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기차표를 사고 커피를 주문하는 세상은 참 편리하죠. 하지만 기술의 진화 속도는 노화하는 우리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릅니다. 지금은 쉬운 기술이 나중에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살 때 쌓이는 정보는 빅데이터가 되어 서비스에 반영되고 궁극적으로는 법·제도 개선까지도 이어지지만, 현금으로 커피를 사는 사람의 정보·의견은 외면됩니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디지털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는 [디지털, 따뜻하게]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이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강원 삼척시 오분동에서는 주택 사면 붕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주택 7채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삼척시는 사고가 있기 전 재난 안전대피 사전문자를 인근 주민들에게 발송했습니다. 하지만 고령층이 대부분 사용하는 2G폰에선 재난문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난 인근 주민은 대부분 고령층이었습니다.
흔히 디지털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부분 '스마트폰을 잘 쓰지 못하는 고령층', '모바일 앱으로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하는 노인들' 정도로 인식합니다.
스마트폰으로 KTX 표를 사지 못하거나 모바일 쇼핑을 못한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때문에 디지털 정보격차를 '불편함만 감수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디지털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만 감수하면 되는 것일까요.
디지털에 더 의존하는 사회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사회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디지털 활용 능력을 요구합니다. 사회 기준도 거기에 맞춰가고 있죠. 더 좋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더 많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디지털에 더 잘 적응하는 사람들에게 맞춰갑니다.
신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기업들은 더 많은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를 선보여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디지털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가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모든 것의 디지털화'는 더 빠르고 더 다양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디지털의 활용 능력은 일상 생활과 직결됩니다. 더 나아가 생명과 안전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죠. 위 사례처럼 더 좋은 기기를 사용하지 못해서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다면 말이죠.
실제로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사용되는 휴대전화 4907만9000대 단말기(‘알뜰폰’ 제외) 중 122만5000대의 휴대전화가 재난문자방송을 전달받을 수 없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디지털을 못한다는 것, 읽기 쓰기를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게다가 디지털은 이제 사회생활을 하고 세상을 알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능력'이 됐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기본 수단이 된 것이죠.
과거 말로 전달되던 지식과 정보들은 문자의 등장으로 인해 기록이 가능해지면서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문자 이후로 새롭게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입니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디지털을 통해 얻게 됩니다.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면 단순히 'IT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서 뒤쳐지게 되는 것이죠.
읽고 쓰기의 기본이 되기 위해 문자를 배웠던 것처럼 이제는 디지털도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단순히 디지털은 '활용하지 못하면 불편하지만 잘 활용하면 편한 수단'이 아니라 생활 안전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됐습니다. 사회나 정부에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죠.
유럽의 디지털 역량센터인 올디지털(All Digital)의 르나토 새바디니(Renato Sabbadini) CEO는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능력이 없다는 건 읽기와 쓰기를 못하는 것이고 이건 일상생활뿐 아니라 직장을 갖는데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디지털 정보 격차를 겪게 된다는 것은 인구의 일부가 일상의 삶이나 고용 기회를 놓치게 되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만약 인구의 15~20%가 읽고 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이건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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