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벌이고 있는 SK플래닛이 올 들어서도 쉼 없는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부문을 떼어내고, 대신 e커머스와 관련 깊은 차세대 광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전날 모바일광고 네트워크 '시럽애드' 사업 부문을 떼어내 디지털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양도 금액은 19억4000만원이고, 양도 예정일은 내달 1일이다.
시럽애드는 국내 4위 규모의 모바일광고 네트워크 서비스다. 현재 3800여개의 모바일 매체와 연동해 있고 월평균 50억건의 페이지뷰(PV)가 발생하고 있다.
모바일광고 네트워크란 제휴한 사이트의 광고 인벤토리(광고 집행 공간)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제휴 사이트가 많을수록 광고 노출 효과가 높다.
국내최대 포인트 마일리지 'OK캐쉬백'과 오픈마켓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주력인 마케팅과 오픈마켓 외에도 사업 초기부터 '광고' 부문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럽애드를 과감하게 떨쳐 내는 것은 핵심인 유통 e커머스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다.
즉 기존 방식의 광고 대신 전자상거래로부터 파생하는 고객 쇼핑 정보, 이른바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세대 광고 기술에 역량을 쏟겠다는 것이다. 광고 사업 가운데 모바일 네트워크 분야를 도려내고 고객 맞춤형 광고인 '타겟팅' 고도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SK플래닛은 최근 수년간 크고 작은 사업 재편을 하고 있다. 한때 인터넷 포털 서비스와 모바일앱 플랫폼, 음악 콘텐츠, 위치기반서비스(LBS) 등 정보통신기술(ICT)와 관련한 자잘한 분야를 백화점식으로 다뤄왔으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잘하는 분야만 남기고 나머지를 정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들에 이른바 '근본적 혁신(Deep Change)'을 강조한 것과 관련이 깊다.
실제로 SK플래닛의 최근 2~3년간 행보를 보면 '군살빼기'를 위한 사업 분할이나 지분 매각이 유독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초에는 위치기반서비스(LBS)와 휴대폰 인증 부가서비스를 각각 인적분할해 모회사인 SK텔레콤에 합병했다.
같은 시기에 모바일 플랫폼 사업들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 각각 SK테크엑스와 원스토어란 신설법인을 설립했고, 국내 최대 음악 사이트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보유 주식 전량(15%)을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카카오에 넘기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모바일 동영상 호핀(Hoppin) 서비스 사업을 떼어내 SK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에 넘겼으며 포털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컴즈 보유 주식 전량을 SK플래닛의 모회사인 SK텔레콤에 이관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사업 재편과 함께 임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지난 해에는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111만주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이례적으로 단행하기도 했다. 발행가는 액면가(500원)의 51배 이상인 2만5642원으로, 유상증자로 인해 모회사 SK텔레콤의 보유 지분은 기존 100%에서 98.1%로 희석되기도 했다.
SK플래닛이 기존 사업을 떼어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내 3대 오픈마켓으로 꼽히는 11번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15년에는 100% 자회사인 커머스플래닛을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쉼없는 사업 재편으로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하면서 SK플래닛의 재무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1조6246억원)보다 4500억원 가량 줄어든 1조1773억원에 그쳤으나, 순손실 310억원을 내면서 전년 751억원의 순손실에 비해 적자폭을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