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리카(Retrica)는 2011년 박상원 대표(사진)가 1인 개발자로 시작한 카메라 앱 전문 스타트업입니다. 현재도 20명 정도가 일하는 작은 회사이지만, 전세계 200여 개국에 걸쳐 누적 다운로드 수가 3억5000만 건에 달하는 스타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전체 다운로드의 98% 이상이 외국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이란 점인데요. 특히 지난해 '레트리카 커뮤니티'를 출시, 인스타그램과 같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의 대결도 기대됩니다. 최근 구글이 개최한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박 대표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 처음부터 글로벌 노린 건 아니다
레트리카의 성공 비결이 궁금한 독자들은 좀 싱거울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레트리카는 출시 당시만 해도 글로벌 시장을 노린 게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워낙 영세한 규모로 시작한 탓에 세계 각국에 맞게 앱을 현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는 이유에서죠.
그래서 일단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사용자 환경(UI)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국가에 맞는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인종과 피부에 따라 선호하는 필터가 다를 것이라고 보고 맞춤형 필터 개발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에서 어떤 피부를 가진 사람이 어떤 필터를 쓰는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서비스에 반영하려고 했죠. 그런데 사용량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현지화 전략이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이죠.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교훈을 하나 얻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세계적으로 문화적인 통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과거엔 국가나 인종별로 선호하는 필터가 달랐다면 이제는 모두가 비슷한 취향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한국인이 만든 카메라 앱의 글로벌 진출에서 문화 차이가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는 동양 특유의 셀카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점도 흥행의 원동력이었죠.
박 대표는 "요즘 사용자들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는 것보다 사진을 SNS에 올리는 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라며 "동양권엔 자신의 모습을 찍는 셀카 문화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것이 서양에서도 확산되고 있어 카메라 앱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박상원 레트리카 대표(오른쪽 첫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구글] |
◇ 그래서 비결은 이것…
사업 초창기에 글로벌 지향성이 없었다는 것이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레트리카는 박 대표가 2011년 무렵 혼자 개발해 2012년 애플 앱스토어, 2014년 구글플레이에 출시했습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에는 뒤늦게 진입한 셈인데, 안드로이드폰이 글로벌 시장 파이를 키워 나가면서 레트리카는 구글플레이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박 대표는 "구글플레이에 제품을 올리기만 해도 세계 각국의 사용자들이 자국 언어로 번역된 버전을 볼 수 있어 자연스럽게 190개국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으로 앱이 배포됩니다"라며 "구글 플레이는 각국 시장에 대한 정보도 많이 제공하고 있어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니즈를 분석하기 용이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레트리카는 구글플레이에서만 2억50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안드로이드 특유의 단점은 극복 대상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구글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전세계에 많이 퍼져있었는데, 제조사도 다양하고 운영체제(OS)도 다양했습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앱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 부분이 잘 먹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론 레트리카의 성공이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와 같은 앱 장터에 가보면 레트리카와 유사한 카메라 앱이 무궁무진하게 많기 때문이죠.
박 대표는 '사용자 분석'을 강조했습니다. 사용자들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글로벌 사용자들 누구나 쓰기 편한 사용자 환경을 업데이트한 것이죠. 이와 함께 사용자가 앱에 어떤 경로로 들어온 뒤 앱 안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자세히 봤습니다.
레트리카는 이제 카메라 앱에서 SNS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앱 안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레트리카를 쓰는 사용자끼리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죠.
박 대표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이제는 낡은 SNS라고 단언하면서, 카메라 앱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도 서비스가 오래되면서 이를 진부하게 느끼는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다른 서비스가 필요합니다"라며 "미국에서는 동영상 SNS가 발전하고 있는데, 이른바 Z세대라고 불리는 1020 세대에게 맞게 메시징과 카메라가 핵심인 SNS를 만들고자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수 년뒤 레트리카는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