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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불법보조금 숨바꼭질 현장을 가보니…

  • 2017.06.07(수) 17:02

이통사 전산개편한 3~7일, 단말기 페이백 채팅 극성
"우주8, 아이뻐 싼 곳 어디 없나요"…불법보조금 성행

"우주8 PB37에 샀습니다. 아이뻐는 PB37받아도 기계 값 54.89는 내셔야 해요"

KT의 전산개편 작업으로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등 일부 서비스가 일시 중지된 지난 5일 오후 2시.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 게시판에는 우주8(갤럭시S8 은어)과 아이뻐(아이폰7 은어)를 PB(페이백 은어) 37만원을 받고 샀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불과 5분 사이에 게시글에는 2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들은 모두 좌표(구매한 곳) 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르면 휴대전화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최대 공시지원금은 33만원이다. 이를 넘어서는 현금지원은 불법이다. 현재 갤럭시S8 공시지원금은 6만5000~24만7000원(요금제별로 상이) 수준이다. 페이백은 공시지원금에 대리점이 추가로 현금을 고객들에게 얹어주는 제도다. 

페이백 거래는 불법이지만 고객을 끌어 모으는게 더 중요한 만큼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통신사들의 전산개편 작업으로 서비스가 일시 중지된 기간(3~6일)에 페이백 거래는 더 성행했다. 지난 달 SK텔레콤의 전산개편 작업으로 이통3사의 일부 서비스가 중지됐을 때도 페이백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서비스가 재개되자마자 번호이동 건수가 2만7000건에 달했다.

이번 KT전산개편 작업 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통3사의 서비스 중지기간 동안 뽐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800건에 달한다. 페이백 금액이 높은 대리점 정보 요청, 공유 등에 대한 게시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자가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했다는 한 게시글에 좌표를 알려달라는 댓글을 남기자 10분 뒤 쪽지 하나가 왔다. 카카오톡 그룹 채팅 주소와 함께 "여기서 좌표교류 활발해요"라는 내용이었다. 바로 해당 주소를 눌러 카카오톡 그룹 채팅에 참여했다. 방 제목은 '6월엔 졸업하자!'. 이번 달 안으로 저렴한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제목이었다.

그룹채팅 방에는 실명대신 닉네임을 사용한 204명의 대화 참가자가 있었다. 모두들 페이백을 받아 최신 휴대전화를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었다. 채팅방에는 실시간으로 적극적인 대화가 오고갔다. 5분 정도 카톡을 확인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84개의 읽지 않은 카톡 알림이 떴다. 대화는 잠 잘 시간인 새벽 3시에도 진행됐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 간 그룹채팅을 참여했는데 매번 자고일어나면 카톡의 최대 알림개수인 300개를 꽉 채웠다.

 

 

▲ 실제 페이백 정보가 오고가는 카카오톡 그룹 채팅창 [사진=김보라 기자]


정보를 알고 있는 몇 명이 카톡방을 좌우하는 분위기였다. 분당, 신도림, 인천, 대전, 부산 등 다양한 지역 대리점 정보들이 오고갔다. 대부분 정확한 가게 위치대신 '화장품 가게 옆에 있는 대리점', '야채가게 건너편에 있는 대리점' 등 간접적으로 좌표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구매자들은 지역에 상관없이 가격이 저렴한 대리점 정보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했다. 부산지역에 살고 있다는 한 카톡 참여자는 전화로 계약하고 택배로 받고 싶은데 가능한지를 물었다. 광화문에 직장이 있다는 또 다른 사람은 오후 6시에 퇴근하자마자 대리점으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구매에 적극적인 이유는 페이백 금액이 매일 바뀌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리점 주인과 고객들 간의 밀고 당기기인 셈이다. 또 대리점 간 페이백 경쟁도 있다. 다른 업체에서 갤럭시S8에 페이백 37만원을 준다고 하면 다른 쪽에서는 38만원으로 올려 카톡 채팅창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구매자들은 정보를 받아 바로 휴대전화 계약을 체결해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한 카톡 참여자는 "내일은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살 생각 있으면 지금 사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뽐뿌, 카카오톡 그룹채팅뿐만이 아니다. 가입제한 조건을 두고 더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빠삭(bbasak)이라는 사이트도 있다.

휴대폰, 전자제품 등 가격정보 공유 사이트인 빠삭에는 스노방이라는 곳이 있다. 스노방은 '스나이퍼', '노'(No), 공간을 뜻하는 '방'을 합성한 용어다. 폰파라치(이동전화 불공정행위를 신고하는 사람)들의 가입을 제한시켜 페이백 등에 대한 더 확실한 정보를 공유한다. 스노방에 가입하려면 사용 중인 휴대전화, 구매하고 싶은 휴대전화 모델을 입력하고 가입 후 15일 동안 댓글활동 등 조건을 충족해야 정보를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종의 보안유지를 위해 은어를 사용한다. 'ㅅㅋㅂㅇ'는 SKT번호이동, 'ㄲㅂㄷ'은 꽃배달로 페이백을 뜻하며 아이폰을 '아이뻐', 갤럭시S8을 '우주8', 부가서비스 없음은 '부무' 등으로 표현한다. 


7일 오전 9시. KT 전산개편 작업이 끝나고 서비스가 재개되자 카톡 그룹창에는 '정책이 안 좋아졌다'는 말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기자가 직접 확인해보니 이틀 전 37만원(갤럭시S8기준)까지 지급됐던 페이백 금액이 34만원으로 떨어졌다. 카톡창에는 "미리 예약해서 갈아타길 잘했다", "그새 3만원이 떨어졌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오고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7일 오전 전산개편 작업이 끝나고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이동건수가 순증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단속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난번 대란보다는 차분히 진행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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