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우편이 이메일로 전환된 사례는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 DX가 과거에 종이로 받던 우편을 이메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를 불러왔죠. AX는 이메일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AI 기술은 수신된 이메일을 기반으로 '요약해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을 알려줘'라고 주문하면 자동으로 검토·요약까지 해주니까요."
지용구 더존비즈온 성장전략부문 대표(부사장)는 활짝 열리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기업의 대응 전략을 묻자 이같은 예를 들었다. 그는 "DX가 기존의 수동적, 아날로그 작업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라면, AX는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처리해 더 효율적이고 지능적 방식으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 대표는 "이메일 사례는 기술이 단순히 디지털화에 머무르지 않고, AI를 통해 사용자 경험(UX), 직원 경험(EX), 고객 경험(CX)을 모두 혁신하는 단계를 보여준다"며 "다만 종이(종이 우편)를 디지털화(이메일)한 DX가 선행되지 않으면, AX를 바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더존비즈온은 올해부터 핵심 사업 전략을 DX에서 AX로 확 바꾼 바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AX, beyond DX'를 공개하고 신규 AI 서비스를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DX를 뛰어넘어 AI 전환을 이끄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전세계에 AI 쓰나미를 일으킨 '챗GPT'를 선보여 산업계 곳곳의 변화를 부르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지 대표는 "AI는 최소한의 노력이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며 "걱정보다는 기대되는 일, 가슴이 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AX를 안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다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내부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디지털 정보를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디지털 전환이기도 한데, 이런 것이 잘 된 회사가 AI 전환이 쉽고 효과도 크다"고 했다.
더존비즈온은 자사 핵심 솔루션에 AI를 통합해 제공하는 신규 AI 서비스를 출시하며 독자적인 AX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이다. ERP(전사적자원관리), 그룹웨어 등 기업 내부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해 경영과 업무 혁신을 지원하는 AI 서비스에 이어 산업·공공·의료 영역에서 데이터를 손쉽게 수집·분석·가공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AI 기반 혁신 플랫폼도 선보였다.
지 대표는 "ERP, 그룹웨어, 문서 관리, 업무 솔루션 등 모든 프로세스에 AI를 집어넣고 AI와 만나게 했다"며 "이를 통해 의사결정을 더욱 빠르게, 업무는 더욱 편리하게 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이러한 AX 시장에서 선두 역할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더존비즈온은 오픈AI를 필두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대규모 자본력을 기반으로 시시각각 쏟아내는 생성형 AI 모델과의 직접 경쟁보다는, 이러한 엔진을 국내 기업·직장인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는데 주력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구글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오픈AI의 '소라', 'GPT 4-o'가 공개됐고 최근에는 앤트로픽이 '클로드 3.5', 메타의 경우 '라마 3.1', 아마존 '노바' 등 수많은 AI 모델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 대표는 "자동차 엔진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삶에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AI 개발 회사라기보다는 AI 전환 회사라는 포지션을 취해 최고의 AX 사례들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KT와 같은 길을 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지속 업그레이드하는 네이버처럼 독자적 모델을 묵묵히 개발하는 국내 기업도 존재한다. 지 대표는 "독자적 길을 가는 것과 힘을 합치는 전략 사이에 정답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근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무·회계 영역에 강점이 있는 더존비즈온은 AI 시대가 왔다는 이유로 본업을 포기하고 가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진화·발전하면서 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영은 하나만 하면 되는 게 아닌 종합예술의 영역"이라고 했다. 경영자는 제조·영업·구매·생산원가·물류 등 다양하고 복잡한 영역을 모두 놓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 대표는 "더존의 주력인 세무·회계 솔루션은 모든 산업에 범용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고, AI는 이런 과정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여줄 수 있으므로 정말 다양한 기업·사업자의 AI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른바 '돈버는 AI'는 산업계의 화두다. 미래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서비스 개발도 좋지만, 사업은 일단 돈을 벌어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존비즈온은 성과를 내고 있을까. 지 대표는 "소프트웨어 시장은 설치형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형으로, 이제는 구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더존비즈온도 'ONE AI'라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3분기까지 더존비즈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6분기 연속 성장 기조를 이어왔다.
구체적으로 ERP(회계·세무·인사), 그룹웨어(이메일·메신저·전자결재), EDM(전자문서 생성·저장·관리) 등 클라우드 솔루션 매출이 크게 향상됐고, 핵심 솔루션 'Amaranth 10'과 신제품 'OmniEsol'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여기에 더해 AI 솔루션 'ONE AI'가 출시 4개월 만에 1000개 이상의 기업과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내면서 DX(클라우드 전환)가 AX로 넘어가는 모습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ONE AI는 회계 프로그램을 담은 클라우드·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WEHAGO T'에 결합된 세무·회계 전문 생성형 AI 서비스다. 생성형 AI가 학습하는 일반 지식은 물론 세무·회계 지식과 WEHAGO T에 실시간으로 생성된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세무·회계사무소별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지 대표는 "기존 제품이 고장 나지도 않았는데 AI 기능을 갖춘 신제품으로 바꾸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생산성이 증가하고 가치가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성장하는 기업,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민첩성이란 속성이 있는데, AI가 이런 민첩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이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AX 사업에서 가장 큰 도전과제로는 AI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지 대표는 "AI 리터러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가 중요하다"며 "AI에게 좋은 질문을 하는 것, AI를 통해 좋은 품질을 낼 수 있는 개인역량 개발, 리더십의 변화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경영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각자 전문 영역이 중요했지만 AI 시대에선 총체적 역량이 중요하다는 게 지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CTO(최고기술책임자), CEO(최고경영자)가 서로의 역량을 모르거나, 기술은 CEO의 영역이 아니라고 봤다"며 "하지만 이제 AI의 도움을 받으면 서로가 배우지 않은 영역을 넘나들며 해낼 수 있게 됐기에 총체적 경험을 하는 CXO(Chief Experience Officer)의 시대가 됐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최고경영진이라면 AI를 더욱 자주 접하라고 조언했다. 지 대표는 "저는 개인적으로 AI 서비스를 하루 3시간 이상 쓰면서 회의, 리서치, 의사결정의 시간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경험을 하고 있다"며 "자동차를 사기 전에 남이 운전한 경험만 듣고 살 것인가, 아니면 시운전을 직접 해보고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AI 시대가 되면서 느린 결정이 위험한 시대가 됐다"며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AI가 빅데이터를 자원으로 가동되는 만큼 기술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도 중요한 요소다. 지 대표는 "개인정보보호는 AI 시대에서 중요한 원칙이란 점은 변함이 없지만, 보호하는 방식을 너무 강화하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기술의 활용성을 제한되는 등 양측은 창과 방패와 같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도 AI로 극복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내부통제체계를 통해 균형을 갖추면서 어떻게 AI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 노력해야 AI 시장에서 빠르게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더존비즈온은 빅데이터와 AI 기술 기반으로 혁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4인터넷전문은행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지 대표는 "단순히 편의성을 더하는 은행이 되고 싶다는 개념보다는 다양한 데이터와 똑똑한 AI를 통해 좋은 의사결정을 돕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며 "더존이 갖고 있는 수많은 기업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훨씬 좋은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고 더존의 각종 솔루션과 융합되면 진정한 혁신금융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에게 동맥경화가 치명적이듯 기업 활동에 '돈맥경화' 현상도 위험한 만큼, 이제는 기업 밖에 있는 은행의 시대를 넘어 데이터와 똑똑한 AI 에이전트가 있는 기업 안으로 은행(뱅크)이 들어가야 할 때"라며 "기업의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정확한 신용평가와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더존비즈온의 혁신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더존비즈온을 세무·회계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인지한다. 이러한 근본을 잊지 않되, AX라는 표현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사용한 기업인 만큼 앞으로도 AI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AI 시대의 경쟁자는 저희 자신이다. 지속적인 혁신으로 'AX=더존'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