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검색포털 네이버에 일본 검색시장은 철옹성 같은 곳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두차례에 걸쳐 이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두번의 실패를 딛고 세번째 도전이 시작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네이버는 연구조직을 재편하고 일본 국민메신저로 성장한 '라인'에다 인공지능 검색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내년에는 더욱 든든한 '우군'이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경쟁 상대였던 야후재팬이 네이버 일본법인 라인과 합병키로 했기 때문이다. 네이버 내부에서 일본 검색시장 재도전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다.
김상범 네이버검색 책임리더는 25일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0' 키노트에서 일본 검색 시장 재도전을 언급하며 "과거보다 몇배로 기술 파워가 세진 만큼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리더는 "과거 일본 검색시장에서 두번 실패한 것은 경험과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네이버는 일본 검색 시장과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창업(1999년) 초기인 2001년에 일본 법인 네이버재팬을 통해 현지 업체에 검색 솔루션을 제공, 처음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야후와 구글에 밀려 5년만에 철수했다.
고배를 마신 이후 2006년에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신생 벤처인 첫눈을 인수하고 이듬해 재도전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2013년 12월에 결국 네이버재팬 검색은 철수했다.
이 때 첫눈의 개발자들이 만든 메신저 라인이 '대박'을 터트리는 등 의외의 결과를 내긴 했으나 검색은 내놓을만한 것이 없었다. 2007년부터 이어진 네이버의 재도전은 6년만에 실패로 끝난 것이다.
다만 지난 20여년간의 도전이 무위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현재 월간이용자수(MAU) 8400만명을 확보한 라인의 성공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의 MAU 지표는 트위터의 두배 수준이다.
한때 검색 시장의 경쟁사였던 야후재팬과 손을 잡는 것도 네이버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네이버 일본법인 라인주식회사는 야후재팬과 내년에 경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새로운 통합법인을 지배할 지주회사 'A홀딩스'를 이끌며 검색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2018년 연구 조직 개편을 통해 일본 검색시장 재도전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검색 기술 연구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는 네이버 서치(Naver Search)와 인공지능 기술 플랫폼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는 클로바(Clova)를 통합, 인공지능 기반의 고도화된 검색기술 역량을 확보해 일본 검색 시장을 정조준했다.
김 책임리더는 "지금은 라인이라는 든든한 기반 서비스를 갖고 있고 야후재팬과 협업으로 일본의 검색 노하우를 확보할 것"이라며 "지금은 엔지니어 수가 과거 두번째 도전 때보다 8배 늘었고 검색 핵심 기술 수준도 많이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는 올해 권위있는 국제학술대회에 5편의 논문을 내놨고 유럽의 네이버랩 연구소와 중장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책임리더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역 및 쇼핑 분야를 중심으로 자사 검색 서비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책임리더는 "검색만족도를 더 높이기 위해 AI기반 추천 기능을 도입하고, 검색 시스템의 속도와 안정성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