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R2M'의 저작권 침해 등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여온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소송이 2년여 만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1부는 28일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R2M'은 중견 게임사 웹젠이 PC게임 'R2'를 재해석해 2020년 8월 출시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권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으나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M'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엔씨소프트는 2021년 6월 웹젠을 상대로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하려 했으나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변론재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양측은 새로운 주장보다는 기존의 주장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변론기일에서 웹젠의 'R2M'이 회사의 '리니지M'을 노골적으로 모방·표절했다며 웹젠의 행위가 용인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측 변호인은 "R2M은 리니지M의 주요 구성 요소와 조합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며 "피고는 새로운 게임이 아니라 리니지M의 새로운 서버를 출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림으로써 리니지의 명성에 그대로 편승해 이용자들을 유인·흡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MORPG 게임의 특성상 초기 이용자들의 확보가 중요하다. 피고는 데드카피(dead copy)를 통해서 이용자를 흡수했다가 소송이 진행되자 약간의 게임 수정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피고는 출시 초기 저작권 침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은 후에 원고가 문제를 제기하자 합의를 요청했으나 결국 합의도 변경도 어렵다며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R2M 게임은 리니지M의 주요 콘텐츠인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 무게 시스템, 강화 시스템, 아이템 컬렉션 시스템, 변신·마법인형,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에서 세부적인 표현과 확률 등 수치까지도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저작권 침해가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는 저작물의 창작성이 인정되고 피침해 저작물이 거기서 만들어졌느냐, 또 두개가 실질적으로 유사한지를 얘기해야 되는데 피고는 단 한번도 R2M을 만들 때 리니지M을 참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웹젠은 MMORPG 게임에서 원고가 침해를 주장하는 요소는 선행 게임에서 존재하거나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요소라는 주장을 펼쳤다.
웹젠 측 변호인은 "MMORPG는 선행 게임 규칙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발전해왔다"며 "원고의 주장은 원고 자신을 포함한 MMORPG의 개발·발전 과정을 무시하는 주장이며 원고가 오늘 비난한 대부분은 원고 자신에게 돌아가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MMORPG는 다양한 모습과 구성 요소로 이뤄져 있고 원고는 그중 일부 게임 규칙과 UI의 일부 유사성만을 근거로 구체적 게임의 전개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게임 전체의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실제 두 게임을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UI나 규칙, 구체적 표현도 모두 다르다"고 덧붙였다.
웹젠 측 변호인은 "실제 MMORPG에서 질적 비중이 높은 요소는 캐릭터나 무기, 장비 등 사용자들이 많이 접하게 되는 요소이지 아인하사드 등과 같이 사용자 여론에 따라 손쉽게 변경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등 요소는 질적 비중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웹젠이 2020년 8월부터 8개월간 'R2M'을 통해 얻은 매출을 582억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업계 표준 영업이익률을 곱해 1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2년여가 지난 만큼 그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엔씨소프트 측의 주장이다.
엔씨소프트 측 변호인은 "원고는 리니지M을 개발하기 위해 약 1000억원의 개발 비용을 지출했고 유지와 보수, 업그레이드를 위해 1조4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이미 지출했다"며 "게임 개발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고 리스크를 감당한 원고와 달리 피고는 개발 비용조차 거의 들지 않았을 것이다. 반드시 응징을 통해 손해배상액과 게임의 퍼블리싱 금지를 명해 달라"며 변론을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그간의 변론과 양측의 서면 등을 종합해 추가 변론기일 없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선고기일은 오는 8월 18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