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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SK텔레콤 바닷속 기지국 가보니…

  • 2017.05.31(수) 09:00

인천 앞바다서 LTE 방식 데이터 송수신
'수중 고속도로' 닦아 빅데이터 퍼올려

[인천=임일곤기자] 지난 30일 인천 남항 부두에서 서쪽 방향으로 10km 떨어진 바다 위. 저 멀리 인천대교가 바라 보이는 이 곳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SK텔레콤의 '바닷속 통신 기지국' 시연장이다.

 

배에서 1m 크기의 막대기를 바닷속에 던졌다. 이 기기는 수중에서 LTE 통신 주파수를 얹은 음파를 탐지하는 수신기 역할을 한다.

 

▲ SK텔레콤과 호서대의 '수중 통신망' 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에서 데이터를 수신하는 역할을 하는 하이드로폰(음파수신기) 장비를 바닷 속으로 내리고 있다.

 

이어 배와 500m 떨어진 지점에 떠있는 또 다른 배에 전화를 걸어 문자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이 배 역시 물 속에 송신기 역할을 하는 기계를 넣어 우리쪽으로 음파를 쐈다. 10초 가량 흐르니 우리쪽 배 안에 있는 모니터에 반응이 왔다. 'Welcome press(언론인을 환영합니다)'란 메시지가 떴다.


이번엔 수온·염분·산성도·용존산소량 등 바닷속 데이터를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약 10초 정도 지나자 관련 정보가 초당 한건씩 모니터에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텍스트 말고 이미지를 보내 달라 말하자 각종 사진들도 무리없이 전송됐다.


고학림 호서대 교수는 "수중 통신 환경은 온도, 수심, 기후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SK텔레콤과 공동으로 개발한 수신 모듈은 이를 극복할 수 있어 '알파고 모듈'이라 부른다"며 "알파고 모듈은 일반 수중 통신망 기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어 경쟁력 있다"고 소개했다.

 

SK텔레콤은 국책 연구과제로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호서대 등 13개 연구기관과 함께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통신 기지국을 바닷 속에 설치하고 근처 센서들에서 수집한 정보를 물 위에 있는 부표를 통해 다시 위성과 LTE 통신망을 거쳐 지상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물 속에서는 음파를,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기술이다.

 

바닷속 통신 고속도로에 비유할 수 있다. 수중 기지국을 설치해 지름 20~30km 지역 내에서 수중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와 통신하면 간섭을 최소화하고 저전력으로 관리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음파를 활용한 1대1 통신과 비교할 때 변동성이 심한 수중 통신 환경을 극복할 수 있으며 저전력·체계적 운용이 가능해 실시간·장시간 수중 관측이 가능하다.

 

▲ 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으로 전달된 가상의 지진 경보를 특수 장비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날은 수중 기지국 대신 배를 두 대 띄워 물 속에서 데이터를 직접 송수신하는 방식으로 시연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께 서해안에 수중 기지국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수중 기지국과 센서간 통신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수중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기지국 주변 수중 소음 센서를 이용해 잠수함 등을 탐지하고 식별하는데도 이용할 수 있다.

 

고 교수는 "EU는 이미 바닷속에 센서를 설치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해 국방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서해안에서도 북한 잠수함이 자주 이동하는 경로에 통신 기지국을 세우고 이동 모습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해양 선박 사고 발생 시 수중 기지국을 사고 위치에 설치해 잠수부나 수중 로봇과의 통신에 활용할 수 있다. 또 기지국 주변에서 바닷물의 해류, 수온, 염도, 조류 속도, PH(수소이온농도) 등의 빅데이터를 확보해 수자원 보호 및 해양 환경 연구에서도 기여가 예상된다. 수중 통신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수중 확대를 위한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망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의 해안선과 해저 지형정보에 적합한 통신망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수중망과 기존 육상망의 연동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SK텔레콤은 현재 재난망(PS-LTE), 철도망(LTE-R), 해상망(LTE-M) 및 수중망(DUMCN)에 대한 독립적 설계 및 연동 설계 기술 능력을 국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센싱 기반의 IoT 망 설계 최적화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수중 통신망 설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중 통신망을 활용한 데이터 확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앞다퉈 개발하는 분야다. 미국과 유럽·중국 등은 해양환경 관측 및 연안감시, 수중 이동체 통신 등을 위한 국가 주도의 통신망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무선 방식을 혼용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수중망과 육상망을 통합 운영하고 수중 사물인터넷 지원을 위한 SUNRISE(썬 라이즈)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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