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계약을 체결한지 1년여 만인 이달 30일 합병법인이 정식 출범한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위인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의 뒤를 바싹 따라잡게 된다. 이에 따라 양사 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에 본격적인 순위 다툼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4월 30일 합병법인 출범…매출 4조 기업 탄생
27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에 따르면 수원에 있는 티브로드 본사 직원은 이번 주 내로 SK브로드밴드 사옥이 있는 서울 중구 SK남산빌딩으로 이전하게 된다. 합병법인 출범 후 티브로드 법인은 소멸되더라도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사업은 그대로 유지되고 티브로드 직원 전원 고용 승계가 되기 때문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 관련 사전동의 당시 2022년까지 케이블방송과 IPTV 역무별 분리 및 독립적 운영을 유지한다는 조건이 있어 당분간 별도 운영 체제가 유지된다.
합병 후 SK브로드밴드의 기업 규모는 연 매출 4조원, 자산 5조5000억원이 된다. SK브로드밴드의 지난해 기준 연 매출은 3조1760억원, 자산은 4조5340억원이며 티브로드의 지난해 매출은 6551억원, 자산은 9732억원이다. 직원수는 SK브로드밴드(1717명)와 티브로드(493명) 합쳐 총 2210명이 된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와 합병으로 유료방송시장(IPTV,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점유율도 확대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SK브로드밴드 IPTV의 점유율은 14.70%, 케이블방송 티브로드는 9.33%으로 합병 후 시장 점유율은 총 24.03%가 된다. 현재 1위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31.31%, 2위는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이 24.72%다. 2위와 점유율 차이는 1%p가 되지 않는다.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넘을 수 있을까
이제 시장의 주목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후 시너지다. 경쟁사인 LG헬로비전은 지난해 LG유플러스에 인수된 후 시너지를 내기 위해 협력 사례를 늘렸다.
LG헬로비전은 케이블TV 브랜드 '헬로tv'의 모든 실시간 채널 화질을 풀HD(고해상도)로 업그레이드했다. 또 LG유플러스 IPTV의 킬러콘텐츠 중 하나인 'U+tv 아이들나라'를 LG헬로비전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의 47%가 가입 이유로 '아이들나라'를 꼽은 만큼 LG헬로비전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헬로비전의 헬로인터넷 기가 커버리지를 기존 30%대에서 99%까지 끌어올려 케이블TV와 인터넷 결합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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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도 'Btv'의 뽀로로 전용관인 '뽀로로 월드', '육아학교' 등의 킬러콘텐츠와 함께 집에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B tv 라이브 콘서트 VOD', 아시아 드라마 전문 채널 '에이플드라마(A+Drama)' 등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합병 후 티브로드 가입자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할 예정이다"라며 "구체적인 방향성과 콘텐츠 투자 계획 등은 이후에 다시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확실하게 2위로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매물로 나온 현대HCN을 인수하는 것이다. 현대HCN은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4.07%이며 서울 지역의 서초·관악·동작 지역을 커버하고 있어 '알짜매물'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합병에 집중하고 있어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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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후 과제는 남아 있어
물리적 합병 후 과제는 남아 있다. 티브로드 직원 대부분이 기존 케이블방송 업무를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중복되는 업무에 대한 인력 재배치는 필요하다. 양사의 연봉 및 복지혜택, 기업 문화 등의 차이를 원만하게 흡수하는 것도 과제다. 지난해 말 기준 SK브로드밴드의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400만원, 티브로드는 5500만원으로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방통위는 사전동의 시 인력 운용과 관련해 합병 후 인력재배치, 임금조정 계획, 비정규직 고용 유지 현황 등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노조와 함께 협의를 통해서 원만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SK브로드밴드는 과거 여러 차례 인수 및 합병 사례가 있어 원만하게 인수 합병 후 통합관리(PMI)도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는 과거 하나로통신으로 시작해 경쟁사인 두루넷을 인수해 2006년 두루넷 통합법인을 출범했다. 이후 2007년 SK텔레콤에 인수되고 SK브로드밴드로 기업명을 변경한 후 2009년 SK네트웍스의 인터넷전화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