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영광)'는 없었다. CJ ENM이 '더 글로리'를 비롯한 K콘텐츠의 흥행에도 수백억원대 적자를 내며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CJ ENM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서진이네'도 살리지 못한 영화·드라마
CJ ENM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9490억원, 영업손실 5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 쇼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CJ ENM의 1분기 매출을 1조893억원, 영업이익을 152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0.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CJ ENM은 2018년 7월 CJ 오쇼핑과 CJ E&M의 합병으로 출범했는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TV채널과 OTT 서비스 티빙이 포함된 미디어플랫폼 부문이 3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했다. 계절적 비수기와 광고시장 위축으로 매출은 줄어들었고,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제작비 부담은 늘었기 때문이다.
영화드라마 또한 40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드라마 '아일랜드'와 예능 '서진이네'가 해외 유통을 확대했지만, 지난해 인수한 미국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의 라인업이 부재한 데다 영화 '유령'과 '카운트'도 흥행에 실패했다. CJ ENM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피프스시즌과 티빙이 각각 400억원 규모로 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음악 부문 영업이익은 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2% 줄어들었다. 그나마 커머스가 영업이익 1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6% 늘어나며 선방했다. TV, e커머스,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등의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전략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했다.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은 '더 글로리' 등 히트작에 힘입어 매출 개선을 일궈냈다. 매출 2111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4.4%, 19.3% 증가했다. 첫 미국 TV 시리즈로 제작한 '더 빅 도어 프라이즈' 또한 시즌2 제작을 앞두고 있다.
콘텐츠 제작비는 비슷한 수준…체질 개선 나서
CJ ENM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CJ ENM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장기적인 사업 효율화를 위해 재배치하고 퍼포먼스를 제고하는 방식"이라면서 "하반기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비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한다. CJ ENM의 지난해 콘텐츠 제작비 전체 규모는 8600억원이며, 외부에 판매되는 콘텐츠를 제외하면 7400억원 수준이다. 단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되는 비용은 걷어내 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OTT 플랫폼 '티빙'의 경우 가입자수가 증가하는 추세로,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티빙 가입자 성장률은 전년 대비 65.2% 증가했고, 전분기 대비 44% 늘었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불법 공유 사이트(누누티비) 등의 영향으로 가입률 성장이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피프스시즌도 올해 24개 정도의 작품을 공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피프스시즌은 CJ ENM에 인수된 이후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올해는 피프스시즌의 강점인 TV시리즈를 위주로 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