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엔엑스씨(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골프장 사업을 접었다. 최근 골프장 사업 목적의 기업 '가승개발' 지분 전량을 매도하면서다.
김정주 대표가 가승개발 지분을 소유하기 시작한 것이 2016년이므로, 4년 만에 골프장 사업의 꿈을 접은 셈이다.
보통의 기업가가 그동안 해보지 않은 골프장 사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예약을 안 하고 골프장에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은 것 아니냐"는 세간의 눈초리도 있으나, 게임 대가의 골프장 사업은 무엇인가 다를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가승개발은 지난 4년 동안 땅을 지속적으로 사들였을뿐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별다른 행보가 없어 골프사업이 게임 DNA를 기반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더욱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지분을 가져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갈 곳은 카카오의 게임 부문 계열사 카카오게임즈의 골프 부문 자회사 '카카오VX'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NXC는 지난달 가승개발 지분 50%인 10만주를 총 60억원(주당 6만원)에 팔았다. 이를 산 곳은 '더블트리에셋'이란 곳으로 처음 알려졌다. 부동산 중개와 자문 및 감정평가를 하는 기업이기에 다소 엉뚱한 자금 흐름이었다. 가승개발이 땅을 많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관측됐다.
같은 시기 카카오VX가 가승개발 주식 11만주(지분율 55%)를 78억원에 인수하고 최대주주가 되면서 자금 흐름의 이유가 간단하게 밝혀졌다.
카카오VX는 이와 함께 100억원의 자금을 만기 10년에 이자율 5%로 가승개발에 대여해줬다.
카카오VX는 골프 예약 플랫폼 기업으로, 비대면 IT 기술과 오프라인 골프를 연결하는 지점 곳곳에서 쑥쑥 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가승개발 인수는 골프 사업 확장의 일환"이라며 "카카오VX는 스크린 골프 예약, 용품, 오프라인 골프장 위탁 운영 사업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쯤하면 가승개발의 그간 족적이 궁금하다.
가승개발은 국내 최대 게임사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와 GS가(家) 3세 경영회사인 승산과 50%씩 공동 투자한 회사다. 지난 4년간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지만, NXC와 승산의 증자와 함께 경기 용인지역 땅 1만평 규모를 사들이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골프장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됐다.
가승개발은 사업을 접기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8월만 해도 용인 지역 땅을 잇따라 매입하면서 사업 개시가 임박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달 가승개발은 용인 지역 땅 2만9330㎡ 규모의 땅을 166억7000만원에, 4129.77㎡ 규모의 땅은 17억5100만원에 사면서 "사업 영위를 위한 부동산 확보"라고 밝혔다. 토지 매입 규모는 모두 3만3500㎡에 이르므로 1만평에 달한다.
그동안 땅을 산 기록을 살펴보면 더욱 심상치 않았다.
가승개발은 지난해 말까지 용인 지역 땅 1만659㎡(3224평)을 사면서 "사업 영위를 위한 부동산 확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3000평 정도로는 골프장 사업을 벌이기에 충분치 않아 방향성이 오리무중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춘식 정산골프클럽 대표를 가승개발의 신임 대표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때도 NXC와 승산으로부터 20억원씩 추가로 받은 돈을 토지 매입에 다 쓰는 등 풍부한 자금 지원을 토대로 꿈틀댔다.
더구나 당시는 김정주 대표가 NXC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였다. 게임 대가의 이종 사업 도전에 대한 관심도 높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NXC를 통해 레고 중개사이트 '브릭링크', 노르웨이 명품 유아용품 브랜드 '스토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비트스탬프 등을 인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랬던 김정주 대표가 돌연 골프장 사업을 접은 움직임은 본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 가능하다.
지난 9월에도 NXC는 블록체인 부문 자회사 '블록체인엔터테인먼트랩'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계열에서 분리했다. 작년 말에는 레고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도 매각했다.
그러면서 넥슨은 지난해 말부터 'V4', '바람의 나라: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피파 모바일' 등의 신작 게임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1위 게임사의 입지를 확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정주 대표가 4년 동안 사모은 1만3000평 규모의 용인 땅은 카카오VX의 오프라인 골프장 사업 확대에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안을 잘 아는 NXC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함께 토지도 모두 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모회사 카카오게임즈도 카카오VX의 골프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말 5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카카오VX를 대상으로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