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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비스 중단의 나쁜 사례가 된 싸이월드

  • 2019.10.15(화) 15:04

지난주 예고없이 서비스 중단
15일 재접속 가능하지만 도메인 다음달 만료

싸이월드 웹사이트

인터넷 기반 서비스 산업에선 수 많은 서비스들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실패를 도전으로 여기는 IT 창업 생태계에서 실패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실험해보지 않고서는 성공할지 실패할지 장담하기 어렵고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변해 한순간도 감을 놓치지 않고 있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인터넷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자금도 많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는 구글도 여러 서비스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도 다수의 서비스를 런칭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없애기도 한다.

싸이월드도 실패했다. 시작은 성공적이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SK텔레콤에 인수된 후 2011년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함께 모바일 시대 대응이 늦어지면서 사용자들은 다른 SNS로 이동했다. 이후 싸이월드는 2014년 임직원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분사하면서 독립 법인으로 재탄생했다.

예전 프리챌 대표였던 전제완 에어라이브 대표가 싸이월드를 인수하고 삼성벤처투자가 투자하면서 뉴스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종료했다. 올해 초 자금이 부족해 암호화폐 '클링'을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앞서 언급했듯이 실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싸이월드의 실패하는 과정은 문제가 됐다.

지난주 싸이월드는 아무런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접속을 차단하고 이에 대한 입장도 없었으며 문의할 수 있는 경로도 없었다. 지난 주말, 과거 추억이 담긴 사진과 글들을 되찾지 못할까봐 싸이월드 사용자들은 우려가 높았다.

싸이월드의 이러한 태도는 싸이월드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나쁜 선례로 남게 된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데이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없이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사용하던 서비스가 종료될 때 서비스 제공업체는 사전 예고를 하고 데이터를 백업할 시간을 줬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서비스가 아무런 공지 없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싸이월드를 통해 내가 사용하던 서비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경험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사업을 폐지하려면 예정일 30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가입자들이 요구하면 각자 자기 정보를 잘 가져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매기는 수준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다.

또 싸이월드는 지난 1분기 5억원 규모의 가상화폐 '클링'을 발행했다. 클링은 싸이월드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도토리'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개념이다. 즉 클링은 싸이월드에서 사용하는 화폐로 싸이월드가 없어지면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클링은 화폐로서 활용해보지도 못했다. 싸이월드를 믿고 클링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하루아침에 자산을 잃게 되는 셈이다.

다행히 15일 싸이월드는 재접속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언제 다시 접속이 안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상존한다. 싸이월드 주소 도메인은 다음달 12일 만료될 예정이며 싸이월드는 현재 회사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싸이월드는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사용자들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됐다. 최소한의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서비스 중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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