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 동영상 콘텐츠 '꼬요야 놀자'에 등장하는 꼬요 임소연 씨(왼쪽부터)와 어린이 출연자 재원(5), 다온(4), 슬희(6) 양이 함께 촬영을 하고 있다. |
"리포터 임소연보다 크리에이터 '꼬요'를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꼬요'.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꼬요!'"
어린아이와 같은 귀여운 말투, 낭랑한 목소리 만큼이나 이력이 독특하다. 제 2의 '캐리'를 꿈꾸며 어린이 전용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크리에이터 '꼬요(본명 임소연)' 얘기다.
임 씨는 스무 살 대학생 시절부터 리포터 활동을 시작해 방송 활동 경력이 14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KBS와 MBC·SBS 등 주요 지상파가 그의 주무대였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길로 들어섰다. 어린이 전문 동영상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출연까지 하는 MCN에 느닷없이 뛰어든 것이다. 임 씨는 지난해 2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는데 반응이 뜨겁다. '꼬요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의 구독자 수(2일 기준) 1만7000명, 누적조회 수 1200만 건을 돌파했다. 그동안 업로드한 영상 140여개 가운데 100만 건을 넘은 '대박급' 콘텐츠가 4개나 된다. 아직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만큼은 아니지만 키즈 콘텐츠 업계에서 주목받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임 씨는 유튜브가 지난해 8월말 개최한 '크리에이터와의 대화'란 행사에서 성공한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강연을 맡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MCN 크리에이터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홍콩 MCN 시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소속된 MCN 기획사 없이 고군분투하며 이룬 성과다.
임 씨가 지상파 방송 리포터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직접적 배경은 리포터라는 직업이 가진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 힘들게 촬영한 영상이 다른 사람에 의해 편집되는 것은 부지기수. 난데없이 리포터를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거나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되는 일도 겪었다. 자기만의 방송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칠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을 정하는 것은 쉬웠다. 키즈가 당장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작용했다.
"엄마 눈치를 보는 아이였죠.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엄마의 기대가 너무 커서 힘들었어요. 제 의견을 내 본 적도 거의 없죠. 그래서 언젠가부터 아이가 어른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 마', '아니야' 위주의 대화가 아닌 '이건 어때?', '그럴까'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끌어내어 즐겁게 놀며 공감하는 방송을 소연 씨가 지향하는 이유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봐도 좋을 영상이라는 피드백을 듣는 이유는 이런 기획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래 쌓아둔 생각에서 비롯한 방송 아이템이어서 기획은 금방 끝났지만, 실제로 제작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섭외·촬영·출연 등 모든 방송 제작 과정을 사실상 혼자 하는 것이 1인 미디어였다. 지금도 유튜브와 책을 통해 촬영·편집을 공부하고 지인의 도움도 받으면서 밤을 새워 영상을 만드는 날이 잦다.
▲ 꼬요야 놀자에 출연하는 재원, 다온, 슬희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어린이 재원, 다온, 슬희 3명과 호흡을 맞추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꼬요야 놀자를 주로 시청하는 이용자는 4~6세이고, 출연진들도 4~6세다. 미혼의 크리에이터가 이들의 각기 다른 발달 상황과 취향을 파악해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촬영 도중에 어린이들이 토라지면 달래느라 보내는 시간도 많다.
"나이별로 표현력과 상상력이 모두 달랐어요. 그런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또래 아이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기본 시나리오가 있어도 아이들의 반응이 예상 밖이어서 대부분은 계획과 다른 방송이 나와요."
하지만 꼬요와 출연 어린이들의 교감은 꼬요야 놀자에서 기획 의도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꼬요와 어린이의 교감이 원활하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영상이 나올 수가 없다는 얘기다.
"출연하는 어린이들이 즐거워야 시청하는 어린이도 즐거울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난감을 소개하더라도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하게 되고요. 어떻게든 촬영을 하는 것보다 어린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눈치 안 보고 즐겁게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해요. 말하자면 제가 엄마가 됐을 때 어떻게 애를 키울지 방송에 담게 됩니다."
이런 일을 1년 이상 하다 보니 임 씨는 방송 촬영 중에 출연 어린이의 눈을 보면서 대화하며 그들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것에 자신감이 더욱 생겼고 이런 대목이 다른 크리에이터와 다른 자신만의 경쟁력이라고 한다. "14년 동안 리포터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며 쌓은 경험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꼬요는 임 씨의 별명인 꼬마요정을 줄인 말이다. '꼬마', '요정'. 이런 말이 어색할 때까지 키즈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싶은 포부다. 규모를 키워 자체 MCN을 설립하고 캐릭터 사업을 벌이고 싶는 꿈도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꼬요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처음 품은 중심을 잃지 않고 콘텐츠를 쌓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