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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인베스트 먹튀 논란…무너지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 2023.06.14(수) 21:18

"러그풀 아니다" 해명 나섰지만 투자자 의혹 여전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하루인베스트, 블록크래프터스의 서울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사진=비즈워치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하루인베스트와 블록크래프터스의 서울 사무실은 굳게 잠긴 상태였다. 사무실 문에는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었고 마찬가지로 출입금지 문구가 적힌 종이 여러 장이 사무실 문 앞에 그대로 방치됐다. 전날 사무실에 도착한 택배박스가 뜯어진 흔적 없이 놓여 있었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투명한 창 너머로 보이는 사무실 내부에는 직원들이 입던 옷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건물 관리소에서는 "전날부터 회사 내부사정으로 폐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블록크래프터스와 하루인베스트 직원들은 지난 13일 오전부로 사무실을 비웠다.

하루인베스트는 전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함께 일한 서비스 파트너 한 곳 중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면서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도 하루인베스트로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았다.

블록크래프터스는 싱가포르에 소재한 가상자산 전문 운용사다. 블록크래프터스가 운영하는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의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최대 11~12%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현재 하루인베스트는 140여개국에서 8만 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리지지 않는 러그풀 의혹…고수익도 의문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업계에서는 하루인베스트의 러그풀(먹튀) 의혹을 제기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의 눈초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손해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급하게 서비스를 중단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소통조차 없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예치 서비스로서의 기반을 잃어버릴 수 있는 행위"라면서 "이대로라면 입출금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텐데, 강수를 둔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하루인베스트는 자체 트레이딩팀과 10개 이상의 자산운용 파트너와 협력해 자산을 배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최대 손실을 보았다고 해도, 사무실을 폐쇄해야 할 만큼의 손해가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할 수준으로만 외부 운용사에 맡기는데, 절반 이상의 금액이 한 곳으로 흘러들어갔다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루인베스트의 높은 수익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루인베스트는 독자적인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높은 수익율을 낸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횡보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차익 거래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관계자는 "변동성이 많아야 차익 거래가 나는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했다"면서 "만일 외부 운영사의 고지를 받아 그 수익률을 유지했던 거라면 무척 위험한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감독 벗어난 자산운용 서비스

이번 일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감시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록크래프터스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한 회사가 아닌 만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A씨는 "자산의 콜드월렛 예치 비중, 자산 운영 과정에 대한 투명한 보고 등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면서 "해외법인을 내두고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자산운용사가 많은데, FIU의 방치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가상자산 예치, 운용 서비스는 거래소와 달리 신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는 VASP 신고를 하지 않고도 전개할 수 있다. 국내서 신고 수리를 마친 기업은 델리오가 유일하다. 

이에 하루인베스트와 유사한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부랴부랴 선긋기에 나섰다. "문제없이 운영 중이며, 투자신청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샌드뱅크는 VASP 인증을 받기 위한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 예비 인증을 신청해 심사 중이다.

샌드뱅크 관계자는 "VASP 신고를 위한 노력은 계속해왔으나 2020년 9월 신고 수리기한을 놓친 이후, 신고 절차가 막혀 쉽지 않았다"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VASP 신청용 ISMS를 별도로 만들었는데 기존 사업자는 대상이 아니라면서 발급을 해주지 않았다. VASP 신고 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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