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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 M&A불허]⑤'영원한 승자' 지상파

  • 2016.07.12(화) 10:59

지상파 '이통사의 방송 점령' 막아내
"미래부 유료방송 새 로드맵 만들어야"

지난해 7월27일 지상파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오전 정부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제3차 주파수심의위원회를 열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상정한 '700㎒ 대역 주파수 분배안'을 심의·확정했다. 국민의 공공 자산인 '700㎒ 대역 주파수를 당초 통신용으로 할당키로 했다가 갑자기 5개 지상파 채널에 배분키로 변경한 것이다. 논란의 과정에서 국회까지 개입하며 지상파 방송사들을 편들고 나섰다.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노골적으로 '지상파에 700㎒ 주파수를 배정하라'고 미래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올해 7월5일 지상파에 또 희소식이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했다는 소식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SBS 8뉴스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중점적으로 다뤄진 보도나 양사간 합병 관련 보도는 23건에 달했다.

 

KBS는 같은 기간 13건, MBC는 5건의 인수합병 관련 보도를 냈다. 지상파가 합병을 반대한 이유에는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방송시장까지 점령할 경우, 지상파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공정위 사무처가 합병을 불허함에 따라 지상파의 목적이 달성됐다는 견해가 주류다.

 

 
▲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불허한 가운데,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인 T타워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불허, 최대 수혜자는…

 

이번 합병이 불허로 최종 결론날 경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미치는 타격은 말할 나위 없다. CJ헬로비전 매각을 신호탄으로 삼아 순차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려 했던 케이블TV 업계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SK텔레콤의 경쟁사로 합병을 반대했던 KT와 LG유플러스도 불허판정이 마냥 좋을 수 만은 없다. 불허 판단근거가 추후 자신들의 사업추진 걸림돌로 부메랑 처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지상파는 다르다.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는 합병 불허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CJ E&M 계열의 프로그램 시청률이 급등하는 요즈음 광고매출 감소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700㎒ 대역 주파수 분배안과 공정위 사무처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불허 판정을 볼 때, 지상파의 영향력을 다시금 실감했다"면서 "이번 합병 불허시 승자는 지상파란 소리가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

 

◇ 미래부, 방송발전 로드맵 만들어야

 

만약 미래부까지 합병 불허를 확정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은 갈길을 잃고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전국사업자로 경쟁력을 가진 IPTV는 현재 전략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경영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를 비롯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여럿 케이블TV 업체들의 M&A 작업은 올스톱 될 전망이다. 케이블TV는 이동통신 결합상품판매가 불가능해 통신사와의 경쟁에서 가입자를 계속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경영 엑시트(Exit) 방법으로 강구했던 M&A가 물건너갈 경우 자구책 마련이 힘든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방송법과 IPTV법으로 이분화 돼 규제하고 있는 시장을 하나로 봐야 하는지, 점유율 및 소유 규제는 현행처럼 유지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케이블TV를 위한 결합상품 규제도 좀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산업발전을 이끌어야 할 미래부는 이번 인수합병 찬반 결과물과 함께 시장발전 로드맵도 내놓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료방송 전체의 발전을 위해 조만간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케이블TV와 IPTV는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미래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유료방송 기술규제 재편 방안도 마련하는 등 유료방송의 균형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만간 세부과제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전반적인 로드맵이 나오기 위해선 상당한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유료방송시장에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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