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3일 이임식을 끝으로 물러나고 구현모 사장이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공식 선임된다.
이로써 황 회장은 2014년 1월부터 6년 동안 재직하면서 KT 민영화 후 가장 임기가 길었던 수장으로 기록됐다. 삼성전자 CTO(최고기술경영자) 출신의 황 회장은 '황의 법칙' 등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를 받았던 외부 인사였다.
반면 구현모 신임 CEO는 KT에서 30년 넘게 재직한 내부 인사다. KT 내에서도 여러 조직을 거치며 누구보다도 KT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조직 전문가이자 전략가로 꼽힌다.
지난 6년 황창규號, 어떤 변화 있었나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23일 이임식을 가졌다. KT가 전임 수장에 대해 이임식을 치른 건 15년 만이다.
6년 전 황 회장은 '글로벌 넘버원'을 강조하며 취임했다. 그의 첫 행보는 전임인 이석채 전 회장 색깔 지우기와 함께 통신부문 경쟁력 강화였다.
황 회장은 KT가 2010년부터 추진하던 BIT(Business & Information System Transformation) 사업분야를 비롯해 비통신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이석채 전 회장이 영입한 인사 대신 KT 출신 임원을 대거 중용했다.
또 그동안 사업 다각화를 위해 '탈통신' 전략을 세우면서 통신 분야는 다소 소홀했다는 지적을 만회하기 위해 통신분야 경쟁력 회복에 힘썼다.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은 물론 2015년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세계 최초 5G'를 선언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인공지능(AI)를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AI 셋톱박스 '기가지니'를 출시했다.
통신부문 경쟁력을 다시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 ICT 기반 융합을 통해 ▲스마트에너지 ▲차세대 미디어 ▲통합 보안 ▲지능형 교통 관제 ▲헬스 케어 등 5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구현모號, 무엇이 달라질까
구현모 CEO는 황 회장의 색깔을 지우기보다는 기존 바탕을 이어받아 더욱 단단한 KT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통신 경쟁력 강화는 지속하면서 통신 및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산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포함한 디지털 혁신을 담당하는 AI/DX 사업부문도 신설했다.
특히 구 CEO는 그동안 KT가 구축했던 기술과 서비스를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다.
구 CEO는 취임 후 이뤄진 첫 외부 활동이었던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회에서도 새로운 혁신이나 변화에 대한 다짐보다는 "고객과 더 밀착하고 KT 안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민첩하게 제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조직개편의 키워드도 ▲빠르고 유연한 고객 요구 수용 ▲5G 및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혁신 가속화 ▲글로벌 수준의 준법경영 체계 완성이다.
KT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 분야 넘버원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기술개발 분야에 많은 관심을 뒀다"고 밝힌 뒤 "구현모 CEO는 30년 이상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이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전략을 짜는 전략 및 조직 전문가로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KT는 기술을 다져왔으니 이제 고객에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고 효율성을 높여 통신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AI와 디지털융합을 통해 회사 역량을 쌓아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