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기존 블록체인의 발목을 잡아왔던 느린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블록체인 전용 통신망을 공개했다. 이를 지금의 인터넷 서비스에 적용하면 네이버 같은 포털에 번거로운 절차 없이 로그인할 수 있으며 해킹 위험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KT는 블록체인을 차세대 기술인 빅데이터와 로밍, 인공지능(AI)에 접목해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T는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초로 통신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KT 네트워크 블록체인’을 공개했다. 이는 전국에 위치한 KT 유무선 통신망 장비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 기존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개념이다.
블록체인은 투명성과 보안성에 강점을 갖고 있으나 실생활에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래 처리 속도가 느려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코인인 비트코인은 초당 거래속도(TPS)가 4TPS에 그쳐 은행권 등에서 요구하는 속도(1만TPS)에 크게 못 미친다.
KT는 자사 통신망을 블록체인 전용망으로 업그레이드,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사업화에 최적화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기존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한계였던 상대적으로 낮은 투명성과 보안성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문정용 블록체인사업화 TF장은 "현재 KT 블록체인의 성능은 2500 TPS이지만 올해 말까지 1만 TPS를 구현하고, 내년말까지 10만 TPS를 달성할 수 있다"라며 "이는 기존의 수직적 블록 검증 방식에서 벗어나 동시다발적으로 검증 가능한 병렬 방식을 사용하는 차별화된 알고리즘을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기술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선 KT 외에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 사업자들이 동일한 장비로 통신망을 개선해야 가능하다. 이에 대해 KT측은 "쟁점이 있을 수 있어 국제통신기구에 이 기술을 제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K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인터넷 서비스에 적용, 별도의 로그인 없이도 바로 본인인증이 가능한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이용하면 블록체인 고유 ID를 받아 번거로운 인증 절차가 필요없다.
예를 들어 네이버 같은 포털에 접속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없이 곧바로 로그인이 가능하다. 또한 자신의 IP를 숨길 수 있어 해킹과 개인정보 도용, 디도스(분산서비스공격)와 같은 공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KT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계획도 소개했다. 우선 블록체인을 공공분야에 적용, 지역화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소비를 살려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고 음성적 유통 등을 근절해 자원의 선순환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KT는 이미 김포시와 KT엠하우스가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발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른 지자체들에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차세대 기술인 빅데이터, 로밍, AI 등에도 접목하여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KT 블록체인을 로밍에 적용하면, 통신사간 로밍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통신사간 교환하는 사용내역 데이터를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으로 각각 자동으로 검증·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오류가 없다면 실시간 정산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블록체인 기반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글로벌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에 적용해 보안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헬스기록 관리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해 개인 의료기록 보관 및 전송 문제를 해결해 원격의료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KT는 블록체인 기술 개방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국내 블록체인 시장 규모를 1조원까지 성장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KT는 36개사가 가입된 ‘KT 블록체인 에코 얼라이언스’를 AI, 보안 등 KT가 협력중인 전체 에코 얼라이언스로 확대하고, 사업적 지원을 병행키로 했다. 중소 협력업체들의 블록체인 사업화를 지원하고, 관련 사업역량 확보를 위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KT 플랫폼사업기획실 김형욱 실장은 “KT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ICT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앞으로도 KT는 블록체인 기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여 국가 산업발전과 국민생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도 지난 4월 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KT가 네트워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면 SK텔레콤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자산 관리 및 인증, 지불 서비스 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