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애플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가 좁아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 업계에선 신형 아이폰X(텐)의 높은 가격을 지적하며 판매 전망치를 일제히 낮춰잡고 있어 '배터리 게이트'의 여파가 최신폰으로도 옮겨붙는 등 애플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26일 인터넷판을 통해 애플이 아이폰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시켰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애플이 이용자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성능을 저하시킨 것에 대해 "분명히 불친절하고 소비자의 경험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이폰 배터리 교체에 드는 비용은 수백 위안 정도인데 비해 신형폰 구매 비용은 5000~6000위안(80만~98만원)에 이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애플이 신형 아이폰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구형폰의 성능을 일부로 떨어뜨렸다는 일부 이용자들의 주장을 동조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시장이다. 화웨이, 샤오미 등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애플 등 글로벌 제조사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애플은 지난 11월 프리미엄폰 아이폰X를 출시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애플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은 시장 공략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지난 7~9월 출하량 기준으로 5위에 머물고 있다.
'배터리 게이트'로 촉발된 애플의 위기론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폰X로도 논란이 옮겨 붙고 있다. 이 제품 가격이 최대 160만원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그에 걸맞은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아이폰X의 판매량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당초 아이폰X는 카메라 모듈 부품의 수율 및 불량 문제로 출하에 차질이 나타나면서 판매가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출하 차질 탓에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출하량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이 출하 시기 문제 때문이라기 보다 다소 비싼 가격과 기능 탓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X의 판매 가격이 부품 가격 상승에 따라 전작인 아이폰7플러스(+) 모델에 비해 무려 20% 늘어났고, 지문 인식 기능이 없고 얼굴 인식 기능만 있는 아이폰X로는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따라 증권가의 아이폰X에 대한 판매량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조정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시노링크 증권은 지난 25일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X의 내년 1분기 출하량을 기존 전망치보다 1000만대 줄어든 3500만대로 내려 잡았다. 이 증권사는 "첫번째 수요 물결은 지나갔는데 아이폰X의 높은 가격이 내년 1분기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리서치 업체인 JL워런캐피털도 아이폰X 판매량이 올 4분기 3000만대에서 내년 1분기에 25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소 요인에 대해선 '아이폰X의 비싼 가격과 혁신의 부재'를 꼽았다. 또한 "애플이 아이폰X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음에도 수요를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을 둘러싼 각종 악재가 이어지면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270억달러(약 29조원)가 증발, 지난 27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8757억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시리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