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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첫월급 21만원에서 배달하는 CEO로

  • 2018.06.24(일) 13:39

'바로고' 이태권 대표, '요기요'서 시리즈 A 투자 유치
"IT시스템 효율화, 대리점 대폭확대로 사업확장 계획"

▲ 이태권 바로고 대표.

 

21만6000원. 오토바이 배달(이륜차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의 이태권 대표가 첫 직장에서 1997년 1월 받은 첫 월급이다. 그는 영업을 해야 돈을 받는 출판사 영업사원이었다. 노력한 만큼 월급을 가져가는 시스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업무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4년 이륜 물류 분야 스타트업 바로고를 시작한 이유다. 배달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에 나선 뒤 서비스를 개선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 300여 대리점에서 3만여 명의 라이더가 한 달 평균 200만건 이상의 배달을 수행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오토바이 배달을 대행하는 업체가 아니라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덕에 최근 알지피코리아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총 투자 금액과 구체적 조건은 비공개이지만 2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알지피코리아는 세계적인 음식 배달 플랫폼인 딜리버리히어로의 계열사로 국내에서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태권 대표를 만나 그간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이륜 물류 분야 스타트업을 창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삶에 몰려서 단지 돈이 필요해 들어온 분들이 많았어요. 환경도 열악했죠. 시간에 쫓기고 위험하고 현장에서 폄하 받고….산업적으로 보면, 오토바이 배달이 전국에 난립돼 있어요. 이것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한다면 배달하는 분들에게 자긍심을 드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통해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많은 기업들이 저희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배달하는 분들께 더 많은 수익을 드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수익이 늘어나 여유가 생긴다면 책임감도 강해지고 사고율도 낮아질 겁니다.

-중국에선 이륜 물류 스타트업이 기존 택배 사업자를 밀어낼 정도던데, 그런 생각도 한 건지요

 

▲저희가 택배까지 하려면 택배사들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현재는 물품의 부피와 질량에 따라 개별 물품을 분리하기 어려워서 저희가 대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B2B 위주로 사업을 하는 것 같은데, 직접 B2C를 하면 사업을 더욱 키울 수 있지 않나요

 

▲2015년에 B2C를 잠깐 했어요. 2~3개월 정도. 한 지역에서 해보니 B2C는 수익을 확대할 수도 있지만 많은 자금도 필요하더군요. 반면, B2B에만 집중하면 근거리 물류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었습니다.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기사님들, 사람을 움직이는 게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B2B, 배송에만 집중하는 게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라이더를 위한 복지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들었습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하면서 벌인 기사 대상의 과감한 확장 정책과 유사한 콘셉트인가요


▲쿠팡은 월급을 주는 모델이지만, 5년 후에도 월급을 올려주기는 어려운 모델입니다. 배송 자체가 적자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저희는 기사님들께 더 많은 기회를 드리는 모델입니다. 예를 들어 기사님들에게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음식점들의 산재한 '콜'(배달 요청)을 동선상 더욱 효율적으로 더욱 많이 제공해 수익성을 높여준다는 말입니다. 사업 초기엔 저희 라이더들이 1시간에 4~7건 정도 배달했는데, 최근은 6~10건을 배달하는 경우가 나옵니다. 또한 저희는 오토바이 리스, 헬멧 배달통 등 장구류 구입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라이더에게 배달 요청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개발·개선하고 있나요

 

▲라이더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합니다. 라이더뿐만 아니라 가맹점 1만곳의 목소리도 반영하죠. 그런 결과를 매주 업데이트합니다. 그리고 저도 직접 배달을 해보면서 개선했어요.

 

-직접 배달을 해보셨나니 흥미롭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서비스 개선에 반영한 것은 무엇인지요

 

▲재작년에 주말마다 8시간씩 배달했습니다. 책상에서만 연구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배달 음식을 가지러 음식점에 갔는데, 매장 손님을 받느라 15분을 기다리게 하더군요. 15분이면 라이더가 5000~1만원을 벌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해당 프랜차이즈 사장님들 직접 만나 말했어요. 그런 식으로 하면 라이더들이 안 가려고 한다. 우리는 배달 시간을 정확히 지켜줄테니 라이더를 존중해달라고.


-경쟁 사업자 대비 차별점은 무엇인지요

 

▲가장 큰 차이는 저희의 사업이 라이더에 포커싱돼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기사분들의 사고율이 낮아지고 수익률은 좋아질까 거기에 모든 걸 다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업자를 경쟁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같이 클 수 있습니다. 뺏고 뺏길 것도 없이 빠르게 성장중인 시장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저희는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습니다.

-라이더가 핵심 자원이므로 당연한 방향이지만, 좋은 방향성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드리면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해도 기업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로 고민도 해봤어요. 나는 왜 이럴까. 자선사업가냐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100명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을 때 3명이 알아준다면, 1만명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300명이 알아주는 것 아니냐,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 기업도 크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알지피 코리아로부터 투자받았습니다.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동안 열심히 해온 것이 빛을 발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2015년에도 투자하겠다고 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좀 더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좀 더 당당하게 투자받고싶어서 거절했습니다. 사업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내가 고민이 많은데 남의 돈 갖고 사업을 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투자를 받았으므로 알지피 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 배달통 등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집중할 계획인지요


▲신규 아이템을 만들 것입니다. 좀 더 '딥'(깊게)하게 협력할 것입니다. 양사는 시너지 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지만, 그런 사업들을 2~3개월 안에 오픈할 것입니다.


-협력 강화와 별도로 투자금은 어디에 집중적으로 쓸 방침인지요

 

▲IT 시스템에 집중적으로 들어갈 겁니다. 기사분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에도 쓸 계획이고요.

-이륜 배달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피자, 초밥은 배달 단가가 비쌉니다. 동시 배송이 어렵기 때문이죠. 이런 다양한 물품이 배달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비 올 때 눈 올 때도 가격이 달라집니다. 배달 하나에 1~2시간 걸리는 경우 지금도 나오잖아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정말 부족합니다. 올해는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배달 시장은 18조~2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입장벽은 높습니다. 라이더를 확보·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죠. 다만 이같은 시장이 가능하려면 소비자가 라이더에 내는 돈이 늘어나야 합니다. 최근에 교촌치킨이 배달료 2000원을 받는 모델을 시행했는데, 이런 작은 돈이 기사들의 목숨을 살리고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도 빠른 배달을 통한 혜택을 누릴 수 있죠.

 

-중장기 사업 확장 계획은 무엇인지요

  
▲아직 중장기 사업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대리점을 600~800개 정도로 확대해 더욱 촘촘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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