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리스크로 구설에 휘말렸던 빗썸이 기업공개(IPO)와 지배구조 개선을 공언하는 등 투명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지분 상당수를 보유한 실소유주의 지분구조 투명화가 아닌 외부 관계사와 지분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벌써부터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주주사들과 협의를 통해 지분구조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빗썸 측은 "빗썸홀딩스 최대주주사의 도덕적 해이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이 빗썸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주주사들과 협의해 지분 변경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빗썸코리아 지주사 빗썸홀딩스의 명목상 최대주주는 비덴트로 지분 34.22%를 보유하고 있다. 비덴트 회장으로 알려진 강종현씨는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법원은 비덴트의 빗썸홀딩스 지분 전량을 강씨 지분으로 간주해 강제 추징보전 명령을 한 상태다.
하지만 빗썸홀딩스의 실질적 대주주는 등기이사로 복귀한 이정훈 전 의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빗썸이 지배구조 개선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전 의장의 보유 지분을 투명하게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비덴트 지분을 제외한 빗썸홀딩스의 나머지 지분은 디에이에이 29.98%, BTHMB홀딩스 10.70%, 기타 25.10%인데 이 65% 가량 지분 모두가 이 전 의장 소유로 알려졌다. 과거 지분 매각 등 과정에서 국내외 여러 법인으로 지분 쪼개기가 이뤄져 현재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파악된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는 주요주주로서 이 전 의장의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 전 의장의 빗썸홀딩스 관련 보유 지분을 파악하려면 싱가포르법인 BTHMB홀딩스, SGBK 등 얽히고설킨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야 단서가 잡힌다.
빗썸이 IPO와 지배구조 개선을 공언했지만 현재로서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과거 비덴트와 경영권 분쟁을 겪었듯 관계사들과 이해관계가 대립할 가능성이 있고, 실소유주의 투명한 공개 없이는 복잡한 지배구조의 실타래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지배구조로는 빗썸의 IPO가 사실상 불가능해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며 "지분 조정도 큰 돈이 들어간다.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면 투자자 등 관계자들과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빗썸은 비덴트도 문제지만 실소유주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큰 문제"라며 "투명한 지배구조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의장의 사기 혐의에 대한 재판은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BXA코인' 관련 김병건 BK그룹 회장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항소심 결심 공판이 곧 진행 예정으로 올해 안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