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목 중 하나는 포털 사이트 기반 사업이 꼽힌다. 네이버는 서치(검색) 플랫폼 사업 분기 매출이 5대 주요 사업에서 가장 많은 8518억원에 달한 반면, 카카오의 '포털비즈' 매출은 전년대비 27% 감소한 836억원에 그치면서다. 10대 1의 스코어에 해당하는 셈이다.
급기야 카카오는 실적을 발표한 직후 포털비즈 부문에 포함되는 '다음' 사업을 분리해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설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배경으로 업계에선 한때 국내 1위 포털이었던 다음의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와 달리 네이버는 자사 핵심 사업인 서치 플랫폼이 시장에서 가장 효율성 높은 광고매체로 인식되므로 시장 침체가 회복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카카오는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기반의 '톡비즈'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12% 증가한 5156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경쟁력 있는 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포털과 메신저 양 플랫폼 간 대결 양상이 더욱 짙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미래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영역에서 양사의 경영 전략은 다소 온도차를 보인다. 네이버는 기술력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비용 효율화'를 내세웠고, 카카오는 "AI 관련 투자는 올해가 정점이 될 것"이라며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수익성 엇갈려…포털 사업도 극명한 차이
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모두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엇갈렸다. 네이버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5% 증가한 3305억원을 기록했으나, 카카오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55% 감소한 711억원에 그쳤다.
네이버 매출은 전년보다 23.6% 늘어난 2조2804억원, 카카오의 매출도 5% 증가한 1조7403억원에 달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가장 엇갈린 부분은 포털 관련 사업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서치 플랫폼 매출은 8518억원으로 △커머스 6059억원 △핀테크 3182억원 △콘텐츠 4113억원 △클라우드 932억원 등 다른 사업을 압도했다.
디스플레이 광고는 전년 올림픽·대선에 따른 기저 효과 등으로 전년대비 13.1% 감소했으나, 검색 광고가 1분기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전년대비 5.3% 성장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의 핵심 사업이 검색 광고"라며 "특히 효율성이 가장 높은 광고매체가 네이버이므로 시장이 회복되면 가장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의 경우 톡비즈 매출이 5156억원 △플랫폼 기타 부문(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 3656억원 △게임 2473억원 △뮤직 2320억원 △스토리 2286억원 △포털비즈 836억원 △미디어 67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는 지난 4일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며 "그러나 성장동력인 AI, 클라우드, 헬스케어에는 과감한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예고했다.
실제 이날 오후 카카오는 다음 사업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을 오는 15일 설립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경쟁력이 낮은' 포털보다는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다양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재무 실적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 투자는…비용 효율화 vs 공격적 투자
양사는 자사 모든 사업에 적용하고 외부에도 판매해 미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인공지능 사업 부문 투자에 대해선 온도차를 보였다.
네이버는 자사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비용 통제도 함께 언급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AI(인공지능) 상용화 사례들이 급속도로 출시되는 등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이라며 "네이버 역시 '하이퍼클로바X'를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해 사용자 경험을 한 차원 높이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세계 3번째의 대규모 AI(인공지능) 모델을 갖고 있고, 한국어는 빅테크 대비해서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췄다"며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것이 책임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웍스'와 같은 생산성 도구에 하이퍼클로바X를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B2B 기업용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네이버는 AI를 포함한 인프라 투자비용 효율성도 꾸준히 관리한다는 방침을 소개했다. 네이버의 예년 인프라 투자 비용은 매출의 7% 내외인데, AI 관련 투자가 증가할 올해도 유사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앞으로 투자 계획을 공격적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는 "연초엔 손실을 줄이는 게 목표였지만, AI가 가져오는 변화를 보면서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토론을 거쳐 빠르고 공격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AI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올해 더 확대해 이와 관련한 연간 손실이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AI 관련 투자는 올해가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3000억원 가운데 80% 이상은 AI와 관련한 클라우드 비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한국어 AI 모델, 국내 최대 채팅 플랫폼을 보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올 하반기부터 수익화 작업에도 나선다. 다만 투자 과정에서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 등과의 협력도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카카오와 네이버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전략에서도 성과 차이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을 모은다. 네이버는 북미 최대 패션 C2C(소비자간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이미 편입해 커머스 사업 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EBITDA(상각 전 영업손익) 흑자 전환을 이번 분기부터 조기 달성했다.
카카오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기업 에스엠 인수를 통해 글로벌 음악 사업 확대에 나섰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에스엠과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케이팝의 글로벌 확장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