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 제도를 도입한다. 내년부터 기술직군을 5단계로 나눠 평가하고 이를 인사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를 위해 전체 직원을 '리더'와 '팀원'으로 단순 구분했는데 이러한 직급 체계로는 제대로 된 보상과 평가를 할 수 없다고 판단, 이를 보완할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 "평가 기준 제시, 동기 부여 차원…과거 직급제와 달라"
네이버는 지난 24~25일 이틀간 본사 기술 직군을 대상으로 '새로운 성장 레벨'을 도입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성장 레벨은 직원의 전문성과 역할, 영향력 등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부여된 레벨은 직원 본인과 조직장만 알 수 있다. 외부에 공표하는 기존 방식의 직급 체계가 아니라 직원의 역량을 평가하고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취지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부터 기술 직군에 5단계 레벨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다른 직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성과 중심 및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위해 2014년부터 대리와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급을 없애고 임원제 마저 폐지했다. 회사의 직급이 리더와 팀원 두개로 나눠지다보니 직원의 역량을 세세하게 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호칭이나 직급이 없다보니 직원을 제대로 평가할만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라며 "각 직군마다 성장의 기준이 될만한 기준을 제시하고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레벨제가 전통적 직급제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가 과거 직급제로 돌아간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시장 변화에 맞게 새로운 평가 방식으로 인사 시스템을 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 대응 위해 쉼없는 조직 문화 개선
네이버는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구조와 일하는 문화를 끊임없이 개선해왔다.
2014년에 직급을 폐지하고 호칭을 '님'으로 통일시키면서 수직적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꿨다. 대리와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급을 없애고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기로 한 것이다.
팀이나 본부로 이뤄졌던 조직 구성도 셀(Cell)·테스크포스(TF)로 개편하면서 의사 결정 단계를 간소화했다. 실무 조직 단위의 셀과 테스크포스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에는 직원 스스로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책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업무 집중도를 향상시켜왔다. 책임 근무제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 및 할당된 근무시간을 없애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제도다.
이듬해에는 내부적으로 이사 직위의 호칭을 없앤데 이어 2017년에는 아예 임원제를 폐지, 임원과 직원을 가르는 선을 완전히 지워 능력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상법상의 필수 임원(등기이사·사외이사) 7명을 제외한 임원 직급을 아예 없앤 것이다.
다만 동영상과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이 다양화하고 직원 숫자도 크게 늘어나는 등 회사 덩치가 커지자 임원급 중간 관리자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지난해 리더와 대표급(C-레벨) 사이에 중간 관리자급 직책으로 '책임리더' 직급을 신설했다. 책임리더는 회사 되는 중간 관리자급 직책으로, 비등기 임원의 지위를 갖는다.
올 6월말 기준 네이버 전체 직원수는 3700여명, 이 가운데 한성숙 대표이사 등 등기임원 7명을 제외한 책임리더는 100여명이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회사 '안살림'을 맡는 박상진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이 이 리더군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