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020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구현모 호(號) 체제'를 갖췄다. 차기 CEO(최고경영자)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이 사전 예고한 것과 같은 '고객 중심' 조직으로의 변신이다.
앞서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CEO로서 첫 외부 활동에 나선 구현모 CEO 내정자는 "고객들과 더 밀착하고 KT 안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민첩하게 제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회장 직급을 없애고 구현모 사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더 젊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주총 및 이사회 의결후 정식출범할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을 뒷받침하는 체제가 됐다.
KT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위한 미래사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젊은 인력들이 대거 승진했고 임원의 연령대와 숫자도 크게 줄였다.
고객 중심 변화…AI 기반 혁신
이번 조직 개편은 ▲빠르고 유연한 고객 요구 수용 ▲5G 및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혁신가속화 ▲글로벌 수준의 준법경영 체계 완성에 중점을 뒀다.
먼저 고객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위해 영업과 상품∙서비스 개발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통합했다. 기존 커스터머&미디어부문과 마케팅부문을 합쳐 커스터머 부문을 신설, 소비자고객(B2C) 분야를 전담하도록 했다. 5G, 기가인터넷을 중심으로 유무선 사업과 IPTV, VR 등 미디어플랫폼 사업에 대한 상품·서비스 개발과 영업을 총괄한다.
기업고객(B2B)과 글로벌고객(B2G)을 담당하던 부서도 '기업부문'으로 통합해 국내외 기업고객들의 요구를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했다. 기업고객들의 디지털 혁신 활성화와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고객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업과 네트워크로 나눠져 있던 각 지역본부도 통합했다. 전국 11개 지역고객본부와 6개 네트워크운용본부를 6개 광역본부로 합쳐 고객 서비스와 기술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일상과 업무에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되는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AI/DX사업부문도 신설했다. 5G 통신 서비스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기술을 통합해 소비자 및 기업 고객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AI/DX융합사업부문장에는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로 전홍범 부사장을 보임했다. 전홍범 CDXO는 디지털혁신 사업모델을 만드는 선임 부서장으로서 소프트웨어 개발부서와 협업을 주도하는 등 KT의 디지털혁신을 책임지게 된다.
또 그동안 비상설로 운영하던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상설화해 준법경영을 강화한다. 새로운 CEO를 맞아 글로벌기업에 걸맞은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를 한층 강화했다는 것이 KT 측 설명이다. 이를 이끌어갈 수장인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는 이사회 동의를 얻어 선임할 예정이다.
KT는 CEO가 직접 주도할 미래를 위한 3대 핵심과제로 ▲AI 및 클라우드 분야의 핵심인재 육성 ▲고객발 자기혁신 ▲사회적 가치를 선정했다. 이를 지원할 CEO 직속조직으로 '미래가치TF'를 신설하고 TF장으로 김형욱 전무를 선임했다. 미래가치TF는 혁신의 컨트롤 타워로 KT의 변화를 이끌 예정이다.
복수 사장 체제…젊고 슬림한 '실무형 조직'
임원인사에서는 사장 1명, 부사장 2명, 전무 5명이 승진했으며, 상무 21명이 새로 임원이 됐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CEO 최종 후보로 올라 구현모 사장과 접전을 벌였던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회장제를 없앤 KT가 복수의 사장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KT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보다 민첩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장으로 승진한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은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통합한 기업부문장을 맡는다. 창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사업 추진으로 사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철규 인프라운용혁신실장과 신현옥 경영관리부문장도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각각 통신재난 대응체계를 확립하고 차세대 통신 인프라 혁신기술 개발을 주도한 성과와 성과 중심 인사제도 정착과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기업문화를 확산시킨 공로가 승진의 배경이 됐다.
이번에 신규 임원(상무)이 된 21명 중 27%가 1970년대생(50세 이하)이다. 임원 5명 중 1명 꼴(22.5%)로 50세 이하가 됐다. KT 임원의 평균 연령은 52.1세로, 전년 임원 평균 연령(52.9세)에 비해 한 살 가량 낮아졌다.
1972년생 김봉균 상무는 이번에 전무로 승진해 1970년대생이 고위 임원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을 쐈다. KT는 단순히 고연령 임원의 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은 인재를 중용한다는 인사 원칙으로 구성원들의 성취동기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원 수도 98명으로 전년 대비 12% 줄었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임원 수가 두 자리 숫자로 축소됐다. 또 전무 이상 고위직도 33명에서 25명으로 감소했다.
박종욱 KT 전략기획실장(부사장)은 "KT는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를 신속하게 만족시키기 위해 고객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변화시켰다"며 "이번에 중용된 인재들은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의 경영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KT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