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가 글로벌 빅테크에 도전하는 국내 통신사들을 모기·파리에 비유해 눈길을 끈다. 오래전부터 '탈통신'을 외치고 있는 통신사들이 당면한 위기감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면서, 위기에 대응하려면 통신사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도 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대표는 지난 7일 취임 후 처음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통신사가 글로벌 빅테크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모기나 파리 한 마리가 부딪히는 정도"라고 표현했다. 통신 기업들이 구축한 유무선 통신 인프라 위에서 빅테크의 서비스가 활개 치고 있으나, 정작 통신사들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사들이 뼈 아파하는 대표적 사업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빅테크의 서비스와 경쟁 관계인 유료방송이며, 이 부문은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와 관련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대결 구도는 글로벌 이슈로도 떠올랐다. 올해 초 열린 MWC에서도 망 이용료와 관련한 이슈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김영섭 대표의 파리·모기 언급은 '엄살'일 수도 있지만 협력을 자극하기 위한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지난 7일 개최한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에선 그가 언급한 모기, 파리들이 혁신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이날 "통신 기업은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의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발굴,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의 접근을 해야 한다"며 "고객, 파트너사, 기술기업과 협력하는 생태계 조성과 함께 글로벌 통신사업자간 네트워크 및 차세대 통신서비스 협력, 기술혁신 스타트업과 제휴 및 M&A를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김 대표가 이끄는 KT와 다른 통신사들이 선택할 길은 이뿐만은 아니다. 외연 확장도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AI 컴퍼니가 되겠다고 선언했고, KT도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뜻하는 '디지코'를 경영 전략으로 제시했다. 김영식 대표 역시 전임 CEO가 선언한 디지코 전략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IT(정보기술)을 접목해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