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전년보다 소폭 개선됐다. 다만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부 핵심지표의 준수율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거래소는 7일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66개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핵심지표 평균 준수율은 62.3%로 전년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도입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경영 투명성 개선 유도를 위해 상장기업이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이유를 설명하도록 한다.
도입 당시에는 기업 자율에 맡겼으나 2019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화했으며, 지난해부터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의무 대상을 넓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준수율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핵심지표는 총 15개로 주총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등 주주관련 지표 4개와 의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등 이사회 관련 지표 6개 및 독립적 내부감사부서 설치 등 내부 감사기구와 관련한 지표 5개로 구성됐다.
다만 일부 지표에서는 과반도 못 넘기는 미흡한 준수율을 나타내기도 했다. 주주관련 지표에서는 주주가 안건에 대해 판단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지 확인하는 '주총 4주 전 소집공고' 준수율은 32.7%에 머물렀다. 중장기적인 배당정책을 주주에게 알리는 '배당정책 연 1회 이상 주주통지' 준수율도 46.5%로 집계됐다.
이사회 분야 지표에서는 '집중투표제 채택률'이 3.5%에 불과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후보로 나온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투표방식이다. 예컨대 주식을 1주 보유한 주주가 3명의 이사 후보자를 뽑는 투표에서 의결권을 3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인 투표방식에서는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를 선임할 수 있으나 집중투표제를 채택하면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이사진 선임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는 이사 후보 추천 및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됐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본다.
집중투표제는 상법상 임의조항으로 기업 정관에서 '배제' 조항을 넣어두면 시행하지 않는다. 355개사는 기업 안정성을 위한 목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에 설명했다. 투기자본 세력이 집중투표제를 이사회 및 기업 경영 장악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 기업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은 △SBS △SK텔레콤 △SK스퀘어 △POSCO홀딩스 △KT&G △KT △강원랜드 △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한화오션 11개사다.
이밖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지표 준수율'도 19.5%로 낮은 수준이었으며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 지표 준수율'도 47.5%로 나타났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준수 기준이 강화돼 준수율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기타 비상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에도 준수한 것으로 봤으나 올해부터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내부감사부서의 독립성 요건도 기존에는 확인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는 내부감사부서 구성원에 대한 인사 평가시 감사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올해 거래소가 평가한 보고서 기재 충실도는 75.3점으로 지난해 75.9점보다 소폭 하락했다. 보고서 기재 충실도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을수록 높은 경향을 보였다.