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인공지능은 일자리 뺏을까

  • 2020.09.09(수) 15:09

[디지털, 따뜻하게]
인공지능·자동화로 사라지는 일자리
직장인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필요

컴퓨터 끄는 법을 몰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도 1990년대 초 '국민학교' 다닐 때 '286 컴퓨터'를 어머니와 함께 켰다가 끄는 방법을 몰라 쩔쩔맸던 기억이 납니다. 엉뚱한 곳에 플러그를 꼽아 컴퓨터에서 검은 연기가 났던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고장의 원인을 모르시죠. 그래도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고 피해를 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느새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뺏는 시절로 접어들었습니다. 컴퓨터를 작동할 때 발생하는 수준의 디지털 정보 격차가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보면 2016년 기준 미국 일자리 중 3600만개(25%)가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70% 이상인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연구소가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일자리 변화를 살펴본 결과 소멸되는 일자리는 임금 수준이 중간 또는 낮은 곳에 집중됐다고 합니다. 앞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의 일자리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의 특징은 단순 업무이면서 자동화 가능하고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하지 않은 영역으로 파악됩니다.

대표적인 영역은 상품을 포장하고 기계를 관리하는 쪽이라고 합니다. 비닐 따위로 상품을 포장하는 일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고, 자동화한 공장을 관리하는 사람은 숫자가 많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식음료를 준비하거나 단순 서무, 배달과 같은 영역도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과 같은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하고 있으나 드론 배달이 지금보다 쉬워지면 이 영역에서도 사람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반면에 의료, 청소와 같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과 컴퓨터 프로그램·인공지능을 만드는 영역은 대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보면, 정보통신기술(ICT)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거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뛰어들어야 일자리를 뺏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아야 이런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교 졸업 미만의 학력으로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질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로 대전환하는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의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데이터 댐 프로젝트 본격화를 선언한 자리에서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이번 데이터 댐 프로젝트에서 창출할 일자리 조차도 앞으로 3~5년 혹은 AI가 발전하면 더 빨리 사라질 수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런 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현재 시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만들지도 못하는 일자리 역시 많다는 겁니다.

이런 변화를 과거로 돌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주요 이동 수단이 말에서 자동차로 변화한 것을 돌이킬 수 없듯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개인이 알아서 적응하기는 어렵습니다. 노인이나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성인은 추가적인 교육을 통해 이같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일하면서 코딩 학원에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재직자 중 교육훈련 참여 경험이 있는 비율은 8.7%에 불과합니다.

대기업은 17.8%, 중소기업은 5.5%에 그쳤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정부라면 기업이 재직자 대상 교육훈련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결국 기업이고, 기업 또한 역량 있는 노동자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며,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에 적응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야 기업도 돈 쓰는 소비자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등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이같은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것은 어떨까요. 앞서가는 대기업들은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도 만들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300개 외부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인데요. 이는 삼성전자가 2018년 8월 발표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주목할 것은 최근에 삼성전자가 발표한 주요 육성 사례를 보면 인공지능 분야에 집중된 점입니다. 인공지능 기반 아동 교육 솔루션을 개발하는 '두브레인', 인공지능 검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픽셀디스플레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도 데이터 스타트업 '다비오'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네이버의 사내 스타트업 양성기관 'D2SF'도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51곳 중 인공지능·데이터 분야 기업이 30곳에 달합니다.

모두가 창업에 나서거나 관련 업무에 당장 뛰어들기 어려울 겁니다. 다만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성장을 거듭해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도 함께 만들어지는 단계라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차이가 클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더욱 급변하는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에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비즈니스워치 뉴스를 네이버 메인에서 만나요[비즈니스워치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많이 본 뉴스 최근 2주 한달

산업·부동산 경제·증권 디지털·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