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950억원이나 투자했다고 공시한 스타트업에 실제로는 4억7500만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900억원 이상 오차가 있는 공시를 올린 것인데, 최초 공시 이후 보름이 넘도록 정정하지 않았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보면 네이버는 지난달 13일 공시한 3분기 보고서에서 'YN 컬쳐앤스페이스'라는 스타트업에 지난 7월29일 949억9000만원을 직접투자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95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투자했다면 YN 컬쳐앤스페이스라는 기업이 시장에 널리 알려질 법도 한데, 좀처럼 파악하기 어렵다. 검색 포털 네이버나 구글에서 이 회사를 아무리 검색해도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는다.
950억원은 네이버가 2017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 2017년 9월에 최초 투자한 금액 350억원 대비 3배에 달하는 금액이기에,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은 이상하다.
그런데 공시를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네이버가 YN 컬쳐앤스페이스 주식을 최초취득한 금액은 949억9000만원으로 기재됐는데, '기말잔액' 항목을 보면 수량 9만4990주, 지분율 47.50%, 장부가액은 4억7500만원으로 적힌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4억7500만원을 투자한 것이 맞다"며 "한꺼번에 많은 내용을 입력하다보니 공시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도 의문이 남기는 한다. 9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잘못 기재된 이 회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체는 네이버와 긴밀한 협력 관계인 YG엔터테인먼트 공시에서 발견된다. 네이버는 YG엔터 지분 8.50%(963억4600만원)를 갖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도 '와이엔컬쳐앤스페이스' 지분 47.5%(4억7500만원)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결국 YN 컬쳐앤스페이스는 네이버와 YG엔터가 지분 절반가량씩 공동투자한 기업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YG엔터는 YN 컬쳐앤스페이스의 업종을 '부동산개발업'이라고 기재했고, 네이버는 '음반 제작 및 기획'이라고 한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와이엔컬쳐앤스페이스는 콘텐츠 스타트업"이라고만 설명했다.
네이버가 950억원이나 투자한 스타트업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올해 1~3분기 네이버가 스타트업에 누적 투자한 금액 전부가 1178억원인데, 이에 필적하는 규모로 투자한 회사가 나올 뻔한 것은 공시 오류에 의한 해프닝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