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가 지난 3분기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내놨다. 배터리 발화 문제로 단종된 '갤럭시노트7'은 매출 성장에 악영향이었으나 역설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여줬고, 인터넷·IPTV 등 유선 분야가 선전했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3분기 총 영업이익은 1조3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1% 증가했다. 매출액도 12조5107억원으로 0.32% 늘었다. 마케팅 비용은 1조87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직전분기 1조9191억원보다도 2.48% 감소한 수치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KT, 이어지는 호실적
KT 실적부터 보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7.0% 증가한 401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0.7% 상승한 5조5299억원, 당기순이익은 86.1% 늘어난 2345억원으로 집계됐다. LTE 보급률이 74.5%까지 확대된 무선사업의 성장세와 200만 가입자를 확보한 '기가 인터넷' 등 인터넷 사업 성장이 이끈 성적표라는 평가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KT의 이번 매출액은 여름휴가 등 계절적 요인과 갤럭시노트 7 판매 중단에 따른 상품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유무선사업 매출 증가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KT가 2분기 연속 4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1년 2~3분기 이후 5년 만의 성적이고, 연간 누적 영업이익이 3분기 만에 1조2000억원을 넘어서 작년 영업이익 1조2929억원에 근접한 호실적이라고 자평했다. 이런 까닭에 내년초 임기를 마치는 황창규 KT 회장이 만약 연임 의사를 밝힌다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관련 지난 28일 실적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신광석 전무는 "차기 CEO는 CEO 추천위원회를 통해 연말 또는 내년 초에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는 이것이 진행된 바 없고, 구체적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KT의 무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3만6298원으로 전년보다 0.3% 증가했다. KT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가운데 기가 인터넷의 비중이 24.1%에 달하면서 인터넷 부문 ARPU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전무는 "기가 인터넷은 기존 메가 인터넷보다 25~50% 높은 ARPU를 나타냈고, 분기 평균 0.5% 수준의 ARPU 성장을 하고 있다"며 "인접 서비스와의 결합률도 메가 인터넷보다 20% 이상 높다"고 밝혔다. IPTV 가입자의 12만명 순증 등에 힘입어 미디어·콘텐츠사업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15.3% 증가한 4946억원 기록했다.
KT 별도 마케팅비용은 66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6% 감소했다. 신 전무는 "4분기 실적의 변수 중 하나는 갤럭시노트7으로 인해 위축된 시장에서 아이폰7이 얼마나 활성화되느냐 여부"라며 "내년의 경우 IoT, 세컨드 디바이스 등 신성장사업에서 의미있는 규모의 성과가 실현된다면 안정적 이익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SK텔레콤, SK플래닛이 '발목 잡아'
SK텔레콤은 SK플래닛 등 자회사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13.5%나 하락한 424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2438억원으로 0.4% 떨어졌고, 당기순이익도 15.6% 줄어든 32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SK브로드밴드 등 일부 자회사는 성장했으나, SK텔레콤과 단말기 유통 자회사인 'PS&M'의 매출이 하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타사보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은 갤럭시노트7가 단종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 별도 매출은 3조1020억원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상승했으나, SK플래닛 등 일부 자회사의 영업이익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가 마케팅비용 지출에 따른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은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황근주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SK플래닛의 3분기 영업손실은 96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1억원 개선됐다"며 "SK플래닛은 올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시장 1위 사업자를 목표로 하고 있어 당분간 마케팅 강화에 따른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비용은 72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 줄었다. ARPU도 3만5471원으로 2.1% 줄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의 판매중단 여파로 마케팅 비용 안정화 기조가 유지됐으나, 아이폰7 출시에 따른 선택약정할인 가입자의 확대로 ARPU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플래닛의 목표인 전자상거래 시장 1등을 위해서는 마케팅비 지출은 필수이기 때문에 적자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분기별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T맵, T전화 등 자사 서비스의 개방 전략과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 등 미래 신사업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 LG유플러스, 3사 중 '가장 우수'…다단계 판매중단 '주목'
LG유플러스의 경우 통신 3사 중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 회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2.8%나 증가한 2114억원을 나타냈고, 같은 기간 매출액도 0.7% 늘어난 2조737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339억원으로 18.0% 증가했다. 무선 수익은 LTE 가입자 증가에 따라 전년보다 1.8% 성장한 1조3576억원을 나타냈다. 이 중 무선 서비스 수익(기본료, 통화료, 부가서비스, 매출할인, 데이터)은 같은 기간 3.5% 증가한 1조2595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선 가입자는 전년보다 4.8% 증가한 1236만 명을 기록했으며, LTE 서비스 가입자는 1071만 명으로 전체 무선가입자의 87%에 달했다. 무선 ARPU는 3만8681원으로 전년보다 2.46% 감소했다.
유선수익은 IPTV와 초고속인터넷 등 'TPS' 부문 수익증가와 전자결제 등 'e-Biz' 부문 수익증가로 전년보다 2.6% 증가한 8964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기가인터넷 가입자 증가와 IPTV 콘텐츠 플랫폼 수익증가에 기인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다단계 판매의 중단 여부는 향후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는 유료 가입자 44만 가구를 확보한 홈 IoT 분야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한국전력 지능형 전력계량인프라(AMI), 서울주택도시공사의 홈 IoT 시스템 구축 등 공공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