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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소비]上 이윤추구를 2순위로 미룬 기업들

  • 2018.09.05(수) 15:44

모어댄·동구밭·비타민엔젤스, 사회적기업 관심↑
매출기반 약한 사회적기업 돕는 SK스토아
가치소비문화 확산시 상생 생태계 넓어져

기업의 첫 번째 목표는 이윤창출 이다. 하지만 요즘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결과 가운데 배분이 공정했는지에 대한 책임도 함께 요구받는다. 단순히 생산자·소비자 만의 이분법이 아니라 국민·사회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적 역할이 부각된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이윤창출과 사회적가치를 공존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편집자]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에 가면 다소 낯선 브랜드(continew·컨티뉴)의 백팩이 눈길을 끈다.

 

명품은 아니지만 버려지는 물품을 가치 있는 제품으로 재생산 한 업사이클링 백팩이다. 최근 유명인사와 아이돌이 착용해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을 만든 모어댄(MORETHAN)은 사업 목적과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까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면서도 경쟁력을 갖춘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 모어댄이 버려진 자동차 에어백으로 업사이클링 한 백팩

 

환경문제가 중시되면서 친환경 세제를 선보이는 기업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좀더 구체화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가 있다. 동구밭 이다.

 

동구밭이 만든 설거지 워싱바(세정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일하는 건강한 일터에서 생산됐다. 때문에 건강한 사회관계를 우선하면서도 제품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분류된다.

 

특히 동구밭은 국내 최대 사회공헌연합체인 행복얼라이언스 참여사로서 아동건강을 위한 행복상자 물품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만든 동구밭 워싱바

 

비타민을 한 상자 팔 때마다 소외계층에게 비타민 한 상자를 기부한다면 과연 회사경영은 유지될 수 있을까.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사세를 키워가고 있는 기업이 있다. 

 

실제로 비타민엔젤스는 제품 하나가 판매될 때 마다 결식아동, 미혼모, 독거노인 등 국내외 소외계층에게 비타민 하나가 기부되는 원포원의 가치를 실천한다.

 

▲ 비타민엔젤스의 나눔비타민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윤을 내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다했다고 봤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가치를 나누는 역할까지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가치를 실천하는 방식도 단순 기부활동에서 벗어나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모델로 변모 중이다. 모어댄, 동구밭, 비타민엔젤스 모두 비슷한 사례의 사회적기업들이다.

 

◇ 돈 보다 가치 중시하는 기업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7년 실시한 '착한 소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90.8%)은 '자신의 소비가 남을 돕는데 쓰이는 것은 뿌듯한 일이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데 공감을 나타냈다.

 

이런 소비자 인식 변화에 따라 사회적기업도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중소 규모의 사회적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CEO급 경영회의에서 프랑스 철학자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말을 빌려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목표로 할 경우 사회 전체의 효율성 및 생산성이 감소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개인에게도 손해가 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1835년 프랑스 철학자가 처음 제시했을 만큼 역사적으로 오래된 이 이론이 실증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며 "결국 사회와 고객에 친화적인 기업은 단기적인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긍정적인 평판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성장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웨덴 ABB, 인도 보텍스, 일본 도요타 등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전력·자동화기술로 유명한 다국적기업 ABB는 발전, 송변전, 자동화시스템 등 각 사업관리자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관리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고객이익과 ABB그룹 전체이익에 같이 기여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만약 실무진 선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이사회에 상정해 조정한다.

 

현금입출금기(ATM) 생산업체 보텍스는 인도 빈민마을에 문맹자용 ATM을 보급하면서 인도사회의 빈부 문제해결에 나섰다. 인도는 12억명 인구의 상당수가 문맹자이자 빈곤자다. 때문에 기존 금융사들은 이들에게 뱅킹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보텍스는 이들의 빈곤탈출을 위해선 비록 ATM이라도 저축·대출 등 뱅킹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졌다.

 

◇ 중소 사회적기업 돕는 대기업까지

 

▲ SK스토아 '유난희의 굿즈' 방송장면

 

T커머스 쇼핑업체 SK스토아는 지난 4월 착한소비를 실천하는 유통 플랫폼 성장을 위해 '유난희의 굿즈'라는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유난희씨는 홈쇼핑 업계 20년 경력을 바탕으로 한 국내 톱 쇼호스트다.

 

SK스토아는 자사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상품판매만 지향하는게 아니라 사회적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물품을 판매해 이윤과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사회적기업 물품방송 땐 판매수수료도 낮추고 방송제작비 지원도 하고 있다.

 

SK스토아는 4월부터 지금까지 모어댄·동구밭·비타민엔젤스 등 3개 사회적기업 제품을 판매방송했는데 이중 모어댄의 컨티뉴 백팩은 '유난희의 굿즈' 방송을 통해 600세트 한정판이 모두 판매됐고, 이후 제주공항 면세점까지 입점하게 됐다. 동구밭 워싱바는 방송 이후 중국으로 판로를 열어주겠다는 무역업자가 나타났을 정도다.

 

사회적기업 물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남다르다.

 

SK스토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홈쇼핑 판매에선 소비자가 요구한 수량보다 더 많은 수량을 보내는 오배송이 여러건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상당수 소비자는 모른척 소비하기 마련이다"면서 "하지만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경우 초과 수량이 배송된 경우 100%에 가깝게 제품을 돌려보내는 사례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즉 착한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은 제품·가격 측면보다는 소비 자체에 만족감을 얻기 때문에 오배송에 따른 반송까지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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