 최신 모델로 갈아탄 셈이다.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빼앗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김씨처럼 100만원에 달하는 고가폰을 사실상 헐값에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2일 휴대폰 매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설날 전후를 시작으로 이통사들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대규모 '보조금 살포'에 나서고 있다. 단말기 한대당 최소 70만원에서 많게는 140만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휴대폰 매장 관계자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모델을 중심으로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통사 입장에선 벌금을 각오하고 인기 모델에 보조금을 투입해 단기간에 물량을 털어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제값 내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고객은 어수룩하다는 의미에서 '호갱(호구+고객)'이 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보조금 전쟁은 이달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0일 밤시간대 유명 휴대폰 가격비교 사이트에는 번호이동 조건으로 '아이폰5S'나 '갤럭시노트3' 등을 1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스팟성 광고가 떴다. 'G2' 등 일부 모델은 사실상 공짜로 나왔다. 대당 80만~90만원의 보조금이 뿌려지자 소비자들이 우르르 사이트로 몰리면서 해당 사이트 접속이 안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네티즌들이 말하는 소위 '2.11 대란'이다.


대란은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동대문의 한 휴대폰 매장에는 새벽 시간대 번호이동 가입 신청을 하러온 이용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갤럭시S4 LTE-A(16기가바이트) 등 일부 모델에는 무려 145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말기 가격(85만원)을 빼도 60만원 가량이 남는 것이다. 구매 고객은 이렇게 남는 돈으로 기존 단말기 할부금 및 위약금을 갚을 수 있다.

 

이통사들이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10월에도 출고가 89만원대 '갤럭시S4'가 하이마트 등에서 17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후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에는 '대란급' 단말기 판매 공지가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이번 2.11 대란이 주목 받은 이유는 번호이동건수가 눈에 띄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번호이동통계에 따르면 11일 하루 동안 발생한 번호이동 건수는 총 11만 여건이다. 이는 정부가 이동통신시장의 과열 경쟁 기준으로 삼는 '하루 2만4000건' 보다 무려 4.6배나 많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SK텔레콤은 600억~800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보조금 대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하루 동안 6000여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성과(?)를 냈다. 한 휴대폰 매장 관계자는 "이날 아침부터 정오까지 대당 70만~80만원 보조금이 반짝 풀렸다"라며 "보조금이 언제 어떤 규모로 풀릴지 모르기 때문에 손님들은 미리 구매 예약을 걸어놨다 보조금이 나오면 바로 계약해 버린다"라고 말했다.

 

보조금 경쟁이 요즘들어 과열되는 것은 신형 모델(삼성전자 갤럭시S5) 출시를 앞두고 구형 모델을 밀어내려는 제조사와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이통사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휴대폰 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의류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대규모 할인에 나서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여기에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통사까지 가세하면서 휴대폰 보조금 규모가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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