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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해 10주년]⑤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

  • 2020.03.20(금) 16:29

글로벌 성과 부진 한계점
'콘텐츠로 승부 중'…사용자 만족도 높여야

우리나라에서 "카톡해"라는 말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언가를 검색할 때 '구글링한다'라는 말을 쓰듯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상대방에서 메시지를 남길 때 '카톡해'라는 말을 쓴다. 카카오톡이 국내 메신저 중 최고의 서비스라는 걸 증명하는 단어다. 카카오톡이 출시된 지 10년 만이다. 시작은 소통을 위한 작은 모바일 메신저였지만 10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기능들이 결합되고 스마트폰 생활을 넘어 일상생활의 중심이 됐다. 10년간의 카카오톡 및 카카오의 성장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일군 성과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공략은 과제로 남아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한다면 회사 성장에 제한이 따르는 것은 물론 글로벌 사업자들의 공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어서다. 카카오톡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서비스 초창기부터 해왔기에 성과가 나올 시점이 됐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톡 10년을 다룬 이번 기획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카카오가 진행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중점적으로 알아봤다.

◇ 초기부터 글로벌 공략했지만…

2011년 1월14일 흥미로운 보도자료가 도착했다. 카카오톡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4개국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깜짝 놀랐다. 당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업계는 어떤 앱이 1000만 가입자를 가장 먼저 돌파할지, 그러니까 어떤 곳이 대세인지 관심이었는데 해외 성과라니.

카카오톡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다운로드·가입자 규모와 관련 수많은 사업자들과 여전히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에서 다운로드 1위를 했다는 소식은 시장에 미치는 의미가 적지 않았다. 모바일 메신저와 같은 플랫폼은 더 많은 사람이 쓰는 것으로 급격히 쏠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내용을 상세히 파악하고 싶었다.

당시 카카오톡을 이끌던 이제범 대표와 통화했다. 그는 "다운로드 건수가 약 1만3000건"이라고 밝혔다. 아주 적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숫자였다. 애매했다.

이후로도 카카오톡은 수시로 다운로드·가입자 수를 언론에 알렸고, 결국 역사를 썼다. 그해 7월에 무려 가입자 2000만명을 넘었다. 그해 4월 1000만을 넘은지 불과 4개월만이었다. 이때도 400만명은 해외에서 기록된 것이라고 카카오는 발표했다.

당시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글로벌 공략이 본격화되는 올해 목표를 4000만명 확보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4000만명 달성은 2012년 3월에 해냈고 이후 계속 성장하며 사실상 전국민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했다.

그런데...

글로벌 공략은 여전히 애매한 상황이다. 중동의 1만여 다운로드, 해외 400만명은 어디로 간 것일까.

◇ 실적·MAU도 부진…콘텐츠로 승부

카카오는 일본 법인을 2011년 7월 설립했는데, 2010년 3월에 등장한 앱 치고는 외국 공략이 빠른편이었다.

실적은 부진했다. 카카오 재팬의 2018년 당기순손실은 381억원에 달해 2017년 순손실 217억원에서 손실이 확대됐다. 중국법인 '베이징 카카오'도 2018년 당기순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부진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투자의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이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은 외국에선 힘이 없는 것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톡은 작년 기준 가입자 87%가 국내에 몰려있는데, 국외 월 활성 이용자수(MAU)도 하향 추세다. 카카오의 국외 MAU는 작년 664만명이었는데, 이는 2015년 827만명에 비해 20%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다 실적도 좋지 않으니 국외 MAU 상당 부분이 재외동포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을 정도다. 참고로 외교부에 따르면 재외동포 규모는 작년 749만명으로 2015년 719만명 대비 4%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강력한 카카오의 약점 중 하나는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시장이 국내에 한정되면 성장성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글로벌 플랫폼의 공략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니다. 그러나 토종 SNS 싸이월드가 글로벌 SNS 페이스북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 경험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바일 메신저 자체로 외국 진출은 어려움이 많다는 분석이다. 가까운 일본은 네이버 라인이, 중국은 텐센트 위챗이 이미 뿌리내렸다. 다른 지역은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와 같은 미국발 글로벌 단위 서비스가 뻗어가는 중이다.

카카오는 콘텐츠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일본 시장을 공략중인 웹툰 플랫폼 '픽코마'의 경우 2019년 연간 거래액이 전년보다 130%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올해는 대만, 태국, 중국까지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캐시카우인 게임 부문도 엑스엘게임즈 인수를 통해 게임 사업 전 영역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멀티 플랫폼 게임 기업으로 입지를 공고히 할 구상이다.

◇ 잦은 오류·사용자 이탈…보완점들

카카오톡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지만, 미래 고객인 10대 이용자 저변이 부진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카카오톡은 10년 전 '힙'(유행을 앞서가는)한 앱이었지만, 여전히 힙하진 않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부모 등 어른을 피해 다른 메신저를 쓰는 수요도 있다. 10대들은 "카톡해"보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뜻하는 "페메해"가 익숙하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안정적일까. 페이스북은 라인이 군림하던 동남아시아 시장을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로 잠식해가고 있다. 국내 시장도 그리 되지 말란 법칙은 없다.

2014년 검찰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텔레그램 등으로 이탈하는 사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텔레그램 혹은 다른 모바일 메신저가 국내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 상태였다면, 대세가 넘어갈 수도 있는 아찔한 사건이었다. 포털 업계에선 다음과 네이버의 순위가 역전된 경험이 있다.

카카오톡의 잦은 오류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카카오톡은 10주년을 앞둔 지난 17일에도 메시지 수발신이 원활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2011~2012년 카카오톡의 인기가 폭발하던 시기에도 이런 일이 잦았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이용자들은 훌륭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카카오톡은 한국인 대다수가 이용하는 초대형 소통의 창구가 됐다는 점에서 사소한 실수로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정부가 진행한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인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 자체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2위 포털로 밀린 뒤 카카오에 인수된 다음(daum), 사실상 명맥만 유지중인 싸이월드가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톡 10주년을 기념해 직원들에게 "사회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서 카카오의 향후 10년이 보인다. 사업이든 서비스든 조직이든 내부의 다양한 문제와 함께 외부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카카오톡이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이용자의 응원을 받는 기업이 되는 길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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