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공짜주식 스캔들'로 지난 2년간 재판을 받다 최근 무죄가 확정된 김정주 넥슨 창업자(현 지주사 NXC 대표)가 보유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창업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29일 언론사에 이메일로 보냈다. 입장문에서 "지난 2년여간 넥슨주식사건과 관련해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지난 19일 판결이 확정됐다"라며 "1심 법정에서 재판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창업자는 "지난 2월에 발표한 넥슨재단의 설립도 그 같은 다짐의 작은 시작"이라며 "저와 제 가족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용처 및 액수도 제시했다. 김 창업자는 "우선 현재 서울에만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전국 주요 권역에 설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청년들의 벤처창업투자 지원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들로 기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이와 같은 활동을 위해선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창업자가 자신과 가족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힘에 따라 김 창업자와 그의 부인 유정현 씨가 보유하고 있는 NXC 주식 매각을 통해 재원 마련에 나설 지 관심이 모인다.
NXC는 김 창업자가 지난 1989년 설립한 회사로 넥슨과 한국법인(넥슨코리아)으로 연결되는 계열사 및 해외 법인 등 총 6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그룹 정점에 있는 곳이다. 이 회사 주요 주주는 김 창업자와 그의 부인인 유정현 감사, 김 창업자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 와이즈키즈 등이다. 김정주 부부의 NXC 실질 지배율은 98.64%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유정현 감사는 넥슨(옛 넥슨재팬)의 주식 256만1200주(지분율 0.58%)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넥슨의 주가(28일 종가 1773엔)를 감안하면 유 감사의 넥슨 보유주식 가치는 45억엔(440억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NXC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NXC 지분 매각에 나설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밝힐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는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 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었다"라며 "공개적인 약속이 성실한 실행을 이끈다는 다짐으로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는 부인 유정현 감사와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다. 김 창업자는 종종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창업자는 "앞으로 전문가를 모아 투명한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기부 규모와 방식, 운영 주체와 활동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는 대학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 넥슨 주식을 뇌물로 건넸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은 지난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으나 김 창업자에게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과 김 창업자가 주고받은 금품 등에 대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판단한 부분은 확정 판결의 귀속력을 갖는다"며 "대법원 취지에 따라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작년 12월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7년을, 김 창업자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